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가 또 바뀌었다. 7월 20일, 앤디 버넘 총리 취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0년 새 영국의 일곱 번째 총리.
너무 자주 바뀐데다, 이번엔 총선 없이 집권 노동당이 당의 지도자를 바꾸면서 총리가 교체된 것이라 세계의 관심은 제한적이었음.
버넘은 취임 첫 발언에서 정치가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주요 각료 인선에서 전 국방장관 존 힐리를 넘버2인 재무장관에 앉히고 에너지장관이었던 에드 밀리밴드는 외무장관으로 옮김. 하지만 대부분 각료는 유임.
눈길 끄는 것은 인공지능(AI) 장관을 만든 것. 과학혁신기술부를 없애고 기업혁신과학통상부로 확대개편하면서, 부처 장관과 별도로 인공지능 담당자를 내각회의에 참석하는 각료급으로 격상시킴.
영국 최초 인공지능 장관 카니슈카 나라얀은 1989년 인도 비하르주에서 태어나 12세 때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 옥스퍼드대(정치철학경제학)와 스탠퍼드대(MBA)를 나왔고 2024년부터 하원의원. 2025년 9월부터 AI·온라인안전 담당 차관보, 이번에 입각.
정부 부처나 각료직 명칭에 인공지능(AI)을 명시한 나라들, 아직은 많지 않은데 늘어날 것 같다. 현재 확인되는 나라는 네 곳.
아랍에미리트(UAE) — 2017년 세계 최초로 AI 담당 장관직 신설.
작년 5월 캐나다가 ‘AI·디지털혁신부 장관’직을 만들었고 9월에는 카자흐스탄이 ‘AI·디지털발전부’를 독립된 부처로 신설. 그리고 이번 영국.
프랑스는 2024~2025년 ’디지털·AI 담당 위임장관(delegate minister)’직을 뒀는데 독립 부처가 아니라 다른 부처 산하 위임직, 그나마도 정부 교체마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 제 기능을 못함.
인공지능 장관들은 그 분야 전문가들이 주로 맡을까?
영국의 나라얀 신임 장관은 인공지능 전문가라고는 볼 수 없고.
UAE의 오마르 술탄 알 올라마는 정확히 표기하면 ‘AI·디지털경제·원격근무 담당 국무장관’.
두바이 출신, 1990년생. 22살부터 총리실에서 근무.
인공지능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 두바이와 UAE가 미래 기술세대의 얼굴로 내세우는 인물.
2015~2017년 세계 드론 레이싱 기구 사무총장. 2017년 11월부터는 두바이 미래재단 부대표. 두바이가 자랑하는 관광명소이기도 한 ‘미래박물관’ 운영하는 재단.
UAE는 2019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인공지능대학교도 설립. 거기 자문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고.
2023년부터는 유엔 인공지능 고위급 자문기구 위원으로 활동. 유엔 AI 거버넌스 대화, 세계경제포럼(WEF) 디지털경제 분야 회의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2023년 미국 시사잡지 《타임》이 처음 발표한 ’AI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됨.
캐나다의 AI·디지털혁신부 장관인 에번 솔로먼은 1968년생으로 CBC방송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출신. 기술 전문가는 아닌데, 취임 초반 여러 연설에서 AI를 ‘구텐베르크의 순간’에 비유하는 등 낙관론 펼치며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는 양상.
카자흐스탄이 인공지능 장관을 둔 것은 좀 신선한데.
중앙아시아에서는 AI 국가 전환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나라.
2025년 9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의 지시로 기존 부처를 개편해 ‘인공지능디지털발전부’로 명명. 초대 장관은 부총리급 자슬란 마디예프 장관.
컬럼비아대(국제행정학 석사)와 MIT 슬론경영대학원(MBA). 국립은행·전략기획개혁청 등 정부 요직을 거침. AI 장관 되기 전 별명은 ‘크립토 담당자’. 암호화폐,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여줌. 목표는 야심차다. 3년 내 '디지털 국가'로 전환하겠다며 경제 전반에 AI를 전면 도입하고 세계적 수준의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선언.
AI 담당 장관이 아닌, AI 장관도 있다.
작년 9월 알바니아는 세계 최초로 AI로 구동되는 ‘가상 장관’을 둔 나라가 됨.
이름은 ‘디엘라’(알바니아어로 ‘햇살’이라는 뜻).
당시 에디 라마 총리의 발표에 따르면 내각의 유일한 ‘비인간 구성원’.
입찰 비리를 막기 위해, 모든 공공조달을 정부 밖에서 디엘라가 담당한다고.
원래는 정부 디지털 플랫폼인 ‘e-알바니아’에 운영자로 등장하는 아바타.
공공조달 관련 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걸 강조하면서 상징적으로 장관 역할을 맡긴 것.
