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 탈레반의 공세, 아프간 상황 정리

딸기21 2021. 8. 1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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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 뒤 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부를 숨겨주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쟁은 20년을 끌었다.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아프간 정부,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맺었고 뒤이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전쟁 20년인 올해 9월 11일까지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고 몇 달 안 가, 평화정착은커녕 아프간은 다시 내전 상황에 빠져들었으며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해가고 있다.

 

카불 에워싸는 탈레반

 

아프간은 34개 주로 나뉘어 있는데 BBC 등이 종합한 것을 보니 전국의 65%는 이미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간 모양이다. 지난 일주일 새 탈레반의 진격은 너무 거셌다. 6일 남부 님루즈 주의 주도 자란지가 주도들 가운데 가장 먼저 탈레반에 함락됐으며 이튿날인 7일 북부 자우잔주가 점령당했다. 8일에는 사르-이-풀 함락. 같은 날 북부 중심도시이자 광업지대로 유명한 쿤두즈가 함락됐다. 타카르 주의 주도 탈루칸도 넘어가 정부군은 도망쳤고 교도소 수감자들이 풀려났다. 3개 주가 하루에 넘어간 것이다.

 

Stranded people gather to seek information from security forces about opening the border crossing between Pakistan and Afghanistan which was closed by authorities a few days ago, in Chaman, Pakistan, Wednesday, Aug. 11, 2021. (AP Photo/Jafar Khan)


9일에는 북부 사망간주, 10일에는 파라, 바글란 주가 탈레반에 넘어갔다. 12일 북동부 교전을 통해 탈레반은 바다흐샨, 바글란 등의 주요 도시를 장악했으며 남동부 가즈니 주도 함락시켰다. 이날 현재 서부 헤라트, 남부의 라슈카르가와 칸다하르 3개 주에서 교전이 진행 중이다.


이대로라면 카불이 위태롭다. 10일 탈레반에 넘어간 바글란은 카불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수도 방어에 필수적인 곳이다. 이어 12일 탈레반이 차지한 가즈니 주의 주도 가즈니 시는 카불 남쪽 150km에 있는데, 남부 중심도시이자 카불과 아프간 제2 도시인 칸다하르를 잇는 1번 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이다. 여기를 잃었다는 것은 아프간 정부에는 치명적이다.
바글란과 가즈니 점령으로 탈레반은 카불의 북쪽과 남쪽의 길목을 장악하게 됐다. 

 

 

AP통신은 "최근 미군 정보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카불이 앞으로 30일에서 60일 이내에 탈레반에 의해 고립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는 아프간 정부가 90일 이내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군 공격에 카불이 함락된 것이 2001년 11월 13일이었는데, 20년만에 탈레반이 다시 카불에 입성할 판이다.

민선 정부가 수립된 지도 오래됐는데, 아프간 정부는 여전히 너무나 취약하다는 걸 지금의 상황이 보여준다. 미국은 2001년에 탈레반 정권을 몰아냈고, 3년간 점령통치를 했다. 2004년 1월 아프간의 새 헌법이 만들어졌고 그 해 12월에 미국이 지원하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민선 정부가 세워졌다. 하지만 이 정부는 전국을 장악하지 못했다. 내분이 심했고 부패 문제도 컸다. 민선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아프간의 일부는 탈레반 지역으로 남아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무장조직들, 군벌들이 계속 권력을 누렸다.

 

Burnt cars are left after fighting between Taliban and security personnel inside the city of Farah, capital of Farah province, southwest Afghanistan, Wednesday, Aug. 11, 2021. (AP Photo/Mohammad Asif Khan)


2014년 취임한 아슈라프 가니 현 대통령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를 지낸 유학파 지식인이다. 정국을 장악하지 못한 것은 그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가니 대통령은 발흐 주의 주도이고 북부 중심도시인 마자르-이-샤리프에 가서 지역 군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탈레반에 사실상 포위된 상태라고 한다. 발흐 주마저 잃으면 북부는 완전히 탈레반에 넘어간다.


