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국제회의나 정상회담 장소로 유독 인기를 끄는 도시들이 있다.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회의가 열렸던 케냐의 나이로비나 인권 관련 국제회의 단골 개최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 같은 도시가 바로 그런 곳들이다. 지난해말 아시안게임으로 주목을 받았던 페르시아만 작은 나라 카타르의 수도 도하, `반세계화 지식인'들의 집결지로 알려진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 같은 도시들도 비슷한 `컨퍼런스 도시' 목록에 올릴 수 있다. 국가보다 더 잘 나가는 이런 도시들, 비결은 무엇일까.
도시와 기린, 어울리지 않는 이런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나이로비의 매력이다.
나이로비 국립공원에서 바라본 스카이라인.
나이로비는 실제로는 스모그로 꽉 찬 번잡한 대도시이지만,
`동물의 왕국' 이미지를 통해 환경 도시로 부각됐다.
`환경' 키워드로 각광받는 나이로비
지난해 11월 유엔환경계획(UNEP) 주최로 유엔기후변화회의가 열린 동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각종 환경 회의 주최지로 유명하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환경회의의 모체가 됐던 1982년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바로 여기서 열렸다. 1985년에는 세계여성회의가 개최됐는데, 당시 회의를 주도했던 여성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는 200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왕가리 마타이는 바로 나이로비 북쪽 우후루(자유) 국립공원 일대 그린벨트 지키기 운동을 통해 환경운동의 스타로 부상했다.
오는 20일부터 나이로비에서는 반세계화 비정부기구(NGO)들이 집결하는 세계사회포럼(WSF)이 열린다. 경제 엘리트들의 모임인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맞서 7년 전부터 시작된 이 모임에는 수만명의 NGO 활동가들과 학자들, 언론인들이 모여 `대안 사회'를 토론한다. 이번 나이로비 7차 회의는 기후변화와 환경 쪽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나이로비는 19세기 말 해안과 내륙을 잇는 영국 제국 철도가 개설되면서 철도 중간기착지로 건설됐다. 해발 고도 1600m에 위치, 적도에 가까우면서도 온화한 반사막성 기후를 가진 나이로비는 이후 동아프리카 경제중심지로 커왔다. UNEP와 유엔 하비타트(주거회의) 본부가 있는 나이로비는 미국 뉴욕과 스위스 제네바를 제외하고, 유엔 산하기구의 본부를 유치한 유일한 도시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바라본 남아공의 더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든 더반과 도하
더반은 1999년 국제반부패회의, 2000년 국제에이즈총회, 2001년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 등을 열어 유명해졌다.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의 어두운 과거가 지닌 상징성을 오히려 국제회의 유치에 활용, 인권 논의의 중심지로 거듭난 셈이다.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바닷가 컨퍼런스센터 등 회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각종 국제회의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면한 카타르는 아라비아반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수도 도하는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국제도시다. 이 나라 거주민의 80%인 40만명이 도하에 살고 있는데, 대다수가 카타르인들이 아닌 외국인들이다. 인도·파키스탄 등 남아시아계 이주민들과 중근동 `레반트' 지역 출신들, 미국·영국 등 서방에서 온 이주민들이 뒤섞여 살고 있다.
걸프(페르시아만)에서 바라본 카타르의 도하.
지난해 12월 아시안 게임이 열려 축제분위기에 빠진 도하.
40℃를 웃도는 더위, 건조한 사막기후라는 단점 속에서도 도하가 역내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정부의 투자와 의지 덕분.
카타르는 1일 8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이고, 세계 3위 천연가스 매장량을 갖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1990년대 이후 도하를 국제도시로 만들기 위해 오일달러를 쏟아부어 인프라를 만들었다. 도하개발어젠다(DDA)가 채택됐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비롯해 이 곳에서는 걸프협력기구(GCC) 회의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아시아협력대화(ACD) 회의 등 국제회의들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말 아시안게임을 통해 더욱 자신감을 얻은 도하 시는 오는 2016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도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카타르 정부는 2000년대 들어서는 막대한 돈을 들여 `도하교육도시' 계획을 세우고 세계적인 대학 분교들을 유치하기도 했다. 조지타운대, 코넬대, 텍사스 A&M대, 카네기멜론대 등 미국 유수의 대학들 분교가 이곳에 세워져 교육열 높은 중동 중산층을 유인하고 있다. 국제회의와 교육은 도하의 양대 산업이 되고 있다.
오는 24일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는 각국 정치·경제 엘리트들의 사교장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이 개막된다. 다보스포럼은 각국의 지도급 인사들이 정치·경제 주요 현안과 미래사회의 방향성을 토론하기 위해 만나는 자리다.
다보스 포럼의 이번 회의 테마는 `변화하는 힘의 평형'(The Shifting Power Equation). 이번 포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등 24개국 정상을 비롯해 2400명이 참가한다. WEF 주최측은 ▲경제의 새로운 추동력 ▲지정학적 통치력의 변화 ▲테크놀로지(기술) 발전과 사회 ▲네트워크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토론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이라크 사태와 중동 문제, 도하개발어젠다(DDA)를 살리는 방안 등도 논의될 예정이지만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기후변화와 에너지시스템 등 환경문제다. 로이터통신은 17일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지구환경 문제가 회의를 압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17일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지정학이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0일부터 케냐의 나이로비에선 다보스 포럼에 맞서 반세계화운동 지도자들과 비판적 지식인들이 결집하는 세계사회포럼(WSF) 7차 회의가 열린다. 공교롭게도 올해에는 양쪽의 주제가 모두 기후변화와 환경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주제는 같은데 성격은 반대인, 동전의 양면 같은 회의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서로 겹치는 기간에 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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