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아 현지언론들이 법석을 떠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AFP통신 등은 20일 남아공에서 최근 며칠새 만델라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언론들이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이루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할아버지 대변인인 젤다 르 그랑제는 이날 국영 SABC 라디오에 출연해 "만델라가 심각한 상태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나 그는 건강하다"며 루머를 일축하고 악성 루머에 관심을 끊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합니다. 그랑제 대변인은 "그는 활기차게 잘 지내고 있고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우리와 매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만델라가 현재 모잠비크에서 부인과 함께 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요하네스버그를 비롯해 남아공 곳곳에서는 며칠전부터 만델라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라는 소문이 나면서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곳곳에 퍼져나가는 소동이 벌어졌었다는군요.
할아버지는 1999년 대통령 임기를 마친뒤 전 모잠비크 대통령 부인 그라사 마샬과 재혼한 뒤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계십니다. 올해 89세의 고령이지만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고요.
지난해말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요하네스버그에 세운 여학교 개교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면서 건강을 과시했었고, 지난 10일에는 인종차별 철폐 투쟁의 동지였던 흑인투사 올리버 탐보 부인의 장례식장에 나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만델라 할아버지와 전부인 위니, 그리고 탐보와 탐보의 부인 아들레이드는 젊은시절 아프리카국민회의 ANC를 주름잡던 쟁쟁한 투사들이었어요. 만델라 할아버지는 대통령 임기 중이던 1996년에 위니와 이혼하고 그라사랑 재혼한 것이고요, '마마 탐보'라 불리던 아들레이드는 최근에 숨졌답니다)
또 13일엔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한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를 면담하는 등 건강한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줬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젊은시절 복싱에 심취했었고 로벤섬 감옥에 30년 가까이 수감돼 있는 동안에도 체력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서전에도 아들과 함께 복싱하던 일 같은 에피소드들이 나와요.
감옥에서부터 시작된 정원 가꾸기와 채소 키우기 같은 할아버지만의 건강비법은 잘 알려져 있지요. 'A Prisoner in the Garden'이라는 책도 나와 있어요. <만델라의 정원>이라니, 생각만해봐도 멋지죠?
여하튼, 고령이라는 것 외에 특별히 건강 이상을 추측케할 사건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델라 위독설'이 번번이 나오는 것에 대해 남아공 정부는 백인 극우세력의 음모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만델라 위독설과 함께, 일각에선 흑백 화해를 설파해온 그가 숨질 경우 흑인들이 백인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백인정권의 악명높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이 철폐된 뒤 흑인과 백인들을 묶어준 것은 만델라가 가진 도덕적 권위와 정치적 카리스마였으니 그런 루머들이 퍼지는 것도 꼭 비난할수만은 없겠지요. 그의 사후를 염려하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지금 대통령이 만델라, 탐보 등과 함께 투쟁했던 고반 음베키의 아들 타보 음베키인데요, 음베키 대통령마저 물러나고 나면 아마도 다수 부족인 줄루족과 만델라 음베키 등등이 속해 있는 유력 부족인 코사족 간에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많습니다) 샐리 드비어 경찰청 대변인은 만델라측 해명과 별도로 성명을 내고 흑백 분리를 부추기는 `습격설' 등을 퍼뜨리는 세력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SABC는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