딸기가 보는 세상/칼럼

[공감] 쇼핑몰과 무장집단- 알샤바브가 던진 것들

딸기21 2013. 9. 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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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에서 테러공격이 벌어졌다. 괴한들의 총탄과 수류탄, 군과 경찰의 진압작전 속에서 테러범들을 포함해 70명 이상이 숨졌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테러리즘을 과거에 패퇴시켰듯 이번에도 물리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케냐라는 나라 이름은 키리냐가 산에서 나왔다. 영국인들이 그 발음을 제대로 못해 ‘마운트 케냐’라 불렀고, 그 것이 케냐의 국명이 됐다. 현대 케냐 공화국을 세운 것은 케냐타 대통령의 아버지 조모 케냐타다. 나이로비에는 랜드마크 격인 조모 케냐타 빌딩을 비롯해 그 이름을 딴 시설들이 곳곳에 있다.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의 중심지다. 개도국 중 유일하게 유엔 기구를 유치, 유엔환경계획(UNEP)의 본부가 이 곳에 있다. 국제기구와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고 국제회의도 자주 열린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웨스트게이트라는 대형 쇼핑몰이다. 이번 일이 벌어지자 국제쇼핑센터협회(ICSC)는 전세계 쇼핑몰들의 안전을 강화할 방법을 찾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런 단체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대형 쇼핑몰들은 건물의 모양에서 가게 브랜드들까지 틀에 넣어 뽑은 듯 닮았다. 웨스트게이트는 제3세계에 위치하고는 있지만 장소성이 탈각된 곳이다. 세계 어디서나 토착민들이 꿈꾸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가장 아름다운 환상이 구현되는 공간.

 



테러를 저지른 알샤바브는 정확히 그 대척점에 있는 토착적이고 전근대적인 존재다. 소말리아는 해적과 군사집단과 이슬람 극단조직이 판치는 가난하고 어지러운 나라다. 알샤바브는 쇼핑몰을 타격해 세계화의 환상을 무참히 부숴버렸다. 전근대성을 무기로 삼은 자들의 이런 공격은 우리에게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한국은 미국의 두 차례 대테러전에 파병했고, 한국인들의 피해도 종종 발생한다. 이라크에서 목숨을 잃은 김선일씨,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어부들, 예멘 등지에서 폭탄테러에 희생된 관광객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됐다 살해된 사람들, 나이로비에서 숨진 강문희씨까지.

 

알샤바브 혹은 알카에다로 대변되는 이슬람 극단주의는 냉전 말기에 탄생해 대테러전을 거치며 자라난 ‘새로운 낡은 현상’이다. 알샤바브는 2006년 소말리아 강경 이슬람 정치조직에서 갈라져나왔다. 국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마을 공동체를 부수고 이슬람법을 주민들에게 강요한다. 이들은 이교도만 노리는 게 아니다. 소말리아 무슬림의 주류 격인 수피즘도 공격대상이다. 저명한 수피 신학자의 무덤을 파헤친 적도 있다.

 

토착 무장조직이던 알샤바브는 에티오피아·케냐 등 외국의 군사개입에 맞서기 위해 알카에다와 손잡았다. 이제는 동아프리카의 다국적 테러조직으로 커졌다. 미국의 대테러전을 흉내내는 케냐는 소말리아에 군대를 보내 진압을 해왔으나 역설적으로 알샤바브를 키우는 것은 케냐다. 케냐의 기독교도들은 대체로 아랍·인도계 무슬림보다 가난하다. 케냐 일간 더네이션은 좌절한 기독교 청년들의 개종과 알샤바브 가입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어디에서든 청년들의 테러공격이 잦아진 곳에는 예외없이 새로 생겨났거나 커지는 슬럼이 있다.

 

알샤바브와 관련해 주목할 일이 더 있다. 2011년 동아프리카 일대에 큰 가뭄이 들었다. 특히 피해가 컸던 소말리아 남부는 알샤바브의 근거지다. 이들은 서방 구호기관들을 수시로 공격해 몰아냈고, 먹을 것이 떨어진 주민들은 모가디슈 등지로 떠났다. 하지만 이 가뭄이 오히려 알샤바브에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가난한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주며 신병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사막의 확대, 점점 잦아지는 가뭄은 가난한 사람들을 폭력으로 내모는 중요한 요인이다.

 

알샤바브 안에는 글로벌 시대의 고민거리들이 모두 들어 있다. 소말리아는 과거 오사마 빈라덴의 근거지였다 해서 미국의 공격을 받았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블랙호크다운’ 뒤 내팽개쳐졌다. 대테러전에 조응해 생겨난 알카에다 테러 캠프와 무자히딘(이슬람 전사)들, 국제사회가 입맛대로 방치와 개입 사이를 오가는 동안 더욱 커져버린 동아프리카의 혼란, 거기에 기후변화와 가뭄까지. 이 모든 것의 바탕에 있는 것은 ‘가난’이다. 대형 쇼핑몰의 화려한 이미지로 감출수 없는 빈곤, 그것이 불러내는 전근대적인 폭력성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