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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요 임금이 나라를 허유에게

딸기21 2006. 7. 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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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임금이 나라를 허유에게

8. 요 임금이 나라를 허유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나 달이 떴는데도 켜 놓은 관솔불 빛은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때가 되어 비가 오는데도 밭에다 물을 대고 있으면 그 노고도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位에 오르셔야 세상이 바르게 될 터인데, 제가 아직 임금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있으니, 청컨대 세상을 맡아 주십시오."
허유가 대답했습니다.
"왕께서 다스려 세상이 이미 좋아졌는데, 제가 왕이 되는 것은 오직 이름을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름은 실재의 껍데기일 뿐. 제가 그것으로 뭘 하겠습니까? 뱁새가 깊은 숲속에 둥지를 트는 데는 가지 하나만 있으면 되고, 두더지가 시내에서 물을 마시는 데는 그 작은 배를 채울 물만 있으면 됩니다. 임금께서는 돌아가 쉬십시오. 저는 세상을 다스릴 필요가 없습니다. 부엌의 요리사가 부엌 일을 잘 못해도 제사 시동이나 신주가 술단지와 적대를 들고 와서 그 노릇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막고야산의 신인(神人)

9. 견오가 연숙에게 말했습니다.
"접여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터무니없이 큰소리를 치면서 일사천리로 나아가기만 하고 돌아올 줄을 모릅디다. 그 하는 말이 실로 놀랍고 두렵더군요. 마치 은하수처럼 끝이 없더이다. 엉터리로과장하고 겉돌아 사람들의 일상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들이었소."
연숙이 물었습니다.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였기에?"
"멀리 고야산에 신인이 살았는데 그 살갗이 얼음이나 눈 같고, 처녀처럼 부드럽다고 했소. 오곡을 먹지 않고, 바람을 들이마시고, 이슬을 마시면서 살고, 구름을 타고, 나는 용을 몰아, 사해 밖을 노닌다는 것이었소. 정신을 응집하면 병해(病害)를 막고, 매년 곡식도 잘 익게 한다는 이야기였소. 도무지 미친 사람의 말 같아서 하나도 못 믿겠더구려."

10. 연숙이 말했습니다.
"그렇군. 눈먼 사람은 아름다운 장식을 볼 수 없고, 귀먹은 사람은 종이나 북소리를 들을 수 없지. 몸만 눈멀고 귀먹었겠소, 지각도 그랬겠지. 이것이 바로 그대의 일이구려. 신인은 그의 덕으로 온갖 것과 어울려 하나가 된 것이오. 세상이 모두 평화를 바라는데, 무엇때문에 구태여 노심초사하며 애쓸 필요가 있겠소? 아무것도 이 신인을 해칠 수 없지. 홍수가 나서 하늘에 닿아도 빠져 죽지 않고, 가뭄이 들어 쇠붙이와 돌이 녹고 땅과 산이 불에 타도 데지 않으니까. 이 신인은 제 몸의 먼지와 때, 조의 쭉정이와 겨를 가지고도 요 임금이나 순 임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세상일에 몰두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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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임금은 왕위를 넘기려 하고,
허유는 그따위 이름은 필요없으니 받지 않겠다고 한다.
장자는 허유가 요임금을 타박하는 내용을 쓰면서 은근히 요임금도 이름에 연연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장자 류는 나하고는 영 궁합이 안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읽다보니 의외로 재미가 있다.
그런데 내 귀가 솔깃하는 것은 타박하며 가르치는 위대한 말들이지만, 마음이 가는 것은
견오처럼 어리숙한 보통 사람의 생각이다. 연숙은 보지않고 믿지만 나는 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