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물은 세계 공동재산이므로 그 어떤 기구, 정부, 개인 또는 기업도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이를 매매해서는 안 된다.”
2001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인간과 자연을 위한 물’ 회의에 참가한 세계 35개국 대표들이 채택한 공동선언문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세계 곳곳에서 물의 민영화, 상품화는 계속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민물자원이 고갈되면서 물을 확보하기 위한 분쟁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는 가히 ‘물 전쟁’ 중이다.
불공평한 ‘물의 정치학’
지구 상 물의 양을 모두 합하면 14억㎦. 그러나 민물은 그중 2.6%에 불과하다. 인간이 쓸 수 있는 ‘흐르는’ 물의 양은 겨우 0.77% 뿐이다. 하지만 세계 물 소비량은 20년마다 2배로 늘면서 인구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1인당 물 소비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들의 1인당 물 소비량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15배에 이른다. 물의 상품화 문제를 파헤친 ‘블루 골드’의 저자 모드 발로와 토니 클라크는 “세계 주요 하천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4분의3은 지구 북반구의 도시들을 가동시키는데 사용된다”고 지적한다.
물의 민영화, 상품화는 물 공급의 불공평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에서 다국적 물 기업들이 정부에 압력을 넣어 수자원 민영화를 강요했고, 이 때문에 물 가격이 올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가 늘었다.
“우리의 물을 돌려달라”
‘물 전쟁’은 물을 상품으로 보는 시장중심적 가치관과 물을 자연의 선물로 여기는 생태적 가치관 사이의 전쟁이다. 또한 다국적 기업과 지역사회 간의 전쟁, 수자원을 확보하려는 국가간의 분쟁, 물 관리권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역사회간의 싸움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수자원을 시장 영역에 끌어들이려 하는 반면, 환경운동가들과 지역운동단체들은 물의 관리권을 지역사회가 갖고 환경파괴와 식수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6일부터 멕시코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세계 물포럼에서는 다국적 기업과 싸움을 벌여 자치권을 지켜낸 ‘성공사례’들이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볼리비아의 엘 알토 지역 주민들은 프랑스 기업인 수에즈에 수자원 관리권을 빼앗길 처지가 되자 조직적인 투쟁을 벌여 승리를 거뒀다. 볼리비아 좌파 정부의 신임 수자원 장관 아벨 마마니는 엘 알토 물싸움을 이끈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이번 포럼에 직접 나와 자신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볼리비아 코차밤바 시에서는 5년 전 미국 기업 벡텔이 수자원을 독점하려 하자 주민들이 ‘물과 삶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만들어 물리쳤다. 볼리비아 정부 대표로 참석한 경제학자 파블로 솔론은 “물 위기를 막는 해법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물 관리권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 시에서는 12개 시민단체가 협의회를 만들어 물 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주민들이 강물 관리 트러스트를 만드는 ‘물 신탁’ 방법으로 환경오염을 막았다. 인도의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는 코카콜라사의 지하수 남용과 폐수 방출에 맞서 주민들이 대대적인 항의운동을 벌이고 있다.
깨끗한 물이 사라진다
점점 많은 이들이 깨끗한 물 지키기에 나서고 있지만, 물의 남용과 오염으로 인한 위기는 심각한 상태다.
땅 속에 지하수가 몰려있는 곳을 대수층이라 부른다. 미국 텍사스와 사우스다코타주를 남북으로 잇는 오갈랄라 대수층은 세계적인 지하수 저장고다. 그러나 농업용수를 하도 빼내 써서 물이 말라가고 있다. 1991년 이래 이 대수층의 지하수면은 매년 1m 씩 낮아졌다. 대표적인 물부족 국가인 이스라엘은 사막을 옥토로 만든다면서 갈릴리 호수와 요르단강 물을 끌어 쓰고 곳곳에 관정을 뚫었다. 이스라엘이 물길을 끊자 팔레스타인인들은 지하수를 빼내 썼다. 이-팔 지역에서는 내륙 지하수에까지 바닷물이 유입되는 염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시티는 전형적인 도시 슬럼형 물 부족 지역. 이곳 시민들은 자연에서 공급되는 것보다 50∼80% 많은 양을 지하에서 빼내 쓴다. 지하수가 빠져나가고 공기가 유입되면서 멕시코시티는 심각한 지반 침하를 겪고 있다. 리오그란데 강은 2001년 처음으로 멕시코만까지 흘러가지 못하고 중간에 물길이 끊어졌다.
중앙아시아 아랄해, 인도 갠지스강, 중동의 요르단강과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이집트의 나일강 주변은 세계 5대 물 분쟁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의 인구는 2025년까지 45~75%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효과적인 급수체계와 갈등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립과 분쟁이 계속될 것이 뻔하다. 이라크 남부 늪지대는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의 잘못된 정책으로 사막처럼 변해버렸다. 2003년 이라크전쟁 이래 급수체계가 무너져 보건·위생도 엉망이 됐다.
중국이 야심차게 만들어낸 산샤댐은 홍수 위험을 높이고 내륙지방의 식수난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첨단 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동유럽의 슬로바키아에서는 지표면 포장 면적을 늘린 탓에 해마다 2억5000만㎥의 물이 사라지고 있다. 스페인의 남부 해안과 아프리카 차드호 주변국들, 호주 서부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가뭄으로 물 부족이 심각해졌다.
블루 골드... 새로 주문한 책인데, 재미??는 별로 없지만 참고자료로 훌륭.
반다나 시바의 '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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