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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또다른 전쟁, ‘유대인 정착촌’

딸기21 2026. 8. 13. 08:30

팔레스타인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전쟁. 이스라엘이 초토화시킨 가자지구가 아니라, 이번엔 요르단강 서안지구다.

7월 5일, 데이르 암마르 마을의 검문소에서 이스라엘군이 생후 넉 달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던 부모를 막았다.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차에서 내린 부모가 걸어서 아기를 데려가다 구급차에 태웠으나 검문소들을 피해 40km를 둘러가야 했다. 아기는 병원에 도착했으나 결국 숨졌다. 유엔 팔레스타인 구호기구(UNRWA)가 7월 10일 내놓은 ‘인도주의 상황 보고서’ 내용이다.
1만2000명이 사는 베이틸루, 데이르 암마르, 잠말라 등지의 접근로를 이스라엘군이 막아버렸다. 남은 길은 비포장도로 하나뿐. 이런 봉쇄가 넉달 째 이어졌다. 직장에도, 학교에도, 시장에도, 병원에도 가기 힘들어졌다.

The Israeli settlement of Neve Yaakov in the northern area of East Jerusalem, foreground, and the Palestinian neighbourhood of al-Ram, background, are divided by Israel's separation barrier [File: Ahmad Gharabli/AFP]

 
팔레스타인은 서안과 가자로 나뉘어 있다. 그 사이에 이스라엘이 있기 때문에 두 지역 주민들이 서로 오가기도 힘들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중심 지역은 서안 지구.
이스라엘은 오래 전부터 서안과 가자를 분리시키는 전략. 서안의 자치정부와, 가자의 하마스 정부 간 내분도 있었지만 이스라엘이 이들의 분열을 부추김. 그러면서 가자를 꽁꽁 틀어막고 압박해왔던 것.
가자에서 이스라엘이 무자비한 작전 펼치는 명분은 하마스 뿌리뽑기.
반면 서안에서는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핵심에 있다.
이미 1980년대부터 서안 곳곳에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었음. 그 정착촌들을 도로로 이으면서, 검문소 설치하고 분리장벽 만들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나다니기 어렵게 함.
팔레스타인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이스라엘 가서 저임금 노동자로 일을 해야 함
그런데 툭하면 봉쇄하고, 검문소에 무작정 세워두고, 일하러 못 가게 하는 것.
7월 13일, 이스라엘 군대가 분리장벽 넘으려던 팔레스타인인 사살.
장벽 건너려다 사살된 사람, 2023년 10월 이후 최소 20명.

정착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요즘 왜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네타냐후 정권이 서안 정착촌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
2024년 초부터 이스라엘은 여러 곳에 ‘정착촌 전초기지’를 만들었다. 유대인 마을들을 짓기 시작하면서 팔레스타인 마을들은 도로를 끊고 아기가 죽어나가게 하고 주민들을 내쫓고 있는 것이다.
2023년 1월부터 올 7월 초까지 팔레스타인 마을 46개가 완전히 사라졌다. 6200명이 강제이주를 당했는데 절반 가까이가 아이들이다. 주민 일부가 쫓겨난 마을들까지 합하면 100곳이 훨씬 넘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관실(OCHA)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부터 2026년 7월 13일까지, 1,111명의 팔레스타인인(그 중 최소 243명은 어린이)이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점령된 서안지구에서 사망. 이스라엘군 뿐 아니라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 공격.
올들어 서안에서 정착민이 일으킨 폭력 사건은 1200건이 넘는다.

이스라엘은 1967년부터 서안 지구를 사실상 점령.
동예루살렘을 뺀 서안 전역에 팔레스타인 주민 약 300만 명, 이스라엘 정착민 약 50만 명.
2000년대 이스라엘 총리를 지낸 아리엘 샤론.
1980년대 레바논 내전에 개입해 학살 벌인 주범. 당시 국방장관 사임한 뒤 주택건설부 장관 되어서 정착촌 정책을 시작한 인물.
그런데 총리 되고 나서는 나름의 결자해지(?)를 목표로, 서안 정착촌들에서 일부 철수시킴.
하지만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뒤를 이은 정권들은 정착촌 문제 해결에 소극적.
그러더니 네타냐후 정부는 아예 적극적인 확장 정책.

유럽에서도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2014년, 영화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소다스트림 광고가 논란이 됐었다.
이스라엘 기업으로 미국 수퍼볼 경기를 후원하며 대대적으로 광고하던 소다스트림...
그 본사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설치한 정착촌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이 요한슨을 홍보대사에서 제외하는 소동이.
당시 유럽연합이 정착촌에서 생산된 이스라엘 물건에 ‘메이드 인 이스라엘’ 대신 ‘메이드 인 정착촌’ 라벨을 달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스라엘이 난리쳤음.
이번엔 그걸 넘어서, 유럽 안에서 정착촌 생산물품 수입 금지 움직임.
네덜란드 정부, 7월 21일 정착촌 관련 법령 최종 승인.
9월 22일부터 "팔레스타인 영토 내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 구매 및 판매"를 금지하게 됨. 이미 지난해부터 하원에서 다수 지지를 받은 법령.
네덜란드 기업이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과 관련된 거래를 중개하는 것도 불법이 됨.

