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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만 아니었다면

흑흑 어제 로마가 아스날한테 3대1로 깨졌다... 사실 아스날은 아주 잘 하는 팀이다. 앙리의 슛은 시원하고- 얼마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앙리가 무려 60여m를 돌파해서 골을 넣는 걸 봤는데, 정말 대단했다. 로저 르메르 전 프랑스 국대 감독이 "앙리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던가. 결국은 앙리에게 를 기댈 수 있으리라는 얘기였을테고. 앙리는 한일 월드컵 때에는 기껏 한 경기 출전, 그리고 두번째 경기에서 빨간딱지 받아 마지막 덴마크와의 경기에는 나오지도 못했기 때문에 플레이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컨페드컵 때에도 빠졌었고. 그치만 아스날에서 요즘 뛰는 거 보면 장난 아니다. 그 돌파력! 피레는 발재간 장난 아니고 예술성도 다분하고, 또 비에이라는 어떤가. 월컵 전에 지단이, "비에이라가 세계..

내 가방 속의 천사들

이란 영화를 재밌게 봤었다. 그 뒤로 나는 가끔 책상과 가방을 뒤지며, 그 속의 천사를 찾는다. 어제는 모처럼 휴가를 내서 하루 쉬었는데 그 사이 가방 안에 천사가 들어왔다. 이제, 천사들의 합창 시작-. stabilo 포인트88 펜. 몸통은 주황색, 잉크는 회색. 책에 줄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장만했다. 회사 서무에게 펜을 달라고 하면 플러스펜을 주는데, 값이 싼 대신 쓰는 느낌이 안 좋고 오래오래 쓸 수가 없어서(너무 빨리 마르고, 펜촉도 잘 닳는다)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내가 펜을 돈 주고 사는 일은 통 없지만 그제 문구점에서 구경을 하다가 큰맘먹고 새 펜을 샀다. 어느 해였던가, 교육방송의 강사가 '밑줄 쫙, 별표 하나' 식의 강연으로 인기를 얻었던 적 있었지. 얼마전 회사의 몇..

빈라덴의 참깨

몇해 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참깨 원산지를 속여 판 놈들이 걸려들어왔습니다. 국내 영세 참기름업체들에 수입 참깨를 팔면서 원산지를 '중국'으로 바꿔 표기했다는 거였는데, 그럼 이 참깨의 진짜 산지는 어디냐. 아프리카의 수단이었습니다. 중국산 농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거야 다반사지만, 수단산을 중국산으로 둔갑시킨다는 얘기는 처음이었죠. 머나먼 수단같은 나라보다는 그래도 가까운 중국산으로 해야 값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건데, 잡혀온 놈들 주장은 "모모 기업같은 큰 회사들도 다 수단산 참깨를 쓴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올봄에 이마트에서 기니산 가자미를 사다 먹은 적도 있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식생활의 국제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오사마 빈라덴 아시죠. 오사마가 91년 아프간에서 나와 걸..

빚받기 운동을 펼쳐 나라를 살리자?

어제 한 선배와, 아지님과 맥주를 한잔 했습니다. 이라크 갔다온 얘기를 하던 중에 빚 얘기가 나왔습니다. 개요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이라크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돈이 13억달러 정도 됩니다. 러시아 다음으로 우리한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나라가 이라크 아닐까 싶은데요. 이라크는 1970년대 오일붐 때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 외국 기업들을 많이 불러들였죠. 여행기에서 썼던 훌륭한 인프라, 예술적인 대형 건물들이 다 외국 기업들에 맡겨 지은 것들입니다. 그러다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거죠. 우리나라 기업들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돈 못받고 불량채권만 안게 된 겁니다. 러시아가 약 90억달러, 프랑스가 약 50억달러의 이라크 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또 때릴..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붉은 여왕 The Red Queen 매트 리들리 (지은이), 김윤택 (옮긴이) | 김영사 과 를 통해 국내에서도 탁월한 과학저술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트 리들리가 性선택 이론을 근간으로 인간의 성격과 행태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학습이냐, 본능이냐. 저자의 주장은 두 가지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엄 촘스키, 리처드 도킨스, 매트 리들리의 공통점은? 유전자 과신론자가 아니라, 유전자의 진실을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건, 그들을 해야 된다는 얘기랑은 다르다. 를 부정하면서 모든 것을 과 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리들리의 주장대로 하고 맞닥뜨리는 쪽이 낫지 않을까. 난 리들리의 책들을 참 좋아한다. 특유의 재치있고 명쾌한 설명. 낙관적이면서도 겸손할 수 있다는 것은,..

16강전 + 피구 사건.

