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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의 '시리아 쟁탈전'

딸기21 2026. 10. 9. 20:50

“우리가 당신 편에 섰으니, 이제 당신이 우리 편에 서라. 새해 오기 전까지 달라지는 게 없으면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 벌어질 거다.”

시리아 동부에서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든 군중 앞에서 과도정부 대통령을 향해 외친 말이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내전이 끝난 뒤에도 시리아인들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시위의 발단은 정부가 연료 가격을 갑자기 최대 40% 올린 것이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탓이라고 했다. 분노가 커지자 정부는 인상분 일부를 철회하고 에너지장관을 의회에 불러 세웠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그대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시리아인 3분의 2가 하루 3.65달러 미만으로 산다. “밀월은 언젠가 끝나게 돼 있었다. 지금이 딱 그 지점이다.” 미국 중동연구소 시리아 전문가 찰스 리스터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재건에는 돈이 든다. 재건 비용이 약 2160억 달러로 추산된다. 작년 1월 취임한 아흐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아사드와 측근들이 털어먹은 나라를 물려받아 외국 돈에 기댈 수밖에 없다. 알샤라는 지난해 5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네 번 만났고, 미국 제재는 전부 풀렸다. 튀르키예,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가 시리아에 돈을 댄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것이 시리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걸프 쪽 바닷길이 막히자 알샤라는 시리아를 ‘현대판 실크로드’로 내세웠다. 어쩌면 호르무즈 수송로 위기가 시리아에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이라크는 원유를 트럭에 실어 시리아 바니야스 항으로 보내고, 정제된 휘발유는 거꾸로 시리아를 거쳐 들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속된 재건계획 중에 실제로 진척된 것은 5% 정도로 추산된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특히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할 아무런 장치 없이 재건 사업이 진행된다고 비판한다. 이들립의 가드파 마을은 집 1500채 중 콘크리트 지붕이 남은 게 7채뿐이다. 다마스쿠스에선 아사드 시절 주민들을 쫓아내고 벌인 개발사업이 걸프 투자자들에게 다시 팔리고 있다. 종교 갈등도 상존한다. 기독교도가 많은 중부 수카일라비야 마을에서는 이달 초 이슬람 수니파 주민들과 기독교인들 간 충돌이 벌어졌다. 

 

이란과 싸우고 있는 미국은 내전이 끝난 시리아에 관심을 쏟을 여력도 의지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중동 미군기지의 가치를 의심해왔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병력을 줄였다. 교착상태인 이란 전쟁이 끝나면 중동에서 안보 관여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워싱턴에서 커지고 있다. 역내에서도 미국 안보우산을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노리는 게 튀르키예다. 미국의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확실하게 이기지 못하면 역내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튀르키예가 그 자리에 들어설 것으로 본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은 옛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신오스만주의’를 내세우며 중앙아시아에서 발칸까지 이어지는 그들만의 지역 질서를 구축하는 중이다. 시리아는 그 야심의 실험장이다. 냉전은 끝났지만, 이란이 약화되면서 생긴 공백을 누가 채우느냐의 싸움이 벌어지는 지정학의 전쟁터가 된 것이다.

 

중동포럼(MEF)은 튀르키예가 시리아에서 원하는 것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국경 너머 쿠르드 무장세력 제거다. 시리아와 튀르키예 국경에는 쿠르드 지역이 있다. 튀르키예 국방장관은 올 2월 시리아에 보낸 병력이 임시주둔군이 아니라 ‘영구적’이라고 했다. 튀르키예의 쿠르드 진영이 시리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는 시리아군이 튀르키예군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리아의 옛 후원자 러시아는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빌려 쓰던 군사기지의 지위가 불투명해졌고,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이 묶인 상태다. 그 틈을 타 튀르키예의 시리아 ‘주둔군’은 ‘군대 재건의 파트너’로 변신 중이다. 2025년 8월 국방협정을 맺었고, 시리아 사관생도 49명이 튀르키예 군사학교에 들어갔다. 새 시리아군의 첫 해외훈련도 튀르키예 주도 ‘에페스 2026’이었다. 무기만 파는 게 아니라 통신망, 지휘체계, 탄약, 정비, 교육까지 한 묶음으로 넘기는 ‘방위 생태계’ 전략이니 한번 구축되면 바꾸기 어렵다. 

 

세번째는 역내 강대국의 꿈을 시리아에서 가시화하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학교에 교사를 보내고, 시리아 교과서에서 튀르키예에 대한 부정적 서술을 빼고 오스만 시대를 재평가하게 했다. 넷째는 경제 통합이다. 철도와 송유관을 잇고 재건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시리아를 하위 경제로 포섭하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남부 골란고원을 반세기 넘게 불법 점령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조차 점령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아랑곳 않는다. 중동 도처가 이스라엘 때문에 지뢰밭이 되는 상황에서 튀르키예는 시리아의 공군기지 세 곳을 정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튀르키예가 드론, 방공체계, 정밀유도무기를 시리아에 넣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에게 시리아 상공은 앞마당이었다. 아사드 시절엔 이란이 헤즈볼라로 보내는 무기를 이 하늘에서 끊었고, 아사드가 무너지자 남은 시리아 군사력을 부숴버렸다. 튀르키예가 방공망을 깔면 그게 끝난다. 튀르키예는 이란과 급이 다르다. 나토 2위 규모의 재래식 군대에, 미국에서 F-16 블록70 40대, 영국에서 유로파이터 20대를 들여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그은 레드라인은 두 개다. 다마스쿠스 남쪽에 튀르키예 영구기지를 두는 것, 시리아 어디든 튀르키예 첨단 방공체계를 배치하는 것. 이란과 헤즈볼라를 두들기던 ‘전쟁 사이의 작전’ 교리를 이제 튀르키예에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8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의 아부 알두후르 기지를 폭격했다. 튀르키예 대표단이 시리아를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미국 관리들조차 “불필요한 긴장 고조”라고 했다. 

