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동유럽의 '마지막 과거청산'

딸기21 2006. 12. 1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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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가 동구권 국가들 중 마지막으로 과거청산 작업을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의 압력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옛 공산정권들의 인권탄압과 범죄들을 규명하는 과정의 `최종판'이 될 것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이 18일 전했다.

트라이안 바세스쿠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서 옛 공산당 독재정권의 양민 학살과 인권탄압등을 밝힌 660쪽의 정부 조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공산)정권은 수백∼수천명의 국민을 내쫓고 암살과 처형 등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미 동유럽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공산정권들의 잘못을 밝혀내고 과거사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들이 벌어져왔다. 체코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해 나온 이듬해인 1993년 곧바로 소비에트 시절의 폐해를 밝히기 위한 법을 통과시켰다. 불가리아는 5년전 의회 결의안을 채택, 과거사 청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도 최근 스탈린 시절 소련의 잘못된 정책으로 1000만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대기근을 대량학살로 규정하는 등 `역사 바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루마니아는 유독 과거 문제에 입을 닫아왔다. 1989년 민중혁명으로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하는 등 일련의 과정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루마니아에는 옛 공산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이 남아 있다. 이들은 이번 정부 보고서에 대해서도 "모든 좌파를 악마로 둔갑시키려는 시도"라며 루마니아판 매카시즘이라 맹비난했다. 반면 개혁파들은 정부 보고서가 매우 모호하고 미흡하다며 더 강도 높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루마니아 정부가 정치불안 우려를 무릅쓰고 과거청산에 나선 것은 EU의 압력 때문이다. EU는 2004년 동유럽 10개국을 가입시킨 이른바 `동유럽 빅뱅'에 이어, 최근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다시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올초 유럽의회는 동유럽 공산정권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 동유럽권 국가들에 압력을 가했다. 내년부터 EU에 들어가는 루마니아는 인구 2700만명으로 EU 7번째 인구규모를 자랑하는 동유럽권 `대국'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 잔재 해체와 개발이 늦어져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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