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루슨트-알카텔 합병

딸기21 2006. 4. 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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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통신장비 생산업체인 프랑스의 알카텔과 미국의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2일 합병을 선언했다. 이로써 연간 매출액 250억 달러(약 24조3000억원)에 이르는 거대 통신설비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시가총액 134억 달러에 이르는 두 회사는 5년여 동안 계속돼 온 협상을 마무리 짓고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 합병을 선언했다. 새 회사 지분의 60%는 알카텔이 차지하며, 본사도 프랑스 파리에 두기로 했다. 그러나 경영 총책임은 현 루슨트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리셔 러소가 맡기로 했다고 양사는 밝혔다. 새로 탄생할 회사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합병회사는 향후 직원 8만8000명 중 10%에 이르는 9000명을 감원하고 `기업구조 쇄신'에 들어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두 회사는 2001년 합병 협상을 시작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올초 협상에 박차를 가해 전격 통합에 합의했다. 그 이면에는 `중국 변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 테크놀로지, ZTE 등 중국 통신업체들의 약진을 따돌리고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양사가 합병 결정을 내렸다는 것. 외신들은 중국 3세대 이동통신장비 시장 공략이 새 회사의 최대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미-프랑스 합작 거대기업의 탄생으로 에릭슨, 노텔, 지멘스, 시스코시스템 등 공룡들이 포진해 있는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많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가장 큰 이슈는 벨연구소의 향배. 루슨트는 미국 정부의 반독점 조치에 따라 1996년 거대 통신회사 AT&T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로, 현대 통신기술의 상징인 벨연구소를 산하에 두고 있다. 1925년 세워진 벨연구소는 트랜지스터와 팩시밀리, 통신위성 등 통신 관련 분야에서 특허 수만 건을 갖고 있고 노벨상 수상자도 11명이나 배출했다.

미 정부는 `미국의 자존심'인 벨연구소가 프랑스 합작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에 반대해왔다. 미 정부는 이 연구소가 안보관련 프로젝트들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합병 이전에 분리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새로 출범할 합병회사가 미국과 프랑스 기업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 양국 정부의 반독점 조치를 피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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