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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극우파와 손잡은 이스라엘

딸기21 2026. 9. 18. 14:30

6일 치러진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44% 가까운 표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득표율이 5년전 선거의 두 배가 됐다. 일각에선 독일 정치의 지각변동이라 하지만,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작년 2월 연방의회 총선에서 이미 독일대안당은 제2당으로 올라섰고 사민당과 녹색당은 추락했다. 간신히 1위를 지킨 기민당이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극우파의 정부 진출은 막았지만, 독일의 양대 정당이던 사민당의 몰락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듯하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곳곳에서 극우파가 부상한 데에는 탈냉전 뒤 이념적 혼란, 경제 침체와 실업, 이민자 반대 정서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들이 혼자 힘으로 큰 것은 아니다. 돈을 대고 기름을 붓는 이들이 있다. 이를 테면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독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독일대안당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며 편을 들었고 영국의 ‘리폼UK’나 이탈리아, 프랑스 극우세력을 옹호했다.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머스크 돈이 저들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이 있다. 스위스 억만장자가 독일대안당에 돈을 댔다는 보도도 있었다.

네타냐후와 오르반. 2018.7.19. 이스라엘 총리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미디어 재벌 뱅상 볼로레의 자금력 덕을 봤다. 국민연합은 2014년 크렘린과 연계된 러시아계 은행에서 거액 대출을 받기도 했다. ‘오픈디모크래시’ 등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독교 우파의 ‘다크머니’도 유럽으로 흘러간다. 프랑스 기업가이자 투자자인 피에르-에두아르 스테랭은 2023년부터 미국 우파를 본뜬 프로그램을 만들어 반이민·반이슬람 싱크탱크, 우파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에 돈을 대준다.

유럽 극우파와 미국 ‘마가(MAGA)’의 연계는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데 유럽 극우파의 새로운 동맹세력이 있다. 유럽 인종주의, 나치즘의 피해자임을 도덕적 근거로 삼아온 이스라엘이다.

“독일 선거에서 극우파가 대승하자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유럽 극우파들을 부추겨온 것이 바로 이스라엘이다.” 9일 워싱턴포스트 기사 내용이다. 독일대안당은 이스라엘과 ‘공식적으로는’ 관계가 없지만, 스스로 ‘친이스라엘 정당’이라 주장한다.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민 대표가 독일대안당 관계자들과 회동한 적도 있다.

가자 학살 뒤 유럽 전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반발이 극적으로 커졌다. 현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넘어 유대 민족 모두에 대한 반감이 나타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를 싸잡아 ‘반유대주의’라 부른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10여년 전부터 반유대주의에서 출발한 바로 그 정치세력들과 동맹을 맺어왔다. 유럽 극우 정당은 이스라엘과 연대해 반유대주의·외국인혐오 이미지를 세탁하고, 이스라엘은 유럽연합(EU)에서 우군을 확보하는 거래 관계를 만들어온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극우파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반대하고 이스라엘의 점령 범죄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면서 이스라엘 편을 든다. 이는 다시 이스라엘의 범죄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미국의 진보적 유대인 단체 J스트리트의 작년 3월 분석에 따르면 이런 동맹관계는 네타냐후와 헝가리 전 총리 오르반 빅토르로부터 시작됐다. 올 4월 총선에서 패하기 전까지 16년간 집권했던 오르반은 반이슬람, 반이민을 내걸고 EU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한 인물이다. 재임 기간 그는 2차 대전 당시 헝가리의 유대인 학살 협력을 역사 기록에서 지우려 했고 ‘인종 혼합’에 반대하며 나치 부역자를 극찬했다. 그런데도 네타냐후는 오르반과 죽이 맞아 그를 반유대주의 회의에까지 불렀다. 오르반 정부의 한 각료는 “두 사람은 한 집안”이라고 했다.

프랑스 국민연합, 스페인 복스, 헝가리 오르반의 정당 피데스, 벨기에의 플람스벨랑, 포르투갈의 셰거(Chega), 네덜란드 자유당(PVV), 이탈리아 레가, 스웨덴민주당(SD), 폴란드 법과정의당(PiS), 루마니아통합동맹(AUR) 등도 네타냐후의 동맹으로 거론된다.

프랑스 국민연합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은 홀로코스트를 “지엽적인 사건‘이라 했다가 2018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 딸 마린 르펜은 아버지를 쫓아내고 당의 노선을 반이슬람으로 노선을 바꿨다. 그러자 네타냐후 정부의 ‘디아스포라 담당 및 반유대주의 척결부’ 장관 아미차이 치클리는 르펜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스페인 복스당은 네오나치들을 끌어안고 2019년 총선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사람들 후보로 내세웠는데, 치클리는 복스당 전당대회에서 가서 “이스라엘과 연대했다”고 칭찬했다.

스웨덴민주당(SD)은 창립자 중에 나치 무장친위대 대원이 포함돼 있고 안네 프랑크 모욕 등 다양한 반유대주의 행동들을 해왔는데, 네타냐후 정부는 그들과도 손을 잡았다. 창설자가 나치 독일의 장관이자 나치 친위대 장군이었던 오스트리아 자유당 대표, 영국 극우파 나이젤 패러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세르비아계 극우 민족주의자 등이 이스라엘을 연달아 찾으며 관계를 과시했다.

미국 윌리엄앤메리대 정치학 교수 파리드 하페즈는 미들이스트아이 기고에서 유럽 극우파가 이스라엘 쪽으로 방향을 튼 시기를 2010년으로 잡았다. 오스트리아·벨기에·독일·스웨덴 극우 지도자들이 그 해 이스라엘을 방문해 ‘예루살렘 선언’에 서명했다.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전체주의적 위협에 맞서 서구 민주주의 공동체를 지키는 선봉”에 자신들이 서 있다면서, 반유대주의에서 이슬람 혐오로 전략을 바꿨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줬다.