대통령이 도와달라며 매달리고 있는 북부 군벌 압둘 라시드 도스툼 등은 탈레반과 싸우겠다고는 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잔혹행위와 인권탄압으로 악명 높다. 예를 들면 도스툼은 과거 탈레반 집권 시절부터 북부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 2001년 탈레반 전투원들을 붙잡은 뒤에 밀폐된 선박 컨테이너에서 무더기로 질식사하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Taliban fighters and Afghans gather around the body of a member of the security forces who was killed, inside the city of Farah, capital of Farah province, southwest Afghanistan, Wednesday, Aug. 11, 2021. (AP Photo/Mohammad Asif Khan)


미군은 이런 가운데에도 이달 말까지 철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탈레반을 겨냥해 일부 공습을 감행했지만 지상전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과 맞부닥친 아프간 정부군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탈레반에 점령당한 파라 주 의원이 12일 AP에 전한 내용을 보니 탈레반 전사들이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피투성이가 된 보안대원의 시신을 거리로 끌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탈레반 전사들은 미군에게서 흘러나온 M-16 소총을 들고 험비와 포드 픽업트럭을 몰고 다니며 거리를 누비고 있다. 

 

'권력 분점' 협상은 어디로

당초 미국과의 약속에 따르면 미군을 철수시키는 대신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권력을 분점하기로 돼 있었다. 그럴 거면 20년 전쟁을 왜 했느냐는 회의론 속에서도 당사자들이 카타르에서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었으나 이미 몇 달 전부터 교착 상태였다. 그 와중에 탈레반이 공세를 펼쳐서 주요 지역들을 무력으로 장악했으니, 탈레반에 권력을 나눠주면서라도 아프간을 안정시키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물 건너간 셈이다.  

 

지난달 탈레반은 "8월 중 평화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국에서 대대적인 작전에 나섰다. 아프간 정부에서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압둘라 압둘라 민족화해평의회 의장이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곧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주변국 관계자들과 만난다고 하지만 어떤 성과를 거둘지 알 수 없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가즈니가 함락당한 뒤에 아프간 정부가 카타르를 통해 탈레반 측에 협상을 하자고 다시 제안을 했다는데 탈레반이 협상장에 나올지는 의문이다.

 

Abdullah Abdullah, centre, head of the Afghanistan government’s negotiating team, is seen in a hotel lobby in Qatar’s capital Doha [Karim Jaafar/AFP]

 

이렇게 교전이 계속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아프간 사람들이다. 한달 새 1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5월부터 피란민이 늘었으며 올들어 지금까지 4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집을 떠나야 했다고 밝혔다. 지금 아프간의 상황은 어느 때보다 나쁘다. 언제 좋았던 때가 있었나 싶지만. 코로나19도 번졌고, 가뭄 피해도 심각하다. 원래 건조하고 황량한 지대가 많은데 몇 달 동안 전국 80%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밀 수확량은 줄어들고 가축 수백만 마리가 폐사할 위기다. 

 

부모 살해한 탈레반과 1시간 교전한 아프간 10대 소녀

 

부모 살해한 탈레반과 1시간 교전한 아프간 10대 소녀

카마르 굴은 아프가니스탄 중부 고르 주의 게리베 마을에 사는 16살 소녀다. 부모,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던 집에 지난 17일(현지시간)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새벽 1시쯤이었다. 카마르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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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계의 걱정거리로 떠오른 탈레반은 1994년 ‘애꾸눈의 지도자’로 유명했던 남부 파슈툰족 출신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가 결성한 무장조직이다. 탈리브는 '학생'이고 탈레반은 그 복수형이다. 물라는 '스승'이다. 그러니 탈레반은 '스승 오마르를 따르는 이슬람 제자들'인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그리고 아프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파키스탄 군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은 어떤 조직


1979년 소련이 아프간을 점령한 뒤 세워진 공산정부를 아프간인들은 괴뢰정부로 여겼다. 1989년 결국 소련군은 물러났고 여기저기서 군벌들이 할거했다. 그 속에서 이슬람 규율로 무장한 탈레반이 기세를 올려 1996년 무렵엔 전국 3분의 2를 장악하고 카불을 차지했다. 1998년 세력이 최대치였을 때에는 전국 90%를 장악하기도 했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은 여성들에게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히며 전근대적인 극악한 탄압을 했고, 2001년 3월에는 인류의 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파괴해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해 9.11 테러공격이 일어났고 탈레반 정권은 미군에 축출됐다. 하지만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09년 미군을 최대 14만명까지 동원하는 ‘서지(Surge)’ 작전 등으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지만 끝내 제거하지 못했다. 전쟁에 지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은 2014년 전투 임무를 종료했고, 미군과 연합군은 카불을 지키는 선에 그쳤다. 그후 2015년부터 탈레반은 다시 세력을 불리기 시작했다.