 

말싸움도 험악하다. 이스라엘의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는 튀르키예를 “새로운 이란”이라 불렀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에르도안에게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에르도안은 지난주 유엔총회에서 이스라엘을 “살육에 만족할 줄 모르는 집단학살적 사고방식”이라 비난했고, 이스라엘 대표단은 자리를 떴다. 

 

이스라엘의 역내 전략은 ‘잔디 깎기’라 불린다. 이웃들을 군사적으로 계속 눌러두고, 누구도 이스라엘에 도전할 만큼 크지 못하게 하는 것. 이스라엘 입장에서 시리아는 쪼개진 채 남아 있는 편이 낫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남부를 점령하고 무기한 주둔하겠다고 한다. 알샤라에 따르면 그가 집권한 뒤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이 500번 가까이 벌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이스라엘은 시리아 남부의 자기네 군 초소에 수상한 자들이 접근했다며 ‘테러용의자‘ 색출 작전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안보리에서 “튀르키예가 북부에서 차지한 땅이 이스라엘이 남부에서 차지한 땅보다 훨씬 넓다”고 했다. 튀르키예군은 2016, 2018,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내전을 빌미로 시리아에 들어갔는데, 시리아인들이 원해서 들어간 것은 물론 아니었다. 외국군 철수를 요구하려면 이중잣대 없이 모두에게 적용하라는 것, 이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남부 점령을 정당화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튀르키예는 1949년 이슬람 국가들 중 맨 먼저 이스라엘을 승인한 나라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를 ‘제로섬’으로 본다. 몇 년 안에 양국이 무력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여기에 사우디도 한 발을 걸쳤다. 지난 8월 사우디, 튀르키예, 파키스탄 정상이 ‘메카 공동방위협정’에 서명했다. 미국에 대한 불안감, 이란에 대한 두려움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시리아도 하나의 변수가 된다. 사우디가 원하는 건 시리아가 걸프 중심 아랍 질서로 돌아오는 것이다. 비아랍 국가인 이란의 손을 벗어난 시리아가 또 다른 비아랍 국가 튀르키예의 손에 넘어가면 사우디로서는 손실이다. 

 

그래서 메카 협정이 무색하게 물밑 견제가 벌어지고 있다. 사우디는 올 2월 시리아와 약 53억 달러 투자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군사 쪽은 장교 교육, 자문 정도로 협력의 깊이가 얕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거듭될수록 시리아는 군대를 재건해줄 유일한 나라인 튀르키예에 더 기대게 된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다른 후원자가 필요하지만 아직 사우디는 역부족이다. 

 

알샤라는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집권 뒤 알샤라의 첫 해외 방문지는 튀르키예가 아니라 사우디였다. 어떤 이들은 알샤라가 내전 시기부터 튀르키예의 후원을 받되 휘둘리지 않는 법을 익혔다고 분석한다. 분야마다 다른 후원국에 문을 열어 누구도 독점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샤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부 알두후르 폭격 뒤 시리아 외무장관은 “튀르키예 기지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시리아 공군용이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을 달래면서 튀르키예와의 관계도 지킨 것이다.

 

그러나 줄타기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튀르키예 방공망을 들여놓는 것에 이스라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권에 거부권을 쥐는 셈이 된다. 최소한의 자위력도 없는 나라를 알샤라가 통치할 수는 없다.

 

결국 미국이 빠진 자리에서 시리아가 어디로 갈지는, 역설적이지만 미국이 정해야 한다. 튀르키예와 이스라엘 모두의 동맹인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튀르키예와 이스라엘 사이에 합리적 관계를 세울 로드맵을 짜야 미국도 중동에서 짐을 덜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식 거래 외교에 장기 계획을 기대하긴 어렵다. 

 

강대국이 발을 뺀 자리에서 사나운 이웃들이 판을 벌이고, 그 판 위에서 시리아 사람들은 연료값을 걱정하며 지붕 없는 집에 천막을 치고 있다.



  • 참고자료

https://edition.cnn.com/2026/09/29/middleeast/syria-post-assad-what-comes-next-intl

https://www.kurdpress.com/en/news/2799712/Turkeys-Role-in-Rebuilding-the-Syrian-Army-caejhsxq

https://www.npr.org/2026/09/29/nx-s1-5983685/turkey-influence

https://www.meforum.org/mef-observer/why-is-nobody-talking-about-the-turkish-occupation-of-syria

https://www.meforum.org/mef-online/israel-turkey-and-the-contest-for-syria

https://www.thenationalnews.com/news/mena/2026/10/04/syria-christians-suqaylabiyah/

https://www.jpost.com/israel-news/defense-news/article-910670

https://apnews.com/article/syria-oil-iraq-baniyas-hormuz-2be4e63dc6f59c0e2b338c1a1cf425ca

https://www.haaretz.com/opinion/editorial/2026-09-28/ty-article-opinion/israels-occupation-of-syria-is-starting-to-mirror-the-west-bank/000001a0-e45a-d272-adf6-fddea32b0000

https://www.hrw.org/news/2026/09/27/syria-reconstruction-deals-lack-critical-rights-frame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