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이슬람이 문제일까, 테러가 문제일까, 학살이 문제일까.

딸기21 2007. 1. 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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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53개국의 연합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서 수단이 2년 연속으로 의장직을 노렸다가 고배를 마셨다. 드러난 이유는 다르푸르 사태 등 인권 논란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이슬람 테러지원국가'로 수단을 지목해온 미국의 거부반응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AU의 이번 정상회담은 아프리카가 마지막 남은 자원의 저장고로 각광받고 있는 시기에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해외 첫 방문으로도 눈길을 끌었지만, 아프리카의 희망찬 미래보다는 인권유린과 학살 등으로 얼룩진 현실만 그대로 노출시킨 셈이 됐다.

"수단은 안돼"

AU 회원국들은 29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제8회 정상회의에서 서아프리카 가나의 아기에쿰 쿠푸오르 대통령을 선출했다. 쿠푸오르 대통령은 수락 연설에서 "민주주의와 빈곤 퇴치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가나는 자원부국도, 군사강국도 아니지만 정치적돚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꾸준히 개발을 진행해가고 있다. 열강의 식민지가 됐던 아프리카에서 1957년 가장 먼저 독립한 나라다. 올해 3월 독립 50주년 대규모 기념행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AU의장국까지 맡아 겹치기 영예를 안게 됐다.

(내가 또... 가나에 가보지 않았겠는가... 가나가 뉴스에 나오는 일은 매우매우 드물다. 지난해 월드컵 때 가나가 유럽 중남미 빼고 유일하게 16강 진출했을 때 말고는 아마 가나 얘기 들어본 적이 별로들 없을 것이다)

오마르 알 바시르 아기에쿰 쿠푸오르
 
떨어진 수단 대통령, 당선 된 가나 대통령


반면 의장국을 노렸던 수단은 목적 달성에 실패한 채 반 유엔총장의 훈계만 듣게 돼 겹치기 수모를 당한 꼴이 됐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은 지난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열린 AU 정상회의 때 의장직을 희망했으나 다르푸르 사태에 발목을 잡혔고, 의장직은 가나처럼 `무난한' 콩고공화국의 드니 사수 응궤소 대통령에게로 돌아갔다. 당시 AU 주요국들은 수단에 의장직을 1년 미루자고 제안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의장직을 노렸지만, 다르푸르사태 인권감시를 맡고 있는 국제앰네스티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데스몬드 투투 주교 등의 반대에 또다시 밀렸다.
수단 측은 AU에서 다른 아프리카국가들과의 마찰을 피하려는 입장이다. 람 아콜 외무장관은 AU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가나를 의장국으로 한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르푸르

다르푸르의 불에 탄 마을. /AFP

`다르푸르 사태' 최대 이슈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30일부터 12일 동안 수단과 나미비아, 남아공 등 8개국 방문에 나서는 것을 비롯해 아프리카는 최근 몇년간 자원외교의 핵심 상대로 부상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최 등을 계기로 AU와 아프리카가 오랜만에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경제 문제보다도 다르푸르가 최대 화두가 돼버렸다.
다르푸르 사태는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 흑인 기독교도 주민들과 이슬람 아랍계 주민들 간의 유혈분쟁을 가리킨다. 미국과 유럽국들은 수단 정부가 이슬람 민병대의 민간인 학살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반면, 아랍계가 주축이 된 수단 정부는 석유자원을 노린 서방의 흑색선전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상호 공방 속에 다르푸르에서는 2003년 이래 20만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가뭄으로 인한 기아 위기까지 겹쳐 대규모 난민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수단 지도
면적 238만㎢, 한반도 10배 크기의 자원부국인 수단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새 회원국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아랍권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대도시는 다국적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큰 시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 국제사회에서는 고립된 처지다.
미국은 수단에 알 카에다 기지가 있다면서 1998년에도 하르툼의 제약회사를 폭격했었다. 뒤에 이 시설은 테러와 전혀 관련 없는 것으로 드러나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졌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소말리아에서 무슬림 반군의 활동이 많아지자 다시 수단의 배후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차드 등 주변국들도 수단의 패권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의장 취임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AU는 모로코를 제외한 아프리카 53개국 연합기구로, 유럽연합(EU) 같은 통합경제권을 지향하며 2001년 결성됐다. 창설 당시 산파역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였으나 2002년 첫해 의장은 남아공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맡았다. 역내 평화유지, 경제개발 협력 등을 담당하고 있다.


반 총장 지도력 첫 시험대


한편 반 총장은 29일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해 수단 측과 회담을 갖고 다르푸르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반총장은 알바시르 대통령과 1시간30분 이야기를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나 "2월 초 다르푸르에 특사를 파견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평화유지군 파견 등이 언제 이뤄질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엔은 현재 다르푸르에 배치돼 있는 7000명 규모의 AU 연합군 대신 2만명 규모의 유엔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려고 지난해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수단의 거부로 들여보내지 못하고 있다. 반총장은 이달초 업무를 시작하면서 이라크전과 중동 분쟁 등 핫이슈들 대신 다르푸르 등 아프리카 인권문제를 핵심과제 1순위에 올려놓아 `정치적 중요성이 낮은 것부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했었다.

반총장은 이날 민주화시위를 탄압해 비판을 받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멜레스 제나위 총리, 4월 대선 출마 포기의사를 밝히고 퇴임준비를 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 등 10여개국 정상들과 연쇄 회동을 가지면서 다르푸르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다르푸르 문제는 반총장의 외교력을 가늠케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BBC방송 등 외신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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