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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신 베다 <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이의를 제기합니다>

딸기21 2025. 8. 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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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맥신 베다. 오애리, 구태은 옮김. 학고재. 8/23


넘나 재미있었다. 아는 내용들이 많기는 하지만 워낙 관심 많은 주제이기도 하고, 글이 쉬운데다 번역도 매우 훌륭하다(오애리 선배와 태은이가 함께 번역한 책인데. 내가 아는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번역이 잘 돼 있다).

읽고난 느낌 - 반성x10000000


각종 정책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의류 산업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이 산업을 여성과 유색인종, 혹은 둘 다에 해당하는 ‘사회적 소수자'의 영역으로 밀쳐놨기 때문이었다. 산업화 초기 부터 의복은 이들 두 소수자 집단이 만들었고, 구매도 주로 여자들 몫이었다.
이 업계는 관심이 적은 탓에 규제도 대단히 적었고, 언론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 혜택 속에서 거의 남자인 기업 임원들은 여자의 노동과 여자의 소비로 떼돈을 번다.
-19

면화 생산

생산량 차이를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관행 목화 농장의 생산 단위당 탄소발자국 수치가 유기농보다 낮게 나온다. 유기농과 관행농을 비교하기보다는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면서 최대 수확량을 얻는 세부적인 방법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칼은 땅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재생 농업을 지지한다. 한편으로 유기농 기준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합성 제초제의 '외과적' 사용이란 아이디어도 좋아한다. 손으로 잡초를 뽑는 인건비가 농부들에게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는 농기계 제조사 존 디어(John Deere)와 인공지능 벤처 기업 블루 리버 테크놀러지(Blue River Technology) 라는 두 회사의 파트너십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했다. 이들은 제초제 사용량을 10분 의 1로 줄이고도 작물 생존율을 높이는 인공지능 분무기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 비싼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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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적절히 규제한다 하더라도 유기농 인증은 현대 농업이 환경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의 한쪽에만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제는 투입(input), 그러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땅에 무엇을 투입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양의 건강 상태는 과연 어떨까? 토양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인증이나 규정은 현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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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공

텍사스 엘파소는 1990년대 '세계 데님의 수도'라는 왕관 을 썼다. 이 지역에서 주당 200만 장씩 만들어낸 청바지의 상당수가 리바이스였다. 1996년 북아메리카에서 존재감이 절정에 달하던 무렵의 리바이스는 직원이 3만 7,000명에 달했고 연간 7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제조업은 사라졌다. 더 이상 미국에서는 청바지를 만들지 않는다.
심지어 리바이스는 더 이상 그 무엇도 만들지 않는 지경이 됐다. 브랜드는 그대로지만 리바이스는 제조업체에서 무역업체로 변신했다. 제품에 들어가는 여러 요소들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회사가 된 것이다. 이 모델에서는 물건을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지 관심이 없다. 경영자들은 자체 공장을 아예 닫아버렸다. 2011년 리바이스 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칩 버그(Chip Bergh)는 제조업 출신이 아니라 20년 넘게 프록터 앤드 갬블(P&G)에서 마케팅과 홍보를 맡아온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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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섬유업계와 의류업체 노동자들이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보기 드문 동맹을 맺었다. 이들은 로비를 벌여 수입 섬유와 의류를 제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1974년 다자간 섬유 협정(MFA)이라는 쿼터제 기반 단일 세계 협정으 로 이어졌다. 미국과 유럽 정부는 협정에 따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제조 국가별로 한도를 정해 섬유 • 의류 수입량을 제한했다.
외국과의 경쟁에서 자국 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MFA는 결 국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원래는 수입 쿼터를 다 채운 후 나머지 물량을 자국에서 생산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었는데, 의류업체 경영진은 아직 쿼터를 채우지 못한 방글라데시나 태국 같은 다른 저임금 국가의 업체를 찾아 나섰다. 바닥 찍기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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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선진국들의 의류 수출 쿼터제가 종료되고 MFA가 끝났을 때 서구의 의류 제조 산업은 이미 전멸하다시피 했다. 날개를 단 중국 의류 산업은 끝도 없이 성장했다.
방적기의 스핀들 숫자가 1980년대 1,800만 개에서 2015년 1억 2,000만 개로 늘어났다. 중국의 직물 생산량은 전 세계의 48퍼센트를 차지했다. 엘파소는 중국 남동부, 홍콩 북쪽에 있는 신탕에 왕관을 빼앗겼다. 2010년 신탕에서 생산된 청바지는 무려 3억 벌이었다. 중국에서 만드는 청바지의 60퍼센트, 매년 미국에서 팔리는 청바지의 40퍼센트 이상이 신탕에서 생산됐다.
-59

