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한국 붐 1

딸기21 2006. 10. 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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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오지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력은 대단했다. 고려상인들이 `코리아(고려)'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면, 21세기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제2의 개국공신은 글로벌 경제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다.

지난달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세디에 있는 줄루족 민속마을을 찾았다. 남아공 경제중심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자동차로 40여분을 달려가야 하는 이 곳은 현생 인류의 발상지라 해서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으로, 남아공 주요 5개 부족의 거주지가 형성돼 있다.
레세디는 현지 부족어인 소토 언어로 `빛이 있는 땅'을 뜻한다. 줄루족과 코사족, 은데벨레족, 바소토족, 페디족들이 일종의 민속마을을 만들어 이 곳에 거주하고 있다. 
하루 2차례 관광객들에게 거주지 일부를 개방, 관람을 시켜주고 구슬공예품이나 토속인형 따위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원주민 마을의 청년들에게도 휴대전화는 가장 갖고 싶은 물품 1순위였다. 줄루족 청년 콜릴리(20)는 취재진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삼성 휴대전화가 몹시 비싸긴 하지만 모두들 갖고 싶어한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줄루족은 아프리카 남부 원주민들 중에서도 `전사의 부족'으로 유명하다. 19세기 초반 `검은 나폴레옹'이라 불렸던 대족장 샤카 줄루가 전사들을 이끌고 영국군을 물리친 뒤 줄루 제국을 만들면서 서방에도 널리 알려졌다. 현대의 남아공에서는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을 배출한 코사족에 밀려 제2의 정치세력이 됐지만 여전히 전사의 기질을 자랑하고 있다. 
레세디 마을 입구에 있는 홀 안에 들어서니 이 지역의 역사를 설명하는 줄루족 영상자료가 켜졌다. 샤카 줄루의 탄생과 남아공의 발전을 다룬 비디오 화면이 LG 프로젝션 TV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인류의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빛의 땅'에 살아온 흑인 전사들은 머나먼 극동에서 온 문명의 이기를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마을 레스토랑에서는 LG TV로 관광객들과 주민 몇몇이 레슬링 경기를 보고 있었다.


한국기업들에 아프리카는 '기회의 땅'


삼성전자는 남아공에서 연간 20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삼성은 유선전화망이 없는 아프리카의 열악한 인프라 조건을 역이용, 무선통신의 황금시장으로 바꾸었다. 
휴대전화 판매대수는 지난 3년간 매년 2배씩 성장했다. 케냐에서는 원주민들의 공용어인 스와힐리어 문자가 입력되는 휴대전화를 팔아 `문자메시지 문화'를 전파시켰다. 100달러 미만의 저가품 시장은 모토롤라, 노키아 등이 물량공세로 메우고 있지만 고급품 시장에서는 삼성이 독보적이다. 삼성전자 케냐 나이로비 지점의 박한배 지점장은 "현지 기업인들 사이에선 삼성 핸드폰이 거래처간 최고의 선물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남아공을 비롯해 케냐와 수단,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동.남부 국가들은 과거의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개발 붐을 겪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 이미 아프리카는 `기회의 땅'을 넘어 `성공의 땅'이 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삼성이 TV 냉장고 오디오 등 가전제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TV, 비디오, 세탁기, 전자렌지, 에어컨 등 휴대전화를 제외한 가전 분야 대부분에서 남아공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아공에서 판매되는 전자렌지 판매량 절반이 LG 제품이다. 
수단에서는 지난해 LG 휴대폰 `대박'이 터져 1억달러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한때 중동 지역에 넘쳐나던 한국 자동차들이 이제는 모두 수단으로 향한 듯하다는 것이 교민들의 전언이다. 아프리카 열대의 더위를 식혀주는 것도 한국 에어컨들이다.

병원이 없어 아직도 킬리만자로 숲에서 따온 약초에 의존하는 케냐의 마사이족 청년에게서 "한국은 테크놀로지 대국이라고 들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들으면서,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높은 이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시장이라는 아프리카에서 한국 상품과 일본 상품의 경쟁은 이미 끝났고, 한국 기업들간 선의의 경쟁만 있을 뿐이었다.


