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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이모저모

딸기21 2006. 11. 1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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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이모저모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한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일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대면했다.
차기 하원의장 선출이 확실시되는 펠로시 대표는 그동안 부시대통령을 정면 비판하며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과 달리, 중간선거 이후 처음 가진 이 만남에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며 `승자의 여유'를 보여줬다고 미국 언론들이 9일 전했다. 선거 캠페인 동안 펠로시 대표는 부시대통령을 `무능하고 위험한 인물' `진실을 가리려는 벌거벗은 임금님' 등으로 맹공했었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 시간 정도 이뤄진 대화에서는 격식과 예의, `애국심'이 무엇보다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남 뒤 부시대통령은 "이슈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 미국을 사랑한다는 데엔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고, 펠로시 대표는 "국가적 문제들을 풀기 위해 우정과 파트너십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요즘 멋쟁이로 각광받는 펠로시 아줌마, 예의바른 건 좋지만 약해지지는 마시라고요...)

○… 7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과거보다 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들은 출구조사에서 집계된 30세 이하 유권자 투표율은 24%로 4년전 20%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전체평균보다는 낮지만 근래 20년 동안 20대 투표율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 젊은층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공화당을 20% 이상 앞질렀으며, 따라서 젊은층 투표율이 올라간 것이 민주당 승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흑인 상원의원 배럭 오바마(넘 잘생겼어 ♡) 의원이 선풍을 일으킨 것과 반대로, 공화당 흑인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랜드 부지사 마이클 스틸은 벤 카딘 하원의원에게 근 10% 포인트 뒤졌다. 오하이오 첫 흑인 주지사에 도전했던 켄 블랙웰은 24% 포인트 차로 졌고 린 스완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21% 포인트차로 낙선했다. 이들 3명은 흑인 표를 거둬들일 공화당의 주자들로 기대를 모았던 사람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흑인의 88%가 민주당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들의 민주당 지지성향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유망한 흑인 후보들'이 참패한 것에 공화당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패의 원인은 공화당 흑인후보들이 흑인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보수색채로 일관된 공약들을 내놨던 점, 흑인 후보 수 자체가 적어 요식행위라는 인식을 줬던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한 공화당 흑인후보는 8명에 그친 반면 민주당은 41명을 내보냈다.



내용과는 상관 없이... 배럭 오바마;;



○…한인들이 많은 활약상을 보였음에도 불구, 미국에 이민온 아시아 출신들의 의회 진출은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인들은 의회에 7명(상원 2명·하원 6명) 진출했으나, 이는 2004년 총선(상원 2.하원 5명)에 비해 겨우 1명 늘어난 수치다. 같은 소수인종인 히스패닉과 흑인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 히스패닉은 이번 선거에서 상원에 3명, 하원에 25명을 진출시켰다. 흑인은 상원 1명, 하원 40명으로 해마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첫 무슬림 의원 탄생에 이어 하와이주에서는 트랜스젠더 변호사가 주 교육위원에 당선됐다. 14명의 교육위원 중 하나로 봅힌 킴 코코 이와모코가 그 주인공. 이와모코는 트랜스젠더로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된 인물인 셈이다. 이와모코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이 트랜스 젠더임을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친(親) 트랜스 젠더 정책을 표방했다.

○…'반전 엄마' 신디 시핸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편들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시핸은 9일 8만여명이 서명한 이라크전 중단 청원서를 부시대통령에게 전하겠다며 백악관 앞 시위를 벌이면서 "럼즈펠드는 희생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부시대통령이 럼즈펠드 장관을 내쫓고 전쟁 비난여론에서 도망치려 하고 있다는 것. 시핸은 청원서를 백악관 안마당에 던져 넣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존 볼튼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바늘방석에 앉은 처지가 됐다.
부시대통령 주변 대표적인 매파 인사의 한사람이었던 볼튼 대사는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한 채 상원 휴회 기간 임명됐기 때문에, 새로 의회가 구성되는 내년 1월 인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화당 일부에서도 반대하는 볼턴 대사 인준을 민주당이 받아들여줄 가능성은 낮다.
부시대통령은 궁여지책으로 9일 볼턴 대사 인준을 의회에 요청했다. 내년 개원 이전에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 의회에서 해결을 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통상 `레임덕 회기'라 불리는 마지막 회기에서 인준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인준안 논의조차 없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 후보인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의원은 볼턴 대사 인준 문제가 "잘 안풀릴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명시했다.

