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장군들 입 모아 '장관 나가라'

딸기21 2006. 4. 17. 10:14
728x90

미국에서 때아닌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잘잘못을 놓고 전직 장성들이 사퇴론을 주장하고 나서자, 또다른 전직 장성들이 옹호론을 들고 나온 것. 쟁쟁한 전직 장성들이 경쟁하듯 방송에 출연해 장관의 거취에 대해 설전을 벌이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백악관은 럼즈펠드 장관에 대한 신뢰에는 변함이 없다며 편들고 나섰지만 야당은 아예 이 문제로 정치공세를 벌일 태세라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별들의 전쟁


우습게도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럼즈펠드 장관과 함께 이라크 공격 여론을 주도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발언이었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달 말 이라크전쟁의 오류들을 인정하면서 “수천건의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레고리 뉴볼드 전 합참 작전국장이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하면서 “이라크 공격 전에 전쟁계획에 대해 여러번 문제를 제기했지만 럼즈펠드 장관은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앤서니 지니 전 미 중부군 사령관을 포함해 예비역 장성 3명이 장관 비판에 동참하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2003년3월 이라크공격 1달 전 "수십만 명의 미군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가 럼즈펠드 장관에 밉보여 쫓겨나다시피 한 에릭 신세키 장군 사건을 일례로 들었다. 신세키 장군의 말은 후에 사실로 판명됐다.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 11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뉴볼드는 한번도 내게 문제제기한 적이 없었다”고 맞받아쳤고, 조지 W 부시대통령도 럼즈펠드 장관에 대한 신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옹호했다. 그러나 ‘장성들의 반란’은 그치지 않았다. 미 보병1사단장이었던 존 바트스트 장군, 82공수사단장이었던 찰스 스와낵 등 이라크주둔 미군을 이끌었던 예비역 장성들이 잇달아 장관의 독단과 독선을 비판했다. 이들은 “전직 장성들이 퇴역하자마자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을 보면 국방부 지도부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협박이 아닌 팀워크를 아는 장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을 맡았었던 토미 프랭크스 전 중부군 사령관이 13일 방송에 출연해 럼즈펠드 장관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15일에는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 사령관을 지낸 명망 있는 예비역장성 웨슬리 클라크까지 나서서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이로써 모두 7명의 전직 장성이 국방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 셈이 됐다.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해리 트루먼 전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 뒤 맞부딪쳤던 이래 가장 심각한 대결”이라고 썼다.


정치 이슈 될 조짐


급기야 16일에는 리처드 마이어스 전 합참의장이 ‘소방수’로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는 ABC방송 대담에 출연해 “군 출신들이 ‘민간인 보스’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군인)는 장관에게 군사문제에 대해 최대한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직 장성들의 비판에 맞서 이날 럼즈펠드 장관과 민간 군사전문가, 군 간의 협의 내용을 담은 비망록을 공개했다. 이 메모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장관이 합참과 회의를 한 것 만해도 139회에 이른다. 따라서 장관의 ‘독선과 독단’에 대한 비판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부시대통령 측은 연일 럼즈펠드 장관을 엄호하기 위한 성명을 내놓으며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장관의 거취 문제는 정치권의 논란으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민주당 대권후보로도 거론되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지사는 CBS방송에 나와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이 23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들면서 “장관은 장군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치 매커널 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적어도 2001년 9·11 이후에 미국 본토 공격은 안 받았다”면서 럼즈펠드 장관을 지원했다.


문제는 이라크


16일에도 이라크에서 미 해병대원 4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총선을 기점으로 이라크 새 국가 출범 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선거 뒤 넉 달이 지나도록 바그다드에서는 정부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이라크 곳곳에서 벌어진 미군의 초토화 작전으로 잠시 수그러드는 듯했던 저항세력 공격은 지난달 말부터 다시 늘고 있고,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간 내전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 공격 전부터 군 지도부는 "군복입은 이들은 신중한데 민간인(부시대통령과 럼즈펠드 장관)들이 나서서 전쟁계획을 말한다"며 볼멘소리를 냈었다. 하지만 부시대통령은 럼즈펠드 장관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그의 편을 들며 옹호했다. 이번에도 부시대통령이 럼즈펠드 장관을 퇴진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의 최대 ‘치적’이자 ‘과오’인 이라크전 전황은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