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아프리카를 구애 작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교역 확대·노동력 공급 등을 무기로 아프리카 공세를 강화하자 미국도 이에 맞서 아프리카 외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 일본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등 대외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아프리카 외교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자원과 잠재적 시장을 갖고도 저발전 상태를 면치 못했던 아프리카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서 열강들의 쟁탈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오바마의 화려한 순방
미국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일리노이주)이자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 배럭 오바마 의원이 지난 20일부터 보름간의 일정으로 아프리카 순방을 시작했다.
오바마 의원은 케냐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 흑인들의 정치적 성장을 대변하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시작된 오바마 의원의 아프리카 순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의 방문은 미국 내 흑인들의 ‘뿌리찾기’ 움직임과 연결되면서 미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미국인들에게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바마 의원은 21일 남아공 의회 연설에 앞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복역했던 로벤섬 감옥 등을 둘러본 뒤 “아프리카가 그동안에는 미국 외교정책에서 의붓자식 취급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아공 에이즈퇴치 시민단체 지도자들을 만난 뒤 아버지의 고국인 케냐와 콩고, 인도양 연안 소국 지부티 등을 둘러보게 된다.
미국은 냉전 시절 뒤로 제쳐놓았던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최근 들어 동·남부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아프리카 해안지대에 미군 기지들을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군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최근 소말리아와 접한 지부티의 르모니에 기지에 1500명을 파병하는 등 주둔군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해군은 또 세계 10위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의 소요 등 정치적 불안요인을 감안,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항공모함을 연 130일 이상 진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구애 작전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 외무성이 앞으로 10년간 정원을 2000명 늘리고 대사관 숫자도 현재의 117개에서 150개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집권 이래 계속돼온 공무원 축소·세출 삭감 계획과 정면 배치되는 외무성의 조직 확대 계획 이면에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라는 목표가 숨어 있다. 일본은 지난해 독일, 브라질, 인도 등 상임이사국 진출을 꿈꾸는 이른바 G4 국가들이 내놓은 안보리 개혁안이 무산된 이유가 아프리카의 지지를 얻지 못했던 데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무성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우선 인력을 수백 명 증원, 아프리카 각국에 대사관을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성의 확대 계획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공격적 외교’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지역 외교력 강화 방안이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식 아프리카 외교의 효력
일단 아프리카 외교에서 고지를 선점한 것은 중국이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아프리카를 점령하다시피 한 중국의 공세를 보도하면서, 중국인들로 들어찬 세네갈의 모습을 전했다. 자동차 경주 ‘다카르 랠리’로 유명한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의 중심가는 과거 식민종주국이었던 프랑스인들 등 유럽인들이 넘쳐났지만 이제는 중국 상인들로 가득하다.
지난달 서아프리카 소국 감비아 수도 반줄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담장에는 중국 참관인단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아프리카 어디에건 중국인들이 없는 곳이 없다. 내전이 끝난 시에라리온에서는 유럽이 아닌 중국이 전후복구·인프라 재건을 주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상무부 통계를 인용,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량이 2001년 이래 4배로 뛰어 지난해 400억 달러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내정치에는 관여하지 않는 실용적 접근으로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유엔사무총장 경제고문을 지낸 미 컬럼비아대 제프리 삭스 교수는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의 아프리카 외교를 평가하며 “중국은 아프리카 빈국들에 이런저런 ‘강의’를 하는 대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이같은 방식이 과거 식민제국의 아프리카 강탈과 다른 중국식의 아프리카 접근법이라고 평가했다.
‘신식민주의’ 논란
중국은 아프리카의 에너지자원 뿐 아니라 토지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짐바브웨 등 적극적 개발 과정에 들어선 아프리카국가들은 중국의 투자를 받는 대신 중국 측에 장기간 토지를 임대해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아프리카 자원을 독점하려 하고 있다는 기사를 하루가 멀다 하고 내보내고 있다. 잭 스트로 전 영국 외무장관은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150년 전 우리(유럽)가 아프리카에서 벌였던 일과 같다”며 식민주의에 빗대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 측은 이런 시선에 대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친밀한 관계는 아프리카가 선택한 것”이라며 식민주의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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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어느 편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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