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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송나라 모자 장수와 요 임금

딸기21 2006. 7. 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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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모자 장수와 요 임금


11. 송나라 사람이 예식 때 쓰는 모자를 잔뜩 가지고 월나라에 팔러 갔습니다. 그러나 월나라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짧게 깎고 몸에 문신을 해서 모자가 필요 없었습니다.

요 임금은 세상을 잘 다스려 나라가 태평해지자, 멀리 고야산에 사는 네 스승을 뵈러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분 강 북쪽 기슭에 다다랐을 때, 망연자실해 자기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큰 박과 손 트는데 쓰는 약


12.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습니다. “위 나라 임금이 준 큰 박씨를 심었더니 거기서 다섯 섬들이 박이 열렸네. 거기다 물을 채웠더니 너무 무거워 들 수가 없었지. 쪼개서 바가지를 만들었더니, 깊이가 없이 납작해서 아무 것도 담을 수가 없는데 크기만 하고 달리 쓸모도 없어 깨뜨려 버렸네.”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여보게, 자네는 큰 것을 쓸 줄 모르는군. 송나라에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약을 손에 바르고 무명을 빨아서 바래는 일을 대대로 하였다네. 지나가던 길손이 그 말을 듣고, 금 백 냥을 줄터이니 약 만드는 비방을 팔라고 했지. 그 사람은 가족을 다 모아 놓고 의논하기를 ‘우리가 대대로 무명을 빨아 바래 왔지만 기껏 금 몇 냥 밖에 만져보지 못했는데, 이제 이 약의 비방을 금 백 냥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팝시다’ 하였다네.


13. 그 길손은 오왕에게 가서 (그 약의 효험을) 설명했네. 마침 월왕이 싸움을 걸어오자, 오왕은 그 길손으로 수군 대장을 삼았다네. (그 약으로 수군들의 손이 트지 않도록 할 수 있었기에) 겨울에 수전(水戰)을 벌여 월을 대패시켰다지. 왕은 그 사람에게 땅을 떼어주고 영주로 삼았다네.

손 트는 것을 막는 약은 한 가지인데, 한 쪽은 그것으로 영주가 되었는데, 다른 쪽은 무명 빠는 일 밖에 못했으니, 똑같은 것을 가지고 쓰기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게 아닌가? 자네는 어찌하여 다섯 섬들이 박으로 큰 술통을 만들거나 강이나 호수에 띄워 놓고 즐길 생각을 못 하고, 깊이가 너무 얕아서 아무 것도 담을 수 없다고만 걱정했단 말인가? 자네는 아직도 작은 (일만 생각하는) ‘쑥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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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길손처럼 살면 부자되겠다.

이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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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는 나무?


14.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사람들이 가죽나무라 하네. 그 큰 줄기는 뒤틀리고 옹이가 가득해서 먹줄을 칠 수 없고, 작은 가지들은 꼬불꼬불해서 자를 댈 수 없을 정도지. 길가에 서 있지만 대목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네. 지금 자네의 말은 이처럼 크기만 하고 쓸모가 없어서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걸세.”

장자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너구리나 살쾡이를 본 적이 없는가? 몸을 낮추고 엎드려 먹이를 노리다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높이 뛰고 낮게 뛰다 결국 그물이나 덫에 걸려 죽고 마네. 이제 들소를 보게. 그 크기가 하늘에 뜬구름처럼 크지만 쥐 한 마리도 못 잡네. 이제 자네는 그 큰 나무가 쓸모없다고 걱정하지 말고, 그것을 ‘아무것도 없는 고을(無何有之鄕)’ 넓은 들판에 심어 놓고 그 주위를 ‘하는 일 없이(無爲)’ 배회하기도 하고, 그 밑에서 한가로이 낮잠이나 자게. 도끼에 찍힐 일도, 달리 해치는 자도 없을 걸세. 쓸모 없다고 괴로워하거나 슬퍼할 것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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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는 위나라 재상을 지낸 사람이라고 하는데, 한번 장자에게 면박 받고 또 장자에게 저런 말을 해서 타박을 듣는다. 그런데 실은 둘이 말씨름하면서도 친한 사이였나보다. 혜자가 죽고 장자가 무덤을 찾아가 슬퍼했다고 한다. 장자도 저런 말싸움을 즐겼나보다.

해설은 혜자가 ‘박=물을 담는 것’ ‘나무=목재로 쓰는 것’ 이런 고정관념으로 사물을 보았고 그 ‘쓸모’ 라는 틀에 얽매여 있었다면서 천박한 실리주의자라고 한다. 장자의 말이 멋지기는 더 멋지지만,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열의 아홉은 짱나고 열받고, 한번 정도는 신선하고 그럴 것 같다. 어쨌든 ‘無何有之鄕’이라는 말은 마음에 든다. 내 서재 이름이 텅빈 책꽂이인데 요새 책이 너무 많이 쌓였고, 책이 쌓이다보니깐 종이욕심이 나서 예전에 없앴던 것들이 간간이 아쉽고 그렇다. 無何有之架의 마음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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