지난 10년간 중국 공장에서는 폭증하는 수요와 비용 절감, 다시 말해 재단과 재봉에 투입되는 인건비가 갈등을 빚었다. 중국 경제가 선진 고임금 산업으로 확장하면서 중국 노동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 듯하다. 중국인들은 더 이상 의류업 일을 선호하지 않는다. 바닥 찍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패션계, 특히 저가 브랜드들이 찾아간 곳이 바로 방글라데시다. 스리랑카, 베트남, 캄보디아, 에티오피아도 그런 나라들이다.
2018년 중국이 1,520억 달러로 의류 수출 선두를 달릴 때 방글라데시는 340억 달러로 한참 뒤처진 2위에 머 물렀다. 그러나 순식간에 격차를 줄이며 따라잡았다.
-89

방글라데시에 흐르는 강 가운데 세 곳이 의류와 가죽 산업으로 오염돼 말 그대로 "생물학적으로 사망"하면서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의 칭마오사가 면화나 폴리에스터 같은 원료 섬유를 직물로 만드는 곳이라면, 이곳 가지푸르는 원단을 자르고 꿰매는 경이로운 세상, 원단 두루마리가 옷이 되어 나오는 장소다. 칭마오에서는 공장의 규모와 그에 대비되는 더러운 강물에 압도됐지만, 여기서는 또 다른 종류의 디테일과 숙련도, 효율성에 경외감과 혐오감이 동시에 들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그런데 이곳의 재단사와 재봉공은 아예 기계가 되어버린 양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옷을 만들어낸다.
-95

스리랑카 뿐만 아니다. 캄보디아에서도 의류 공장 여자들이 매춘에 내몰린다. 여자들은 처음엔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나 성매매에서 '구출'된 여자들은 다시 옷 공장으로 끌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류업계와 성매매 산업이 공생 관계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악의 저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111

이 상황이 절망스러운 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성장 비용이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
H&M이 티셔츠 값을 12~25센트만 올려도 공장 노동자는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의류 브랜드가 공급망 어딘가에서 옷 한 벌당 몇 센트를 할애해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한다 해도 소매가는 채 1퍼센트도 올라가지 않는다.
-113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악질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국제법과 국제 경찰, 액션 영화 속 배우들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국내법에 따라 기준에 어긋나는 의류업체의 생산품 수입을 규제하면 된다.
좋은 예가 유럽에 있다. 2017년 프랑스는 '모기업 및 대표 기업의 실천감독의무에 관한 법 (Law on the Duty of Vigilance of Parent and Lead Companies)'에 따라 인권과 환경 실사 의무를 대기업(직원 수 기준)에 부여했다. 기업은 불법 요소를 판단하고 위반 사항을 교정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하며, 노동조합과 협력해 감독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해관계자라면 누구나 회사의 위반 사항을 고발할 수 있다. 불법이 인정되면 3개월 시한을 두고 바로 잡는다. 기업은 부당 노동의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책임을 진다.
-117

중개상

중개업자라는 새로운 선수들이 게임판에 등장했다. 그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이 홍콩을 기반으로 한 리 앤드 펑 (Li&Fung)이다. 이들은 전 세계 40개 시장을 넘나드는 조직망을 구축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옷을 조달한다.
리 앤드 펑 그룹은 통상 1만 벌 단위로 주문을 처리한다.
“우리가 한국 업체에서 실을 산다면, 방직과 염색은 대만에서 한다. 실을 골라 대만으로 보낸다. 일본에는 최상의 지퍼와 단추가 있지만 거의가 중국에서 생산한 것들이다. 우리는 일본의 YKK로 가 그들의 중국 공장에 우리가 쓰려는 지퍼를 주문한다. 쿼터 할당량과 노동 조건을 고려해 태국에서 옷을 만들 기로 결정한다. 고객들이 빠른 배송을 원하는 만큼 태국 공장 다섯 곳에 주문을 배분한다. 고객의 요구에 효율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우리는 가치 사슬을 최적화하고 있다."
리 앤드 펑 같은 업체들이 효율적인 중개업자로 활약함으로써 의류업계 공급망은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한층 더 불투명해졌다. 중개업자들은 브랜드들에게도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는다. 브랜드들 역시 공장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136-137