물라 오마르는 2013년 사망했고 그 뒤를 이은 지도자도 폭탄 공격에 숨졌다. 2016년 현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자다가 조직 내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장이 됐다. 올해 60세 정도인 아쿤자다는 작년에 한때 코로나19 감염설도 돌았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BBC에 따르면 지금 탈레반 세력은 더욱 불어나 전투원이 8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Taliban gunmen control the Kandahar-Herat highway, near Kandahar city, 31 October 2001. GETTY IMAGES 


탈레반,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는 어떻게 다를까. 알카에다는 소련의 아프간 점령 시절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사우디 등의 지원을 받아 반소련 항쟁에 참여했던 이슬람 무자헤딘(전사)들이 주축이 된 조직이다. 그런데 사우디에 미군이 기지를 만들고 걸프전을 일으키고 세계 패권을 휘두르는 것을 보면서, 이슬람을 수호하기 위해 미국과 성전을 벌이겠다며 총구를 돌려 9.11 테러를 일으켰다.

 

IS는 알카에다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수니파 극단조직이었지만 두 그룹은 서로 적대적이었다. 알카에다가 비무슬림들을 상대로 성전을 벌이는 것과 달리, IS는 시아파 등 이슬람의 다른 종파도 공격했다. 이 문제로 알카에다 지도부와 마찰을 빚었던 인물이 알카에다와 갈라선 뒤 2000년대 중반에 '이라크알카에다'를 별도로 만들었다. 이라크에서 미군과 수니파의 싸움이 한창이던 때였다. 그 후신이 이라크-시리아의 IS였다.


반면 탈레반은 테러를 주된 공격 목표이자 전술로 삼은 조직이 아니라 무력으로 아프간을 장악한 정치조직이다. 그런데 알카에다 지도부를 숨겨주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 것 자체가 패착이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대로라면 미국은 사실상 백기를 들고 아프간을 탈레반에 넘겨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다른 나라들로 넘어가 골치 아프게 하거나 국제 테러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아프간 안에서는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둔 꼴이기 때문이다.

 

An Afghan special force member attends a military operation against the Taliban fighters in Kandak Anayat village of Kunduz city, Afghanistan, July 23, 2021. Ajmal Kakar Xinhua News Agency Getty Images

 

'사이공 탈출' 악몽 떠올리는 미국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에 올해 9월 11일까지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때만 해도 넉달만에 이렇게 아프간이 탈레반에 다 넘어가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영원할 것 같았던 전쟁'을 끝내는 공을 세우고 싶었겠지만 당장 카불의 미대사관에 있는 미국인 4000명을 무사히 귀국시키는 것부터가 험난한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1975년 4월 베트남 사이공 미국대사관의 탈출과 비교하는 보도들이 나온다. 미국인들이 헬기에 매달려 절박한 탈출을 하는 그 장면은 기나긴 전쟁 끝에 결국 패하고 도망치는 미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는데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정부가 평화협정과 철군 계획을 발표했을 때에도 미군 내에서는 이 상태로 떠나선 안 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다만 당시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는 상황에서 미군이 떠나는 것에 대해 지정학적으로 우려했던 것이었고 탈레반이 이렇게 순식간에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미국 내에서는 철군이 올바른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다. 애당초 잘못된 전쟁이고, 이 전쟁 자체가 실수이자 실패라는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제 겨우 이라크 등에서 빠져나왔는데 다시 미군더러 아프간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뉴스 깊이보기]'아프간 에미리트'? 18년 전쟁 뒤 결국 탈레반과 손잡는 미국

 