친이스라엘, 친시오니즘 입장으로 전환한 극우파는 이스라엘을 ‘유럽과 서방 안보의 최전선 수호자’로 치켜세우고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국, 이스라엘과의 동맹은 유럽 극우 세력이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부상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스페인 복스나 포르투갈의 셰거 같은 신생 극우정당들에게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정치적 네트워크와 자금을 지원받는 경로였다. 복스는 네타냐후 선거캠프에 있던 사람들을 영입해 홍보 컨설팅을 맡겼다.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2024년 5월, 복스 당대표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를 만나 하마스와의 전쟁을 지지했다. 포르투갈 의회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 편을 드는 셰거의 전당대회에는 리쿠드당 인사들이 참석했다.

가자 학살 뒤 국제사회의 지탄이 쏟아지자 이스라엘에는 유럽 극우정당과의 관계가 더 중요해졌다. 가이 사르 외교장관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우호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프랑스 국민연합, 복스, 스웨덴민주당과 물밑 대화를 시작하라고 작년 2월 외교관들에게 지시했다. 이제는 이스라엘과 유럽 극우의 관계가 제도화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2025년 유럽의회 극우 연합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PfE)‘에 유럽 바깥 정당으로는 최초로 옵서버로 가입한 것이다. 올 1월 이 연합체 대표단은 이스라엘로 가서 네타냐후를 만났다. 2000년 오스트리아에서 외르그 하이더의 극우 자유당이 연정에 들어가자 이스라엘은 외교관계를 격하하며 반발한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체코 국제관계연구소(IIR)의 아즈리엘 베르만트는 이스라엘이 네타냐후 집권 뒤 “금기를 깼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아무리 극우파의 목소리가 커진다 해도, 유럽 시민사회는 건재하다. 수십년 동안 이스라엘의 행태를 유럽도 방조해왔다는 비판은 사실이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유럽의 태도가 점점 강경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팔레스타인을 향한 이스라엘의 폭력은 계속 심해지다가 가자 학살에까지 이르렀고, 이제는 요르단강 서안 땅을 불법적으로 차지한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공격하고 살해한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유럽 몇몇 나라들은 ‘정착촌 제품 수입금지’ 조치에 들어갔고, 영국 노동당 정부도 이스라엘과 선을 긋기 시작했다. 유럽 대학과 연구기관들도 이스라엘과의 파트너 관계를 조용히 끊거나 미루거나 제한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의 행태에 누구보다 불안해하는 것은 유럽 유대인이다. 지금은 무슬림들을 향해 서있는 극우파의 칼날이 언제 유대인들에게로 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J스트리트는 “네타냐후는 세계 극우 민족주의자들과 한패”라면서 “그들과의 동맹관계를 통해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저버리고 있으며, 디아스포라 유대인뿐 아니라 극우파가 박해하려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협하는 일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 1월 예루살렘에서 ‘반유대주의 퇴치 국제회의’가 열렸는데 그 회의를 앞두고 이스라엘 학자 샤론 파르도는 예루살렘포스트 기고에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바로 네타냐후 치하의 이스라엘이 유럽의 극우 세력과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이다”라면서 지금은 이스라엘을 지지할지라도 결국엔 그들로 인해 유럽 유대인 사회가 더 큰 해를 입을 것이며, 극우파와 손잡는 것은 “전략적으로 자멸적인 행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언론인 라울 우틀리프도 EU리포터 기고에서 “유럽을 파멸로 이끈 민족주의가 부활하는 것을 막아왔던 유럽의 방화벽이 무너지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그 선봉에 서 있다”면서 극우 세력을 옹호하는 것은 “역사를 배신하는 행위이자 유대인의 안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했다.
유럽과 미국 유대계로부터도 이렇게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을 상대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면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다음달 이스라엘 총선에서 이스라엘 유권자들은 또다시 네타냐후를 선택할까. 그들의 투표소 밑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피가 흐르고 있는데 말이다.



https://eu.boell.org/en/2026/09/08/2026-saxony-anhalt-state-election
https://www.newsweek.com/elon-musk-far-right-germany-england-europe-2008828
https://www.yahoo.com/news/austria-investigating-campaign-donation-germanys-130028915.html
https://www.illiberalism.org/pierre-edouard-sterins-cultural-battle-how-a-french-tycoon-invests-culture-and-education-to-change-politics/
https://www.opendemocracy.net/en/russia-ukraine-war-putin-europe-far-right-funding-conservatives/
https://www.opendemocracy.net/en/5050/the-american-dark-money-behind-europes-far-right/
https://english.atlatszo.hu/2026/05/14/just-before-the-election-the-orban-regime-distributed-a-fortune-among-its-foreign-cheerleaders/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6/09/08/israel-boosted-europes-right-wing-recoils-german-partys-gains/
https://www.jpost.com/opinion/article-884576
https://www.eureporter.co/world/israel/2025/02/28/israels-dangerous-embrace-of-europes-far-right/
https://www.iir.cz/azriel-bermant
https://jstreet.org/sites/default/files/2025/03/Avraham-Spraragen-Netanyahus-Global-Far-Right-Alliances.pdf
https://www.osw.waw.pl/en/publikacje/osw-commentary/2026-02-13/what-counts-present-israels-alliance-european-right
https://www.dailysabah.com/opinion/op-ed/european-far-rights-great-turn-toward-israel
https://www.osw.waw.pl/en/publikacje/osw-commentary/2026-02-13/what-counts-present-israels-alliance-european-right
https://www.newarab.com/analysis/why-israel-embracing-europes-far-right-parties
https://www.middleeasteye.net/opinion/why-israel-joining-hands-europes-far-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