어제 챔편스리그 16강 C조 AC밀란-지구방위대 경기가 있었다. 경기가 열린 곳은 밀란 홈. 16강부터는 말 그대로 라고 하지만, C조의 경우는 지구방위대-밀란-도르트문트-로코모티브로 구성돼 있으니까 그래도 낫다. 언뜻 보기에 지구방위대와 밀란이 우세해보인다. 지구방위대의 어제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잘 생긴 얼굴 덕분에 딸기마을에서 다소 인기를 얻고 있는 모리엔테스가 선발로 나왔다는 것. 모리가 전방 원톱이고 뒤에서 라울이 받쳐주고, 오른쪽 미드필드는 당근 피구. 평소와 조금 달랐다면 지단이 중앙이 아닌 왼쪽(후반에는 중앙으로 갔음)을 받쳤다는 것. 수비선에서는 이에로가 계속 결장. 밀란에서는 인차기 대신에 셰브첸코가 나왔다는 게 특징인데, 그동안 밀란 경기를 3번인가 밖에 안 ..

또 지네딘 지단 얘기.

지네딘 지단은 아주 훌륭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축구선수로서 본업에 충실하고 뛰어난 것은 물론, 그렇다. 워낙 많은 상을 받는 선수이니 그의 수상소식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지난 시즌 챔편스 MVP 상받을 때 양복 입은 모습 아주 근사했음) 이달초 받은 상 하나는 좀 특별하다. 제2회 "Function for the Recongition of Tolerance"상. 뭔지는 잘 모르지만 프랑스 사람들이 똘레랑스이니 하는 거 좋아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었지. 이 상은 프랑스에서 받은 것은 아니고, 마드리드 주정부(Regional Government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음)에서 주는 걸 받은 거다. 지단 수상 이유: his fight against racism and the example he has set f..

어제 상암동에서

흐흐흐...드뎌 축구장에서 축구경기를 봤다! 것두, 울 대표팀과 브라질팀의 경기를. 브라질팀이 어떤 팀인가, 그리고 또 울 대표팀은 어떤 팀인가. 어쩌구 하는 신문 제목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그 슬로건이 머리 속에 번쩍번쩍 떠오를, 그런 경기. 재미있었다. 역시 호나우두. 사실 했다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옾사이드 전문가다운 예의 빠른 돌파, 인간으로 안 보이는 그 몸놀림, 게다가 그 덩치에 발재주까지 대단해서 하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딩요? 당근 귀엽지. 내 뒤에 앉은 꼬맹이들은 변성기 덜 지난 목소리로 딩요가 공 찰 때마다 이네 마네 떠들어댔지만 웃기는 소리다. 누가 딩요의 외모를 탓할 수 있는가. (딩요 엣날 머리 짧을 때 사진 보면 되게 귀엽다) 설기현과 송종국, 더불어 이영표는 대단히 잘 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조편성

02-03시즌 16강 조편성 A조 : 바르셀로나 / 인터 밀란 / 레버쿠젠 / 뉴캐슬 B조 : 발렌시아 / 아스날 / AS로마 / 아약스 C조 : 레알 마드리드 / AC밀란 / 도르트문트 / 로코모티브 D조 : 맨체스터U / 유벤투스 / 데포르티보 / 바젤 딸기의 희망사항 ★ A조 : 인터와 레버쿠젠. 레버쿠젠은...차범근이 그랬나, 레버쿠젠 좋아하면 진짜 축구 팬이라고. 만년 2위 팀. 지난시즌 레알마드리드랑 벌였던 결승전에서는 꽤 괜찮았는데. 발락이 떠난 뒤 어떻게 하고 있나 봤으면. 노이빌레와 슈나이더, 바슈튀르크 같은 발바리들이 있어서 난 레버쿠젠을 아주 좋아한다. 인터에는 비에리와 크레스포가 있지만, 사실 32강전에서 인터 플레이는 딱히 눈에 띈다 하는 점이 없었다. 바르샤도 루이스 엔리케 말고..

크리스토퍼 히친스, '키신저 재판'

키신저 재판 The Trial of Henry Kissinger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은이) | 안철흥 (옮긴이) | 아침이슬 | 2001-12-08 역시나 책꽂이에 얹어두고 있다가 다시 꺼내 읽었는데 뜻밖에 술술 넘어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 중 하나라는 히친스는 여러 사료와 증언들을 종합해서 키신저라는 인간이 저지른 비열하고 잔혹한 행태들을 까발리고, 그의 무책임하고 저급한 변명과 거짓말을 맞받아친다. 굳이 비교하자면 하워드 진 보다는 표현이 좀 격렬하고, 노엄 촘스키보다는 덜 신랄하다. 문체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내용에서는 충실도나 역사의식으로 보나 두 사람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촘스키의 와 묶어서 읽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는 의 다른 이름일 뿐이니까. 지..

딸기네 책방 200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