알자지라방송 따르면 이스라엘 점령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 대리한 소송도 진행 중.
이 소송 주도해온 글로벌에코그룹 6월 발표,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수출량의 3분의 1, 그리고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수출량의 거의 절반이 네덜란드로 오고 있었다고. 주로 아보카도, 대추야자, 오렌지, 포도, 허브 같은 농산물.
연간 무역규모가 수천만 유로로 추산되지만 정확한 수치는 파악하기 어려움.
이번 법령,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시리아 골란고원 생산품도 수입 금지시킴.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 헤르트 빌더스는 이번 법안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금수조치가 “매우 수치스럽다”고 주장.

유럽에서 정착촌 산물 수입 금지 조치한 나라, 4곳.
스페인, 아일랜드, 벨기에에 이어 네덜란드.
202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는 자문 의견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과 서안 지구 정착촌 건설은 불법이며, 국제사회가 이러한 상황을 끝내기 위해 무역 또는 투자 관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음. 네 나라 조치는 이런 의견들을 근거로 한 것.
그러나 유럽연합 회원국들 입장은 엇갈림.
이달 13일 유럽연합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불법 정착촌에 대한 무역 제재 안건이 부결됐다.
같은 날 정상회의에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비공개로 제출한 세 가지 방안을 논의.
이스라엘 압박하기 위한 3가지 옵션. 수입허가제, 관세 인상, 그리고 가장 강력한 무역금지 조치.
그러나 어느 것도 다수 지지를 얻지 못함. 그래서 계속 논의 중인데, 심지어 표결 방안을 놓고도 만장일치여야 하는지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견 불일치.
유랙티브 등 보도를 보면 무역금지 통과시킨 네 나라와 프랑스는 전면 수입 금지에 찬성.
독일과 이탈리아는 반대.

이스라엘을 둘러싼 분열, 유엔 무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7월 24일 유엔 인권 최고대표 볼커 튀르크가 재선에 성공. 10월 11일까지 임기인데 4년 연장.
193개 회원국 유엔 총회 투표에서 찬성 144표, 반대 10표, 기권 13표로 가결.
왜 이게 이슈가 됐느냐.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이 반대했거든. 미국은 투표 자체를 미루자고.
튀르크는 오스트리아 법학자 출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하게 비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에 대해서도 비판적.
원체 어려운 자리. 1993년 이 직책이 만들어졌는데, 재선된 사람은 처음임.
유엔 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는데 미국은 유엔의 밀실 인사라고 비판,
러시아는 서방의 지정학적 이익을 추구한다고 비난.
이스라엘 외교부는 최고대표 연임된 것이 유엔 사무총장의 ‘도덕적인 실패’를 보여준다고 주장.
유엔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한국은 그 표결에서 기권. 부끄러운 일이다.
반대표 던진 나라는 미국, 러시아, 아르헨, 이스라엘, 니카라과, 아프리카의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 중미 카리브 국가 트리니다드토바고, 그리고 북한 10개국.
기권은 한국, 뉴질랜드, 이라크, 에콰도르, 스리랑카 등 13개국.
튀르크 대표, 올 5월에 한국 와서 북한 인권문제 논의하기도 했었는데.
미국 눈치를 봐야 했다고 하기엔, 일본이나 세계 절대 다수 국가들과 비교해봐도 명분 없음.
한국은 인권이사회 의장국도 여러번 했는데. 그동안 인권 관련 의제에서 입장 같이해온 나라들이나 투표그룹에서 이탈해 이례적으로 기권한 것.
투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투표이유(Explanation of Vote, EOV)’도 내놓지 않음.
이런 투표에서 기권 혹은 반대표 던지는 것은, 인권 문제 있는 국가들 명단에 이름 올리는 꼴.
뉴질랜드가 기권하자 유엔개발기구(UNDP) 총재를 지낸 헬렌 클라크 전 총리는 “뉴질랜드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했다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국제 인권 이슈에 대응해온 국내 단체들의 연합체인 국제인권네트워크, 한국 외교부에 기권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청.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위상 제고, 발언권 확대 등에는 규범적, 원칙적 입장 필요.
이제 이런 행태 그만해야.
참고자료

https://www.unrwa.org/resources/reports/unrwa-situation-report-230-humanitarian-crisis-gaza-strip-and-occupied-west-bank
https://www.aljazeera.com/news/2026/7/21/netherlands-to-sanction-trade-with-illegal-israeli-settlements
https://www.euractiv.com/news/belgium-approves-ban-on-imports-from-israeli-settlements/
https://www.aljazeera.com/news/2026/7/13/eu-countries-consider-sanctions-on-trade-from-illegal-israeli-settlements
https://www.reuters.com/world/un-assembly-approves-four-year-extension-mandate-rights-chief-2026-07-24/
https://apnews.com/article/turk-human-rights-chief-united-nations-61dc91622d141da0aba689e6436ea47c
https://media.un.org/unifeed/en/asset/d357/d3570803
https://www.minbyun.or.kr/?p=69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