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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사태와 '윤리적 대응'의 딜레마

방글라데시 다카 북쪽의 가지푸르에 있는 ‘가리브’라는 의류공장 벽에 지난 3일 금이 갔다. 이 건물에는 의류공장 2곳이 입주해 있었다. 공장주들은 기계를 멈추고 노동자들을 내보냈다. 다카 근교 사바르 의류공장 붕괴사고를 본 공장주들이 일단 공장 문부터 닫은 것이다. 일간 데일리스타는 이 건물에서 2010년 2월 불이 나 21명이 숨진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자들은 그 후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 경찰은 공장주들에게 “건물 정밀검사 후 가동을 재개하라”고 했으나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하루 벌어 먹고살기도 힘든 노동자들만 일당을 날리게 됐을 뿐이다.약 6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바르 사건이 일어나자 영국 등의 대형 의류판매체인들이 방글라데시산 ‘노동착취상품’을..

미스김 때문에 화나는 이유

'김여사'는 여성운전자를 비하하는 말이고, 미스김은 직장 다니는 젊은 '비전문직' 여성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그런데 요새 드라마 속 '미스김' 때문에 '미스김'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원빈이 '아저씨'의 이미지를 바꾼 것처럼. 일단 김혜수같은 초특급 미모에, 100여가지 자격증, 영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와 러시아어등 온갖 외국어에 능통하고, 운전을 했다 하면 시내버스와 포크레인 정도는 돼야 '미스김'이다. 미스김이 어떤 현실을 비꼬고 있는지 알기에, 이 드라마를 보는 느낌은 요즘 말로 '웃프다'. 웃긴데 슬프다. 서글프고, 속상하다. 극중 비정규직 '봉희'가 임신했는데, 사내 커플이라는 걸 속여야 하고(둘은 "어쩌다 보니 속이게 됐다"고 변명하지만 '어쩌다보니'일 리가 있겠는가) 임신 사실도 속여야..

미국 원조기구 추방한 모랄레스, 그리고 볼리비아와 미국의 악연

볼리비아가 또 미국을 치받았습니다. 우고 차베스 사망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강경한 반미지도자가 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1일 미 원조개발처(USAID) 직원 9명에 대해 추방령을 내렸습니다. 모랄레스는 이날 국영방송으로 중계된 노동절 기념식에서 미 원조개발처가 “정부를 상대로 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가 자기네 뒷마당이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며 원조개발처 직원들을 추방하기로 한 것은 “그런 말을 한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 외교 관련 행사에서 “서반구(중남미)는 우리 뒷마당”이라 말해 과거 제국주의자들과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시절에도 잇단 실언으로 빈축을 샀..

노쇠한 만델라 찾아가 '정치쇼'한 남아공 주마 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 SABC방송에 지난달 29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94)의 모습이 비쳤다.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 앉아 손님을 맞은 그는 병색이 역력했다. 폐렴 치료를 받고 퇴원한 지 3주밖에 안된 데다 워낙 고령이어서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만델라의 트레이드마크인 환한 웃음은 보이지 않았고, 짧은 감탄사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모습이 대중 앞에 공개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었다. 노쇠해진 거인의 모습은 남아공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런데 그날 옆에 앉아있던 ‘손님’은 희희낙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이컵 주마 현 대통령이었다. 주마는 이날 측근 두 명과 함께 찾아와 농담을 하고 말을 건넸지만 만델라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현지 일간 내셔널포스트는 “만델라가 악수조차 하지..

주미 일본 대사의 '변명', 미국 거주 일본인의 '반성'

미국에서도 일본의 ‘과거사 부정’을 질타하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에 1일 과거사 문제를 다룬 두 일본인의 독자투고가 나란히 실렸습니다. 하나는 “일본은 이미 사과했다”고 강조한 주미 일본대사의 글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일본은 원자폭탄 희생자인 동시에 원폭을 부른 가해자”라 반성하는 일본계 미국인의 글이었습니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미국 주재 일본대사는 이 신문 독자투고에서 “일본은 겸허함과 후회를 안고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Japan faces history, with humility and remorse)”며 이미 일본 정부가 수차례 주변국들에 사과했다고 주장합니다.사사에 대사는 “일본 정부는 깊은 후회와 진정한 사과의 뜻을 밝혔고, 2차대전 희생자들에게도 진심..