브랜드들은 회계 감사로 규범 준수를 입증하려 든다. 주로 유럽 기반의 대형 회계법인을 택해 하청업체들이 자사의 지침을 지키는지 확인한다. 이들의 목표는 그저 리스크를 덜어내는 것이다.
의류 중개업자들과 마찬가지로 회계사들도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수천 명을 고용한다. 프랑스의 뷔로 베리타스(Bureau Veritas), 독일의 튀프 라인란트(TUV Rheinland), 스위스의 SGS, 미국의 제품 안전 인증기관인 언더라이터스 래버러토리스(Underwriters Laboratories)가 대표적이다. 윤리적 거래 이니셔티브(ETI, Ethical Trading Initiative)의 추정에 따르면 제3자 감사 산업의 규모는 800억 달러에 달하며, 이 금액이 기업의 윤리적 조달(ethical sourcing) 예산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 윤리적 의류 수요는 이 기업들에 호재가 되었다.
-141

판매

로라는 노조를 막으려는 회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전형적인 심리에 대해 말했다. 노조는 로라 같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조작하는 노동자나 철로를 놓는 노동자 등 전통적인 '블루칼라'에게 더 맞는다는 식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반노조 정책에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인종주의와 관계가 있다. 통계를 보면 노조에 가입한 흑인 노동자는 비노조 흑인 노동자보다 16.4퍼센트 더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의 경우 흑인 비율이 높으며, 흑인은 미국 노동력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미국에서 흑인 인구는 13.4퍼센트다). 그런데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흑인 직원 대다수가 다른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흑인 직원보다 훨씬 적게 번다.
아마존 물류센터에만 흑인 노동자가 과다하게 많은 건 아니다. 인종주의의 오랜 유산 때문에 저숙련 창고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193

인종주의적 법과 정책, 그리고 오랜 역사 속에서 노골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형성된 인종 차별적 태도가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작가 이사벨 윌커슨(Isabel Wikerson)이 '카스트 시스템'이라고 표현한 상황 에까지 이르렀다. 미국 흑인 사회의 진보는 기회의 사다리를 놓친 채 좌절됐다. 노조 결성은 기회의 사다리를 창조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의미 있는 임금 인상은 인종적 임금 격차의 축소로 이어진다. 그런데 아마존은 노조 결성을 막음으로써 경영진의 힘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구조적 인종주의를 영구화하고 있다.
노동 개혁의 또 다른 길은 정부 차원의 개입이다. 흑인 노동자들은 사업장과 노조에서 차별적 정책들을 철 폐하기 위해 연방 정부에 도움을 청했다. 아마존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흑인들에겐 더 타격을 가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사내에서 음모를 꾸미는 차원을 넘어 다른 기업과 협력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로비에 쓰고 있다.
-195

마케팅

루이 14세는 스페인이 아니라 프랑스가 경제적 초강대국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경제 촉진 계획을 실행하면서 패션 산업을 이용했다. 루이 14세는 당시 프랑스 노동력의 3분의 1을 고용했을 정도로 모든 힘을 기울여 국내 섬유 산업에 투자했다. 길드를 조직해 경쟁력을 키웠고, 프랑스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루이 14세는 프랑스라는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로 자신의 이미지를 다듬는 데에도 신경 썼다. 프랑스제 상품과 의복을 그린 패션 판화들을 배포했다. 재상이었던 장-밥티스트 콜베르(Jean-Baptiste Colbert)는 연중 두 번의 패션 시즌을 개최하면서, 패션의 유행이란 돌고 도는 것이란 인식이 자리 잡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중요한 것은 매년 일정한 간격으로 새로운 스타일이 소개되도록 만든 경제적 지원책이라는 점이었다. 프랑스 패션은 디자인이 계속 바뀌어 한 시즌 입고 나면 다음 시즌에는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해서 파리는 새로운 패션 수도가 됐다.
-208-209

