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사하라 횡단

딸기21 2007. 2. 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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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꾼 일대 사건, 인생에 단 한번 뿐일 경험이었다.”
“대서양 바닷가에서 시작된 우리의 행로는 홍해에서 끝났다. 그 사이 6400km, 우리는 지옥을 달렸다.”

미국, 캐나다, 대만에서 온 3명의 철인이 111일에 걸쳐 세계 최대의 사막인 북아프리카 사하라를 달려 횡단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어와있네요.
북아프리카의 옛 문헌들에는 사막을 건넌 고대인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현대에 들어 이들처럼 ‘두 발로’ 사하라를 달린 사람들은 없었다고 하는군요. 오늘 이 뉴스, 외신에서 보고서 감탄 반, 부러움 반... 사실 '부러움 반'도 아니지요. 100미터도 못 뛰는 사람이 감히 사하라 횡단을 꿈꾸겠습니까. ^^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철인들은 미국의 찰스 잉글(44), 캐나다의 레이 자하브(38), 대만의 케빈 린(30) 세 명입니다. 리더인 잉글은 TV 프로듀서 겸 모험가로서 ‘초장거리 마라톤’ 주자로 익스트림(극한) 스포츠 세계에선 유명한 인물이라고 하고요. 이미 중앙아시아의 고비사막과 아마존·보르네오·베트남 정글을 가로지른 경력이 있으며 북미 최고봉 매킨리산 등정, 미 네바다주 데스밸리 사막 횡단 기록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승마 기수 출신인 자하브와 아시아의 젊은 모험가로 떠오른 린도 칠레 아타카마 사막 횡단 등의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라네요.

이들의 행로는 지난해 11월1일 프랑스 식민지시절 건물들이 늘어선 대서양 연안의 유럽풍 항구도시 생루이에서 시작됐습니다. 모리타니의 네마를 지나 모래밭과 포장도로를 번갈아 오가며 말리에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적 톰북투(영어명 ‘팀벅투’- 흑흑 여기 가보면 얼마나 좋을까요)에 이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새로운 7대 불가사의’ 후보로도 꼽히는 이 곳은 베르베르, 투아레그, 투부, 툴라니족 등 ‘사막의 사람들’로 불리는 유목민들의 고향입니다. (사막의 사람들, 푸른빛 사람들이라고 하는 투아레그족 또한 '세상에서 가장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 중의 하나랍니다)
뒤이은 코스는 세계 최빈국 니제르의 아가데즈와 빌마로 이어지는 이른바 ‘소금길’. 북아프리카 역사책에 빠지지 않는 고대 소금행상들의 루트랍니다. 이 길을 지나 리비아의 알 카르툰을 지나 이집트의 카이로를 거쳐 20일 드디어 종착지인 홍해의 수에즈 해협에 도착. 총 6437km, 세네갈에서 이집트까지 6개국을 통과하는 여정이었다.
세 모험가들에겐 위성 위치추적장치(GPS)가 지급됐고 미 스탠퍼드대 응급의학전문가 제프 페터슨 교수와 다큐멘터리 전문 저널리스트 도노반 웹스터, 투아레그족 코디네이터 모하마드 이사, 리비아 기업인 오마르 투르비 등 다국적 지원팀이 차량을 이용해 뒤를 따랐습니다.



철인들의 하루는 오전 4시에 시작돼 밤 9시30분 텐트에서 잠이 들 때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하루에 마라톤을 2번씩’ 하는 수준의 장거리 달리기를 111일간 계속한 셈인데요(후아후아) . 낮의 더위는 40도에 이르고 밤에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사하라의 혹독한 조건, 때론 숨쉬기조차 힘든 모래바람과 열파(熱波)에 피부병과 설사병, 자잘한 부상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하루도 뛰는 것을 쉬지 않았습니다. 내로라하는 모험전문가인 이들에게도 사하라는 상상을 넘어서는 고난의 행로였다고 하는군요.

철인들의 이번 도전은 국제구호단체 ‘H₂O 아프리카’가 아프리카 물부족 문제에 세계의 관심을 촉구하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구촌 곳곳에서 11억명이 식수 오염에 고통 받고 있고, 매일 어린이 4500명이 물 부족과 수인성 질병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사하라 횡단팀은 아프리카의 심각한 물 문제를 직접 느끼기 위해 통과지역 곳곳에서 마을들을 찾아 물을 얻으며 생존을 위한 투쟁을 체험해보는 시간들도 가졌다고 합니다.
이들의 여정과 체험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넷 사이트에 실려 있고 H₂O 아프리카의 후원자인 배우 매트 데이먼의 해설과 함께 ‘사하라를 달린다(Running the Sahara)’라는 다큐멘터리 필름으로도 제작될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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