방글라데시 참사, 이윤이란 이름의 착취이자 살인

무너진 건물 사이로 삐져나온 젊은 여성의 발, 살려달라 외치다 끝내 구조되지 못한 채 숨져간 여공, 언니·동생과 한 공장에서 일하다 변을 당할뻔한 어느 소작농의 딸.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는 ‘이윤이라는 이름의 살인’이자 글로벌 경제의 노동착취 사슬이 만들어낸 참극이었다. 파렴치한 고용자들과 부패한 정부, 아웃소싱으로 저가제품을 팔아온 외국 기업들,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세계의 소비자들 모두가 공범이었다. 인구는 1억6000만명이 넘지만 글 읽는 어른 비율이 60%에도 못 미치는 방글라데시에서 못배우고 돈 없는 여성들의 희망은 공장 뿐이다. 다카 등지에 있는 5000여개의 의류공장에서 하루종일 일해 한달에 4만원가량을 번다. 이 돈으로 가족들은 결혼 지참금을 마련하고, 오토바이를 사고, 장사 밑천을..

방글라데시 참사로 본 한국 글로벌 기업의 사회책임

“한국에서도 요즘 기업의 사회책임이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권과 노동권은 빠뜨린 채, 기부나 헌혈 같은 ‘시혜’를 강조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이미 한국은 여러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소비자들과 기업 노동조합, 언론, 정부가 모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방글라데시 참사와 같은 일이 한국 공장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지난달 24일 일어난 방글라데시 다카 외곽 사바르의 의류공장(라나 플라자) 붕괴 사건으로 미국과 유럽 대기업들의 책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에도 글로벌경영을 외치며 세계로 진출한 대기업들이 많다. 한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도 방글라데시 여공들의 죽음은 스쳐 지나칠 사건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그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고, 그들의 생산품..

니코틴, 칼로리... 다음은 '카페인'?

니코틴, 칼로리, 다음에는 카페인?식음료의 ‘유해성분’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미국에서, 식품의약국(FDA)이 이번엔 카페인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AP통신이 29일 보도했다.FDA는 “카페인이 음식물에 얼마나 함유돼 있고, 이것이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페인 검’이 등장하는 등 식품의 카페인 첨가가 늘어나자 미 FDA가 카페인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사진 www.precisionnutrition.com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대형 식품회사 링글리는 얼마전 ‘에너지 경보 검(Alert Energy Gum)’이라는 이름의 이 검을 내놓으면서 회사 측은 “바른 에너지를, 지금 당장”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카페인이 들어있..

“나는 게이입니다” NBA 사상 첫 ‘커밍아웃’

“나는 34세의 NBA 센터입니다. 나는 흑인이고, 게이입니다(I‘m gay).”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와 워싱턴 위저즈에서 뛰어온 제이슨 콜린스(34·사진)는 ‘올스타’ 명단에 오르거나 엄청난 플레이로 유명세를 탄 적 없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심지어 NBA 주요 경기에서 풀타임으로 뛴 적조차 거의 없다.하지만 2012-13 시즌 위저즈에서의 플레이를 끝으로 지금은 자유계약선수(FA) 명단에 올라 있는 콜린스는 “나는 게이입니다”라는 두 마디 말로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NBA 사상 현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 프로스포츠의 현역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것이다.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미 프로농구(NBA) 선수 제이슨 콜린스(왼쪽)가 지난 19일 경기..

이라크라는 나라

이라크라는 나라.... 이라크전이 벌어진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요.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자료 삼아 이라크에 대한 뒤늦은 ‘소개’를 올려봅니다. 오래 전 역사 역사가 아주 깁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오래됐다 하지만, 중국의 갑골문자가 오래됐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라크와 이란 북부, 시리아와 터키 북부로 이어지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요람이었습니다. 문자라는 ‘개념’(문자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글자라는 개념을 말하는 겁니다)이 싹트고 농경이라는 것이 시작된 게 이 지역이었습니다. 1258년 바그다드를 공략하는 몽골의 훌라구. /위키피디아 이 나라의 특징은 유라시아 한복판에 있다는 것. 동쪽엔 이란이, 북쪽엔 터키가, 남쪽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