“프로파간다는 독일이 많이 써먹었기 때문에 나쁜 어감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다른 말을 찾으려고 했고,
'홍보위원회(Council on Public Relation)'란
개념을 잡았다."
삼촌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에게 영향을 받은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Bernays)는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구매하는 동기는 실질적 유용성뿐만 아니라 그 물건 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치가 인간의 행동 속에 깃든 선천적 어둠을 이끌어내 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 그는 이를 억제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이 사람들의 관심을 예쁜 드레스와 정장 같은 물건들로 돌리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쇼핑은 그렇게 대중을 조종하는 수단이 됐다.
-211

『물질주의의 비싼 대가(High Price of Materialism)』의 저자인 팀 케이서(Tim Kasser)와 그의 지도교수 리치 라이언(Rich Ryan)은 1993년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 운 이면: 삶의 핵심 지향점으로서 금전적 성공의 연관성(The Dark Side of the American Dream: Correlates of Financial Success as a Central Life
Aspiration)」이란 기념비적인 논문에서 물질주의와 연관된 다섯 가지 핵심적 영향 요인을 정의했는데, 이를 "부, 소유, 이미지, 지위에 집중된 일련의 가치와 목 표로 규정했다.
논문에 따르면 물질적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다섯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금전적 어려움을 더 많이 갖고 있다. 둘째, 상대적으로 웰빙 수준이 낮아서 행복감은 적고 정신적·육체적 질병은 많다. 셋째, 반사회적 행동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넷째, 생태적으로 부정적인 태도와 행동을 보인다.
다섯째, 차선적 학습 스타일을 보인다. 시험을 잘 보거나 학교에 들어가는 (즉 지위를 얻기 위해)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실제로 정보를 배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 즉 자기가 얻은 정보를 단기적으로만 기억하고 잘 간직하지 않는 스타일을 뜻한다.
케이서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물질주의를 촉발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찾아냈다. 첫 번째는 사회적 모델링(social modeling)이다. 주변에 있는 믿을 만한 누군가를 본 보기 삼아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는 불안감이나 위협감이다.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나 자존감을 충족하는 방법으로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217-218

쓰레기

2020년 봄 아프 리카로 보내는 헌 옷 가격이 절반 아래로 폭락했다. 각국 정부는 헌 옷들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케냐는 일시적으로 금지했고 멕시코 역시 여행 금지 조치를 이유로 중단했다. 멕시코는 미국 국민들이 기부한 헌 옷들 중 최소 30퍼센트가 갔던 나라다.
어떤 사람들은 기부한 헌 옷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일자리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데이비드와 아베나, 그리고 3만 명에 이르는 다른 상인들은 가나의 칸타만토 시장에서 그럭저럭 먹고살고 있다. 그런데 왜 그들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헌 옷 재판매가 일할 기회를 만들어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익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현재는 일자리보다 빚의 굴레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듯하다. 또 중고 의류 시장은 개발도상국 경제를 위한 좀 더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다른 기회들을 막고 있다. 현지 경제가 좀 더 잘사는 나라들의 자비에 계속 의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르완다가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헌 옷 수입을 금지하자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에 따라 부여하던 혜택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르완다는 미국 쓰레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산 의류를 미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290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몇몇 중국 사업가들이 ATL 같은 가나의 직물 회사 및 판매점을 찾아 100퍼센트 면사로 만든 제품들을 사서 돌아간 다음 거의 똑같은 제품을 생산했다. 가짜 '메이드 인 가나' 직물은 싸구려 티가 나고 촉감이 뻣뻣한데, 상표에는 가짜 디자인 번호 까지 버젓이 찍혀 있다. 중요한 건 새미의 회사가 만든 제품 보다 가격이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중국은 가나 섬유 시장의 50퍼센트를 망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점들은 지난 수년간 싸구려 중고 의류 수입이 한때 활발했던 아프리카 직물 산업을 어떻게, 그리고 왜 지속적으로 대체해왔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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