남아공 전자제품 가게의 한국 상품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허시 홈스토어(Hirsch Homestore)는 한국의 이마트같은 대형 유통체인이다. 지난달 25일 남아공 제1의 경제도시 요하네스버그 시내, 포웨이즈의 고급주택가에 있는 허시 매장을 찾았다.
밀레, AEG, 보슈, 지멘스, 소니, 파나소닉, 디파이 등 유수의 브랜드 상품들 즐비하게 진열된 이 상점은 전세계 가전제품 브랜드들의 경연장이라 해도 될 정도였다. 그런 상점에서 가장 넓은 부스는 단연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벽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 매장에서는 트윈쿨링 냉장고 한 대가 1만9100 랜드(약 260만원), 40인치 LCD TV가 2만4999랜드(약 325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다른 브랜드들보다 비싼 편이지만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영업사원과 한참동안 상담을 하던 피터 이셔우드(56)라는 손님은 지방 리조트 호텔들에 TV를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35대 정도 구입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는 "삼성 TV를 집에 갖고 있는데 품질에 매우 만족한다"며 "일본과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가 좋았는데 특히 요새 삼성 브랜드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옆 코너에서 LG 평면TV에 대해 손님에게 소개해주고 있던 인도계 점원 닐 문사미(25)는 "한국 상품들이 대체로 인기가 있지만 특히 TV와 에어컨이 많이 팔린다"면서 "최근 들어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소형 가전제품들도 많이 팔려나간다"고 전했다. 
문사미는 "한국 기업들은 마케팅을 아주 잘 하는 것 같다"면서 "품질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평을 듣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TV를 사러 왔다는 마이크 라빅(47)은 "한국 제품이 일본 소니보다 나을 것 같아서 사려고 한다"며 한국 상품들의 브랜드별 차이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요하네스버그의 신흥 상업중심지 샌튼의 전자제품 전문점 보다컴 매장에서는 한 기업을 넘어 한국의 대표상품이 되다시피 한 삼성 휴대전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게 매니저 트레버(32)는 "삼성 휴대전화가 하루 10~20개 정도 팔려나가는데 젊은층 뿐 아니라 모든 계층에 인기가 있다"면서 사용하기 편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샌튼의 또다른 가게 캣스 디지털 엑스퍼트는 대형 가전제품 매장인데, 중앙에 삼성과 LG 가전제품 코너를 설치해놨다. 쇼핑몰에 온 아이들이 LCD TV 앞에서 신기하다는 듯 다큐멘터리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 앞에는 높이 3m가 넘는 삼성의 휴대전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작년 6월에 만들어진 이 조형물은 삼성에서 세계 주요 공항들에 설치하고 있는 것인데, 요하네스버그가 9번째라고 했다. 2년 계약에 부지 사용료와 제작비 12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남아공 법인이 내세우는 주력상품은 물론 휴대전화이지만, 최근에 LCD, PDP TV 붐이 일고 있어 기대감이 더 큰 듯했다. 삼성전자가 남아공에 지점을 만든 것은 1988년이었고, 1995년에 법인화했다. 현재 주재원 7명과 현지직원을 포함해 143명이 요하네스버그에서 일하고 있다. 

남아공의 휴대전화 신규수요는 연간 700∼750만대. 그 중 60%가 100달러 이하의 저가품인데 모토롤라와 노키아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 휴대전화는 시장점유율 16%로 3위에 불과하지만 고가품에서는 지배적이다. 최근 현지언론의 소비자 인지도 조사에서 가전-전자업계 뿐 아니라 전체 브랜드 중 10위 안에 들며 나이키, 코카콜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제개발 붐 일고 있는 남아공


아프리카 남단에 위치한 남아공은 비록 빈부격차 등의 문제는 있지만 경제개발이 많이 진행돼 있어 대도시들의 거리는 유럽을 방불케 한다. 백인 부유층과 신흥 흑인 중산층들이 많아 소비수준에서는 어느 나라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 곳에서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가 올라간 것은 지난 10년 새의 일이다. 물론 그 힘은 한국 상품의 품질에 있었다. 최고법원이 위치해 있어 `사법수도'라고 불리는 중부 도시 블룸폰테인의 주택가에서 지난해 화재가 났다. 화재로 집을 잃은 샬린 브랜드라는 여성은 잿더미 속에서 눌어붙은 삼성 휴대전화를 발견했는데, 겉부분만 녹아 있고 통화가 가능했다는 얘기가 현지 신문에 실리면서 최고의 홍보 효과를 올렸다. 
한국 기술진이 직접 현지에 와서 지형과 통화 영향 등을 철저히 점검한 뒤 론칭할 정도로 품질 만족도를 높인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삼성 남아공 법인에서는 남부 아프리카 13개국 영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 밖에 동-북부 아프리카의 케냐와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소비자 1억3000만명의 거대한 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구본중 법인장(46)은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99% 기반이 닦였다고 본다"며 연간 5억6000만달러 정도인 매출액을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2010년까지 1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와 함께 남아공의 중심도시인 케이프타운의 최고층 건물에는 LG 광고판이 자리하고 있다. 대서양 연안 워터프론트 쇼핑몰의 전자제품 가게에서는 LG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LG는 TV, 비디오, 세탁기, 전자렌지, 에어컨 5개 제품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G 현지법인에 따르면 2002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매출신장률 35%에 이른다.

