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또 불안한 파리

딸기21 2006. 10. 1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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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자동차들과 성난 무슬림 청년들, 연기 자욱한 파리의 모습이 외신을 장식해 충격을 안겨줬던 프랑스 소요사태가 일어난지 오는 27일로 1년이 된다. 파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유럽 다른 나라들로까지 번져갔던 프랑스 소요 1주년을 앞두고 파리 외곽에서 다시 불안 조짐이 일고 있다.

르몽드, AFP, 가디언 등 유럽 언론들은 16일 파리 주변 빈민 거주지역들에서 경찰을 겨냥한 청소년들의 공격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등 소요사태가 다시 불거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밤 파리 외곽 에피니 쉬르 센에서는 골목에 숨어있던 10대 소년들이 경찰 순찰차를 공격해 경관 1명이 다쳤다. 소년들은 경찰차를 세우고 최루탄을 쏘며 공격했고, 경찰들은 공포탄을 쏘며 도망쳤다. 

지난달 19일에는 남쪽 외곽지역 코르베유 에손에서, 이달 1일에는 북서부 교외 레 뮈로에서 역시 청소년들이 경찰들을 공격했고 일부 지역에선 총기 공격까지 벌어졌다. 당국은 레 뮈로 지역에 경찰병력을 대거 투입, 폭력에 가담한 청소년들을 색출하는 작전을 벌여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졌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청소년들은 의도적으로 경찰을 집중 공격하고 있으며,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우범지역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찰 노조는 청소년들이 경찰에게 살해 위협까지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을 노린 공격은 지난달에만 480건 이상 일어났으며 올 상반기 동안 경찰 2458명이 이런 종류의 공격 때문에 부상을 입었다.




지난 4일 파리 서부 외곽지역인 레 뮈로에는 경찰 병력이 대거 투입돼

청소년 폭력범들을 색출하기 위한 작전을 벌였다. /  AP


프랑스 전역에서는 유혈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찰은 소요 1주년 무렵이 이슬람 금식성월(라마단)이 끝나는 시기와 겹친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16일 각료들에게 "공권력을 공격하는 행위를 강력 처벌하라"고 지시한 뒤 교외 주민 대표들을 면담했다. 

지난해 소요가 시작됐던 지역인 클리시 수 부아의 클로드 딜랭 시장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요 1주년을 앞두고 극우파 정치인 장 마리 르펜과 차기 우파 대권주자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 등이 또다시 무슬림 이민자들을 자극하는 비난발언을 내놓고 있다"면서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좌-우파 간 정치공방만 무성하다고 보도했다. 오는 25일에는 청소년들의 폭력에 반대하고 당국의 무대책과 무능력에 항의하는 교외 주민들의 가두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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