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석탄으로 나는 비행기

딸기21 2006. 12. 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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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으로 석탄을 퍼붓는 일꾼들, 검은 연기를 뿜으며 질주하는 기관차. 


이젠 영화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근대의 풍경'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석탄을 연료로 기차도 아닌 비행기를 움직이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석탄 비행기'가 등장하게 된 것. 물론 비행기에 들어가는 것은 석탄 자체가 아닌, 첨단기술로 뽑아낸 `석탄 기름'이다. 석유 고갈 위기를 맞아 석탄을 기름으로 만드는 액화기술이 에너지위기의 활로로 각광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미 공군은 최근 B52 폭격기에 석탄에서 뽑아낸 기름을 넣어 움직이게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탄광 지대가 많은 미 북부 몬태나주(州)는 지난 10월 10억 달러를 들여 석탄액화 산업단지를 만들기로 하고 광업회사 아치콜(Arch Coal)이 이끄는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었다. `불마운틴 플랜트'라 명명된 이 시설이 2012년 완공되면 하루 평균 2만2000배럴의 기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에는 액화 석탄을 대체연료로 인정, 세제 혜택을 주도록 하자는 법안이 올라와 있다. 나스닥 상장기업인 저가항공사 젯블루 에어웨이스가 이 법안을 지원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내 석탄 액화 사업자들은 세제 혜택을 받아 `석탄기름'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젯블루 측은 석탄기름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던 원유 가격은 현재 60∼65달러 선으로 조금 내려왔으나, 정제유 가격은 여전히 70달러를 웃돌고 있다. 


미 광업협회의 루크 포포비치 대변인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액화석탄은 석유보다 환경오염을 덜 유발한다"며 "액화 석탄 생산량을 늘릴 경우 석유 수입을 줄일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탄액화는 고체 연료인 석탄을 휘발유나 디젤유 같은 액체연료로 전환시키는 기술. 1923년 독일 기술자 프란츠 피셔와 한스 트롭슈가 개발, `피셔-트롭슈 공정'이라 불린다. 고온·고압 상태에서 용매를 사용해 액체로 만드는 직접액화 방식과, 석탄을 우선 가스로 만든 뒤 다시 액체연료로 전환시키는 간접액화 기술로 나뉜다. 


석탄은 석유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지고 극심한 공해를 유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20세기 후반 이후 에너지 왕좌를 석유에 내줬지만, 여전히 전세계적으로는 가장 많이 쓰이는 연료다. 특히 석유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 것에 비해 석탄은 비교적 다양한 지역에 산재, 국제정치적 불안정성이 석유처럼 심하지 않다. 


더 큰 장점은 석탄 매장량이 석유보다 많다는 것. 석유의 경우 일부 중동산유국을 제외하면 매장량에 이미 적색 경보가 울린 상태다. 하지만 석탄은 석유처럼 급박한 고갈 위기에 와있지 않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지만, 미국내 석탄 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매장량보다도 많다. 석탄 액화에 앞장선 이들은 "석탄을 석유처럼 수송 연료로 쓰되 더 `깨끗하게' 쓸 수 있다면 차세대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기 이전 중간 단계로서 시도해볼만 하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대형 석탄회사들 사이에 액화기술 도입의 타당성을 놓고 일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석탄액화 기술을 개발한 것은 과거 미국과 싸우거나 미움을 받았던 나라들이었다. 1944년 독일은 석탄액화기술로 총 650만톤의 기름을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도 2차 대전 때 금수조치를 당하자 이 기술을 발전시켰다. 본격적으로 액화기술을 다듬은 것은 1980∼90년대 악명 높은 인종차별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남아공 백인정권은 석유 수입줄이 막히자 핵발전소를 짓고 석탄액화 시스템을 적극 도입했다. 지금도 남아공에서는 수송에 쓰이는 연료의 30%가 액화 석탄이다. 


`왕따 국가'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액화 석탄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효자 기술로 거듭나게 된 것은 역설적이다. 남아공에는 최근 독일, 미국, 캐나다 등으로부터 석탄액화기술을 배우기 위한 견학단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이 기술에 눈독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저임금 노동력으로 이 산업을 확대할 경우 배럴당 25달러에 석탄 기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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