남아공 시장은 구매 계층이 양극화 돼있다. 인구 절반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저소득층이지만, 시장의 잠재력은 크다. `블랙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흑인 중산층의 성장, 월드컵이라는 기회 등이 있어 당분간 매년 7~10%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흑백 차별로 인종에 따른 경제적 분리가 심각한 남아공에서는 정부가 흑인들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2003년부터 흑인경제강화(BEE)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항목별로 기업들을 채점, 점수가 높으면 BEE 기업으로 인증해주고 정부조달 계약 등에서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LG는 최근 인사매니저로 흑인 여성을 기용했다.  LG 남아공법인의 주영진 부장은 앞으로 흑인 고용비율을 높여 BEE 인증을 받게 되면 매출이 더욱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업들의 '소셜 마케팅'

아프리카의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검은 대륙'임에는 틀림없다. 아직까지 도로, 통신망 등 기간시설이 완비되지 않은데다 저소득층이 인구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나라들에서 한국 기업들의 활동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부와 사회공헌 같은 `소셜 마케팅(social marketing)'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는 적십자사가 1956년 설립한 아동병원이 있다. 12세 이하 어린이 환자들만 받는 이 병원에서 연간 진료를 받거나 입원하는 환자 수는 25만명.  병원측은 신장이식과 샴쌍둥이 분리수술 등 고난이도 수술을 할 수 있는 높은 의료수준을 자랑한다. 
아프리카 의사들 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온 의사들이 어린 환자들을 진료하는 국제적인 병원이기도 하다. 사하라 이남의 이른바 `블랙 아프리카'에 있는 유일한 아동병원인 까닭에 남아공 외부에서도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 환자들이 실려오곤 한다. 
주거시설과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화상을 입는 어린이들이 많고, 여름에는 탈수, 설사, 영양실조 환자들이 몰리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에이즈. 이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에이즈에 감염된 어린이들이다.

그만큼 중요한 의료시설이지만 여건은 그다지 좋지 않다. 삼성전자 남아공 법인은 올들어 이 병원에 은나노세탁기 20대와 냉장고 3대를 기증했다. 병원 측은 의료진과 직원의 급여는 정부가 주지만 편의시설, 설비 등은 기부로 충당하고 있다며 "삼성의 기증이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를 덜어주는데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삼성은 또 오는 10월29일 `스팀 챌린지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증기기관차와의 달리기 시합을 주최한다. 행사 참가비에 삼성법인 기부금을 모아 구호기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1랜드(약 73원) 모아 에이즈 환자 돕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8년 가나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컵(CAN) 스폰서도 추진중이다. 
이 밖에 한국 경제발전을 배우고 싶어하는 남아공 기업들을 돕는 역할도 한다. 2010년 월드컵 앞두고 남아공 통신회사인 텔컴과 최대 방송 SABC 경영진이 최근 한국을 방문, 디지털 방송시설 등을 견학했다. 유선전화 인프라가 완비돼 있지 않은 아프리카에서 무선인터넷은 오히려 더 잘팔리는 상품이 될 수 있다. 
구본중 법인장은 "남아공 회사들로부터 한국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해도 되느냐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마라톤 강국 케냐의 삼성전자 지점은 어린이 육상선수 4명에게 연간 4만5000달러 지원하기로 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현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LG 전자는 케냐에서 연간 2만달러 정도를 들여 사고 등으로 다친 어린이 150명에게 의수족을 달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매년 3만5000달러를 지원, 한국 의료진을 초청해 구순구개열(언청이) 수술을 돕는 활동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