과학기술 관련 부처 이름들이 ‘정보통신’에서 ‘디지털’로, 이제 AI로 바뀌는 걸까.
AI 이전 유행은 ‘디지털’. 이를 테면 프랑스는 2012년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담당 위임장관’을 만들었음. 위임장관은 독립 부처를 이끄는 장관은 아니고 장관 밑의 자리.
폴란드는 2015년 12월 디지털부 신설. 하지만 2020년 없앴다가 2023년 다시 설치.
이탈리아는 2006년에 기술혁신부 장관직을 만들었는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공석.
‘기술혁신·디지털화부 장관’으로 재도입됐다가 2022년 폐지.
이름만 있다고 정책이 나오는 게 아님을 보여줌.
드론 전쟁으로 유명해진 우크라이나은 2019년 8월 ‘디지털전환부’ 신설.
덴마크는 2022년 12월 ‘디지털화 장관’직 신설
독일은 지난해 5월 ‘연방 디지털·국가현대화부’ 신설. 주요 서방국 중에서는 비교적 늦게 독립 부처로 만들었음.
이 영역은 오히려 아시아가 더 빠름.
태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2016년 디지털경제사회부 설립.
같은 해 인도도 전자·정보기술부를 개편하면서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핵심 기치인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 하지만 이름에 디지털을 넣지는 않았음.
일본 — 2021년 ‘디지털청’ 신설
대만 — 2022년 ‘디지털발전부’ 신설. 애플에서 ‘시리’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오드리 탕이 초대 장관 맡았는데 대만 최연소 각료이자 최초의 트랜스젠더 장관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말레이시아 — 2023년 12월 ‘디지털부’ 신설
인도네시아 — 2024년 기존 통신정보부를 ‘통신·디지털부’로 개편
싱가포르도 같은 해 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에서 업무 모아서 디지털개발정보부 만들었음.
정리하면,
2016년 전후 태국 등 신흥국들이 국가 인프라 확충과 IT 경제 성장을 목적으로 '디지털' 명칭을 빠르게 도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1년~2023년 일본, 대만 등이 행정서비스를 디지털화해 효율성을 높이려고 장관급 전담 조직을 신설.
2024년~현재는 일종의 AI 융합기, 디지털·AI 전담 부처를 정비하는 추세.
이름에 디지털 넣고 AI 장관직 만들면 인공지능 정책이 잘 되나?
UAE는 “AI 담당 장관을 실제로 둔 최초의 정부”라는 점을 국가 브랜딩에 활용. 하지만 알 올라마 장관 본인이 “AI가 모든 것의 답은 아니다”라며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균형론이 존재하는 듯.
카자흐스탄에서는 AI 거버넌스 중앙집중화가 오히려 숨은 위험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산업계에서는 자국내 인증된 AI 솔루션조차 정작 정부가 쓰지 않는다며 실효성을 문제삼는 시각이 있음.
이번에 장관 신설한 영국 반응을 보니까. 나라얀 장관 본인은 “AI의 중요성에 대한 총리의 강한 의지의 표시”라고 표현함.
소셜미디어 X에 임명 직후 글 올리면서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일 가능성이 크며, 그 영향력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할 것”이라고 썼음. “다시 산업화된 영국, 더 강해진 국가안보, 더 나아진 공공서비스”라고 덧붙임.
‘스타트업 연합’ 등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 찬성 측은 “AI 거버넌스와 산업육성을 각료급이 총괄하면 정책에 속도를 내고 국제적으로도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
반대·회의 측은 기존 디지털/과기부 명칭에 AI만 덧붙인 재편이라 “상징적 직함에 그치거나(상당수는), 규제 권한이 집중될 우려”를 제기.
이름은 상징일 뿐,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사회의 준비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BBC 등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데이터센터부터 확충해야 하는데 물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 인공지능 산업 규모가 기하급수로 커질 텐데 에너지 공급은 어떻게 늘릴 거냐, 일자리 사라지기 전에 국민들이 AI에 따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등등 온갖 지적이 나옴.
한국에는 인공지능 장관은 없지만 대통령이 영입한 인공지능 전문가가 몇 달 안 가 총선 출마했다 패배. 데이터센터 설치는 지역감정, 정치적 진영 다툼에 휘말리고.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시대에 사회적 대응을 중시해야 할텐데.
https://www.theguardian.com/politics/2026/jul/18/burnham-plan-to-scrap-technology-department-triggers-backlash
https://www.bbc.com/news/articles/cz97x8k4zqzo
https://www.politico.eu/article/albania-apppoints-worlds-first-virtual-minister-edi-rama-diella/
https://www.globalgovernmentforum.com/germany-establishes-dedicated-digital-ministry-to-accelerate-progress/
https://astanatimes.com/2026/07/kazakh-ai-minister-joins-world-leaders-shaping-ai-gover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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