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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블랙홀에서 희망 싹틀까...민주콩고 역사적 선거

딸기21 2006. 7. 2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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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독재와 내전으로 황폐해진 `아프리카의 블랙홀'에 평화가 찾아올 것인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민주콩고)에서 오는 30일 역사적인 다당제 민주선거가 실시된다. 중부 아프리카의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자원 부국 민주콩고의 선거가 아프리카의 부흥을 예고하는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킨샤샤


BBC방송 등 외신들은 대통령·의회 동시 선거를 앞둔 민주콩고에서 희망과 우려가 동시에 퍼지고 있다며, 독립 이래 첫 민주선거를 맞는 현지 분위기를 보도했다. 

수도 킨샤샤와 루붐바시 등 대도시에서는 벌써 몇 달 전부터 선거 분위기가 고조됐으며, 시민들의 활발한 정치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 미셸 온도이는 BBC 인터뷰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투표"라면서 기대를 나타냈다. 반면 사업가들이나 중산층은 선거 결과에 따라 폭력사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며 두려움을 표출했다. 

킨샤샤 등지에서는 혼란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 등에서 파견된 감시요원들이 선거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려할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민주콩고의 내전은 이미 끝났지만 여전히 다국적군 1만7000명이 주둔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평화유지군을 두고 있는 나라다.

46년 `피의 역사' 

민주콩고라는 이름보다 `자이르'라는 옛 명칭으로 더 잘 알려진 콩고는 독립 이래 최근까지 억압과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를 안고 있다. 

민주콩고는 1908년 벨기에 식민국가로 콩고강 연안에 세워졌다. 1960년 `아프리카 독립의 봄' 때 독립을 얻어냈지만 5년 만에 모부투 세세 세코가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독재가 시작됐다. 1994년 이웃한 르완다와 부룬디 일대에서 내전이 시작되면서 혼란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1997년 중부 아프리카 내전에 참여했던 게릴라 출신 로랑 카빌라가 모부투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 나라이름을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바꾼 뒤 본격적으로 전쟁에 개입해 4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라는 극도로 피폐해졌다. (이 로랑 카빌라라는 작자가 갑자기 아프리카의 중심 인물로 떠올랐던 과정을 외신들을 통해 읽었기 때문에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체 게바라가 아프리카 사회주의 투쟁을 도울 적에 이 작자와 만난 적이 있는데, 시끄럽고 믿을만하지 못한 작자라 언급했다고 한다. 실제로 로랑 카빌라는 혁명가처럼 나타나서는 돌아이처럼 굴었고 어이없이 부하에게 사살됐다)

1999년 민주콩고, 콩고공화국, 앙골라, 르완다 등 분쟁국들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내전이 종식될 기미를 보였으나 2001년 로랑 카빌라가 측근에 암살되면서 다시 한번 혼란에 빠졌다. 석연찮은 과정을 거쳐 아들 조셉 카빌라가 권력을 승계했고, 이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프리토리아 협정'을 맺어 주변국들과의 분쟁을 끝냈다.

내전은 2003년 7월 공식 종료되고 거국 과도정부가 들어섰으며 조셉 카빌라가 과도정부 대통령이 됐다. 지난해 12월 새 헌법이 제정됨으로써 민주콩고는 새 국가로 탄생하는 전기를 맞았다.

자원과 잠재력 

중부 아프리카에서 9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민주콩고는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석유가 나오고 있고, 다이아몬드 구리 코발트 우라늄 아연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콩고강이 있어 아프리카를 주기적으로 황폐화시키는 가뭄 걱정도 비교적 적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동부의 경제성장이 서아프리카로 이어질지는, 연결고리에 해당되는 민주콩고에 달려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지만 내전이 끝난 뒤 개발붐이 일어 킨샤샤 등지의 땅값이 오르고 서방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과는 1963년 국교가 수립됐으나 관계가 소원한 편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3월 조셉 카빌라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하고 9월 킨샤샤 상주공관이 생기면서 교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당선 유력 조셉 카빌라


이번 대선에는 조셉 카빌라(35·사진) 현 과도정부 대통령의 압도적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콩고민주집회(RCD)와 콩고해방운동(MLC) 같은 정당들이 각기 르완다, 우간다의 지지를 업고 후보를 냈다. 부족지도자들과 옛 독재정권 잔당 등 33명이 출마했다. 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없어 단언하긴 힘들지만 카빌라 대통령이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건은 카빌라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할 것인지 여부. 후보 난립 속에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10월 결선투표로 가야 한다. 카빌라 대통령은 2001년 아버지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이 측근에 암살돼 권력을 이어받기 전까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다(아버지가 궁정 쿠데타처럼 보이는 암살로 죽고 나서 아들이 권력을 물려받은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좀 들만한 상황이기도 했었다). 


그는 아버지가 르완다, 부룬디, 앙골라 등지에서 게릴라 활동을 한 탓에, 고국보다는 르완다나 우간다 같은 주변국에서 자라났다. 아버지 수하 부대에서 게릴라 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아버지가 `시끌벅적한 게릴라 군벌'이었던 것과 달리 카빌라 대통령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혼란스런 시기에 `예상을 뛰어넘어' 성공적으로 내전을 끝내고 평화 과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과도정부 수립과 다당제 도입 등 민주화 과정도 무난히 진행시켰다. 향후 복잡하기 그지없는 종족 구도와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덩치 큰 신생 민주국가를 어떻게 끌고 갈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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