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자랑하는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센터가 해외 분관을 만들어 소장품들을 장기대여하는 `사업'을 벌일 모양이다. AFP, 로이터통신 등은 벌써 이달 초부터 루브르박물관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인 아부다비에 분관을 낼 계획이라고들 보도를 했다. 조르주 퐁피두 전대통령의 이름을 따 지어진 퐁피두센터는 이달 말로 개관 30주년을 맞는데, 국제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 상하이(上海)에 분관을 낼 계획이다. 상하이 분관은 2010년에 문을 여는데 중국이 소유권을 갖고 운영과 프로그램만 퐁피두 측이 맡는다고 한다.
프랑스 예술계는 이 문제로 발칵 뒤집혔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박물관 큐레이터등 3000여명이 "돈 때문에 프랑스의 자랑거리인 유물과 미술품들을 밖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박물관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냈다고 한다. 루브르가 앞으로 10년 동안 소장품 대여료 등으로 UAE에서 받을 돈이 3억5000만 유로(약 4250억원) 안팎이라고 하니, 유물 내돌려 돈다발 챙긴다는 말이 나올법도 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프랑스의 자랑'이라는 그 소장품들이 어디 프랑스의 것들인가. 루브르의 3대 소장품이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이탈리아 것이고, 승리의 여신 니케상(像)과 밀로의 비너스는 그리스에서 온 것이다. 고대유물실의 이집트 미라와 석상들, 앗시리아의 날개달린말과 사르곤왕 부조 같은 것들은 대개 돈 한푼 내지않고 중동 아시아 등지에서 가져간 것들 아니냐는 말이다. 이런 유물들을 가리켜 세계 문화계는 `약탈미술품'이라고 부른다. 훔치고 빼앗아간 것들을 거액 받고 빌려주면서 "프랑스의 보물들이 밖으로 떠돈다"며 유난을 떤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프랑스 언론들은 아부다비에 세워질 루브르 분관을 가리켜 `사막의 루브르' `모래 속 박물관'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아부다비의 루브르와 상하이의 퐁피두센터가 도마에 오른 것을 보면 속내엔 비(非) 서구지역에 대한 예의 그 경시가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문제의 루브르 분관은 아부다비 정부가 270억달러를 들인 해안관광지구 개발프로젝트에 따라 걸프의 사아디야트섬에 세울 계획이라고 하니 정확히 말하면 `사막의 루브르'도 아닌 셈이다.
지난해 6월 한명숙 총리가 프랑스를 찾았을 때 외규장각 도서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자 프랑스 측은 유물을 한국에 빌려주겠다면서 반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도 안 했다는데,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에서 혹시 전시라도 되면 프랑스 큐레이터들이 또 "우리 것 왜 빼가느냐"며 항의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