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이제는 모래다?

딸기21 2006. 3. 2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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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고갈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오일샌드(역청이 포함된 사암) 개발에 나섰다. 막대한 양의 오일샌드가 매장돼 있는 캐나다의 앨버타주(州) 일대에 석유메이저들이 앞다퉈 들어오면서 ‘21세기판 골드러시’를 방불케 하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오일샌드는 정제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극심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많다.


앨버타의 골드러시


지난 2월,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의 기술자들이 앨버타에서 오일샌드 시추작업을 시작했다. 기술자들은 지하 100m까지 땅을 파내려가 아스팔트가 섞인 검은 모래덩이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오랜 옛날 포플러 같은 나무가 썩어 지표면에 가라앉아 모래랑 뒤섞여 만들어진 것이 오일샌드다. 모래에 아스팔트와 타르가 뒤섞여 검은 빛을 내는 이 사암질의 흙은 ‘무거운 석유’라 불리는 또 하나의 검은 황금이다. 토탈사는 거대한 세척기를 돌려 앨버타의 검은 모래를 석유로 바꿀 계획이다.


앨버타주 포트맥머레이 지역은 21세기판 골드러시의 현장이다. 석유 고갈 위기감이 커지면서, 그동안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시당했던 오일샌드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한 것. 석유업체는 ‘무거운 석유’‘비(非)재래식 석유’라는 이름을 붙이며 오일샌드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앨버타에는 현재까지 발견된 전세계 오일샌드 매장량의 3분의1이 묻혀 있다.


석유 대국 순위가 바뀐다


석유메이저들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캐나다와 베네수엘라다. 토탈을 비롯해 미국의 코노코필립스와 엑손모빌, 셰브론이 앨버타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고 있고 로열더치셸과 영국석유(BP)도 질세라 이 곳에 발을 들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의 국영 석유회사들도 투자를 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10년간 앨버타에 들어오기로 돼있는 외국 석유자본의 투자액수가 700억달러(약 68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27일 보도했다. 토탈 캐나다지사의 장 뤽 기쥬 지사장은 “통상적인 ‘흐르는 물 같은’ 석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오일샌드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토탈은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유역의 오일샌드 지대에도 1997년부터 투자를 해놓고 있다. 토탈과 노르웨이 스탓오일,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등이 합작해 만든 신코르라는 현지 법인은 이미 오리노코 일대에서 오일샌드를 정제, 하루 18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토탈은 앨버타에서도 내년쯤에는 하루 2만7000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1일 20만 배럴을 뽑아낼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오일샌드는 전통적인 의미의 석유와는 형태가 다르지만, 일단 정제를 하면 석유가 나오기 때문에 석유에너지의 또다른 형태라고 보면 된다. 오일샌드까지 포함시키면 세계 석유매장량 상위국가의 순위가 바뀐다. 매장량 부동의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베네수엘라가 1위 국가로 부상하게 되며, 석유매장량 세계 22위에 불과한 캐나다가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 때문에 캐나다는 앨버타 오일샌드 개발에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다.


환경파괴 우려


100년간 서방 기업들은 전 세계의 유전을 파헤쳤고 바다 속 해저유전 개발에도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정치적 상황이 극히 불투명한 이라크와 카스피해 연안의 몇몇 미개발 유전지대를 제외하면, ‘석유를 퍼 담을 수 있는’ 대형 유전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 때문에 석유메이저들은 오일샌드 지대가 ‘유전 대용’으로서 상당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오일샌드 산업이 극심한 환경 파괴를 유발할 것이라는 점이다. 앨버타의 오일샌드는 지하 깊숙이 묻혀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천채굴 방식으로는 파내기 힘들다. 또 오일샌드의 정제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앨버타는 물이 풍부한 지역이었지만 오일샌드 개발이 시작되면서 연간 매년 2000억ℓ 이상의 물을 퍼올려 유정이 쏟아부은 탓에 하천 수량이 줄어들고 있다. 캐나다의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단기적인 이익에 눈이 어두워 심각한 환경파괴 행위들을 눈감아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일샌드는 채굴·정제비용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이 여전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 오일샌드(oil sand)란


모래나 사암에 역청이 뒤섞여 있는 것을 말하며 역청(瀝靑·아스팔트)사암, 타르 샌드라고도 불린다. 역청을 분리해내 정제하면 석유가 생산된다. 현재의 정제기술로는 오일샌드 2t에서 원유 1배럴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정제비용이 석유에 비해 1.5∼3배가 들어가지만 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석유자원의 저장고로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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