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 해에도 지구촌은 전쟁과 정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고,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이라크 문제를 둘러싼 미 정계의 논쟁,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의 건강 문제, 북한 핵문제 등이 세계를 달군 말잔치의 주요 소재들이었다.
지난 2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사냥을 하다가 오발로 변호사 친구를 다치게 한 사건이 일어나자 미 언론들은 일제히 `사람 잡는 체니'를 둘러싼 풍자들을 쏟아냈다. 곤혹스런 처지가 된 백악관을 살려준 것은 뜻밖에도 평소 말실수 많이 하기로 유명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다.
"체니가 내 하나뿐인 지지자를 쏘았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연일 언론의 질타를 당하던 부시대통령은 이런 농담을 던지면서 공격을 유머로 막아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의 오발사고는 두고두고 비아냥거리가 됐다. 5개월 뒤 체니 부통령이 "러시아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체니 발언은 한마디로 오발사고 같은 것"이라고 일축해버렸다.
이라크 전쟁은 미 정계 최대의 화두였다. 지난해까지 이라크가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던 백악관도 전쟁 4년째인 올해에는 전황 악화를 도저히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그래, 이라크 상황은 나쁘다. 이제 됐느냐." 이라크 문제를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고 비판 받아온 부시대통령은 지난 8일 미국의 정책 실패를 질타한 이라크연구그룹(ISG) 보고서가 나온 뒤 백악관 기자단 질문에 신경질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군 장성들에게서까지 퇴진 요구를 받았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지난달 중간선거 공화당 참패 뒤 "나에 대한 평점은 역사가 고민하게 놔두자"며 물러났다.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 중간선거 때 공화당을 공격한다면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공부 안 하면 이라크에서 고생하게 된다"고 말해 오히려 맹공을 받고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을 비난하는 데에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0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날 연단에 섰던 부시대통령을 가리키며 "이 자리에 악마가 다녀간 뒤 아직도 유황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일본에서는 톡톡 튀는 말들로 유명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9월 자리를 물려줬다. 고이즈미 전총리는 퇴임 두달 전 미국방문 부시대통령과 엘비스 프레슬리 저택을 찾아가 우애를 과시했다. 바로 며칠 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자 고이즈미 전총리는 "엘비스 집에 갔을 때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농담을 했다.
애매모호한 말만 해 전임자와 대조되는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할 것인지 기자들이 묻자 "갔다거나 가지 않는다거나 간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예의 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친(親) 고이즈미파였던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전 게이단렌(經團連)회장은 지난 7월 일본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비판하며 "일본은 아시아의 맹주가 될 능력도, 품격도 없다"고 맹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쿠바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카스트로 대통령은 "쿠바에 100세 장수를 누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가 100살이 넘도록 이 자리에 있지는 않을테니 북쪽 작은 이웃(미국)은 걱정마라"고 말했다.
다음달 카스트로 대통령 80회 생일을 앞두고 리카르도 알라르콘 쿠바 국회의장은 "카스트로는 유별나게 건강한 사람"이라 말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않아 카스트로 대통령이 수술을 받게 되면서 건강 논란이 불거져나왔다.
교황 베네딕토16세는 9월 독일 미사에서 중세 문헌을 인용하며 "무하마드(마호메트)가 갖고 온 것은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이라 말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 탄압 등을 비판해온 작가 오르한 파묵은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터키어와 터키에 주어진 영광"이라며 "오늘만큼은 내 비판적 에너지를 드러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밖에 올해 세계 언론을 장식했던 말들.
▲"친구들을 불러다가 정부를 구성해서는 안된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지난달 주지사 당선자들과의 오찬모임에서)
▲"피노체트 장군이 갖고 있는 금은 결혼반지 뿐이다" (11일 숨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 변호인, 피노체트의 비자금 은닉설을 부인하며)
▲"저기 날아가고 있습니다. 엄청 멀리 날아갔네요" (지난달 우주공간에서 골프를 쳐 200만㎞ 샷을 날린 러시아 우주비행사 미하일 튜린)
▲"아버지 부시는 틀림없이 내 장례식에서 연설할 것"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지난달 자선행사에서 자신보다 22살 위인 조지 H 부시 전 미국대통령의 건강을 추켜세우며)
▲"나는 최소한 아내가 옆집 남자와 달아날 걱정은 없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지난 9월 부인 셰리 여사가 총리공관 옆집에 사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을 욕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자)
▲"(뉴욕에) 올 때는 총리였는데 갈 때는 실업자가 됐다." (태국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친나왓 태국 전총리)
▲"불굴의 희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자리를 맡긴다" (이달말로 임기가 끝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딸기가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제고기, 복제우유... 괜찮을까? (0) | 2006.12.28 |
---|---|
2006 과학계 핫 이슈 (0) | 2006.12.28 |
석탄으로 나는 비행기 (0) | 2006.12.17 |
'앞으로' 유행어 (0) | 2006.12.12 |
화성의 물 (0) | 2006.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