○…권력 실세에서 내쫓기는 처지가 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9일 캔자스 주립대에서 강연하면서 "나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공격 군사작전은 엄청난 성공이었지만 이후 절차는 잘 진척되지 않았다"고 인정한 뒤 국방장관으로서의 실적을 스스로 평가해보라는 질문에 "역사가 고민하도록 놔두자"고 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부시, 고생 좀 하게 생겼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뒤 차기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의원 등 민주당 상·하 양원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나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의 바램과 달리, 내년 초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백악관과 의회의 정면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인준과 미-인도 핵 협정, 러시아 관련 법안들을 놓고 백악관과 민주당이 잇달아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2일 보도했다.

첫 번째 대결은 볼턴 대사 인준을 둘러싸고 이미 시작됐다. 부시대통령은 선거 이틀 뒤인 지난 9일 부랴부랴 볼턴 대사 인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국무부 차관 시절부터 `거친 입'으로 유명했던 볼턴 대사는 대사 지명 때부터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로부터도 비판을 받았었다. 이 때문에 부시대통령은 의회의 반대를 피하려 지난 8월 의회 휴회기간을 틈타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볼턴 대사가 내년 이후로도 계속 대사직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의회에서 정식 인준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부시대통령은 내년 1월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 이번 회기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인준을 관철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이젠 좀 가지...


백악관 정치자문 댄 바틀런, 조슈아 볼튼 비서실장 등 부시대통령 측근들은 12일 연달아 언론과 만나 볼턴 대사가 유엔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데 큰 몫을 해왔다고 강조하며 인준 필요성을 선전했다. 그러나 이라크정책 등을 놓고 백악관과의 협의를 강조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볼턴 대사 인준안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외교를 망친 `네오컨'의 핵심 인물이 유엔에서 미국을 대표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다는 것.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민주당의 조지프 바이든 의원은 "볼턴은 공화당이 장악한 현 의회에서도 투표에조차 부쳐지지 못했던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상원 군사위원장 후보인 칼 레빈 의원도 "볼턴은 유엔 대사직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이른바 `레임덕 회기'로 불리는 이달 회기 동안 인준안을 후다닥 처리하려는 백악관의 의도에 대해서도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의원은 "인준안은 이번 회기에 논의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대통령이 `대사 대리' 등으로 격을 낮춰 볼턴 대사 인준절차를 피해갈 수도 있지만, 볼턴 대사측은 그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처럼, 볼턴 대사도 이번 중간선거가 불러온 `네오컨 퇴진' 행렬에 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언론들은 전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인도 간 핵 협정도 백악관과 민주당 간 힘겨루기의 또 다른 테마가 될 전망이다. 미 의회는 13일부터 인도와의 핵 협정을 비준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를 시작한다. 부시대통령은 지난해 7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이란 핵문제 등등에서 인도 측 협력을 얻는 대가로 인도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기로 하고 이를 전격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핵무기비확산조약(NPT) 가입을 거부한 채 핵무기를 보유하고 실험까지 강행한 인도에 `평화적 핵 이용을 위한 기술이전'까지 약속해줬다. 이 결정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으로부터도 거센 반발을 샀다.

백악관의 결정은 이란·북한 등 미국이 `불량국가'로 규정한 국가들과 인도에 자의적인 핵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핵무기 비확산에 결정적인 흠집을 낸 것이어서 국제사회로부터도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핵 협정 비준 여부를 놓고 조목조목 따져보자며 벼르고 있다. 백악관과 인도 정부는 이번 회기에서 협정안이 무사히 통과되기를 고대하고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러시아 관련 무역법안들도 관심거리. 러시아 경제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는 12일 나란히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둘러싼 미-러 간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WTO 가입 신청을 한지 13년만이다. 오일 머니가 쏟아져 들어온 덕에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러시아는 WTO 가입을 통해 한 차원 도약을 할 꿈을 안고 있으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또다른 정치적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FT 등은 전망했다.

반면 민주당과 몇몇 싱크탱크들은 러시아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미국엔 또 다른 패배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또 러시아가 최근 에너지기업 재국유화 등을 추진하는 등 미국이 요구하는 경제개혁에 어긋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에도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미국은 매년 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재검토, 러시아의 무역상 지위를 결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WTO에 가입할 경우 미 정부는 이 법안을 비롯해 관련 법규들을 개정해야 하는데 의회에서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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