[뉴스 깊이보기]'아프간 에미리트'? 18년 전쟁 뒤 결국 탈레반과 손잡는 미국

2일 오후(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 국제기구 등 외국 시설이 많고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그린빌리지 지역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VBIED로 불리는 차량폭발장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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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10일 “아프간인들이 스스로를 위해 싸워야 한다”면서 철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못박았다. 철군은 공화당 트럼프 정부 때부터 계획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한 뒤에 여성인권 등에서 인도적 참사가 벌어지면 미국 내에서 정치 공세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201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프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2012년에 총격을 받았다. 탈레반이 다시 득세하면 아프간 여성들의 삶은 더없이 피폐해질 것이 뻔하다. 공화당에서는 벌써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가 “9.11이라는 상징적인 철군 시한을 정한 것 외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Military personnel prepared equipment on Thursday in northwest China’s Ningxia region for a joint military drill by the Chinese and Russian armies. PHOTO: DING KAI/XINHUA/ZUMA PRESS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아프간과 일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동향이다. 소련군이 물러나고 4년 뒤인 1993년에 아프간 공산정권이 붕괴하자 중국은 카불의 대사관을 철수시켰으며 1996년 탈레반 정권이 세워졌을 때에도 승인하지 않았다. 이후 2000년대 대테러전 국면에서 중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중국은 서부 위구르족의 분리주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들이 아프간 이슬람 무장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의심을 퍼뜨려 관타나모 미군 수용소에 끌려가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위구르 문제가 불거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아프간의 안정을 바라고 있고, 이 때문에 탈레반과도 접촉해왔다. 2015년 신장웨이우얼 자치주의 중심도시 우루무치에서 탈레반, 아프간 정부 양측 대표단과 중국 관리들이 비밀 회동을 했고 이듬해에는 탈레반 대표단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탈레반은 당시 '아프간 사정은 아프간 내부 문제'라며 중국을 번거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한 걸로 알려졌다.

 

'제국의 무덤' 아프간에 중국이 발 집어넣을까

 

미국이 철군을 가시화하고 탈레반 세력이 커져가던 2019년부터 중국은 탈레반과의 접촉을 더욱 늘렸다. 그 해 6월 탈레반 고위 지도자 중 한 명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중국을 찾아갔다. 중국이 탈레반 지도부 중에 '온건파'로 판단한 인물이다. 그 해 10월에 중국이 탈레반과 회담을 하려고 했는데 연기됐고,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무산됐다. 그랬다가 올 7월 말에 바라다르가 톈진으로 가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다. 이 만남에서 왕이 부장은 탈레반을 “아프간의 평화, 화해, 재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군사 및 정치 세력"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당국자가 탈레반을 아프간의 합법적인 정치세력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Taliban co-founder Mullah Abdul Ghani Baradar, left, and Chinese Foreign Minister Wang Yi pose for a photo during their meeting in Tianjin, China, on Wednesday, July 28.

 

탈레반과 접촉하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비슷한 시기 아프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아프간에서 누가 세력을 불리든 중국을 번거롭게 하지 않으면 된다는 판단 속에 두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아프간과 76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다. 위구르 문제도 있지만, 아프간은 중국에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시 주석이 추진해온 일대일로의 경로이기 때문이다. 내륙의 아프간이 안정돼야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남쪽 파키스탄까지 이어지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다. 그래서 이미 2015년부터 중국은 아프간이나 중앙아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늘려 왔다.

 

아프간과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중국 4개국이 만나는 좁고 긴 지역을 ‘와칸회랑’이라고 부르는데 2018년 이곳에 군사기지도 만들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기지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으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의 과거 보도를 보면 와칸회랑에 500명 정도가 주둔할 수 있는 규모의 기지를 만들었고 경무장 병력이 주둔 중이라고 한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그레이트게임 3.0'? 미국 발 빼는 아프간에 군사기지 짓는 중국

 

[구정은의 '수상한 GPS']'그레이트게임 3.0'? 미국 발 빼는 아프간에 군사기지 짓는 중국

‘그레이트 게임 3.0’이 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단계적으로 빼내기로 했다. 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기로 한 것이다. ‘제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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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아프간을 '제국의 무덤'이라고 한다. 영국과 러시아가 19세기에 유라시아의 진입로인 아프간을 놓고 ‘그레이트 게임’이라 불리는 패권다툼을 벌였다. 21세기 초입에 미국의 대테러전으로 ‘그레이트게임 2.0’이 벌어지더니, 중국이 뛰어들어 3라운드로 향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아프간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불개입’을 강조해왔으며 섣불리 개입하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군 약 1만여명이 현재 중국 북서부 닝샤에서 테러 대응과 지역 공동 안보를 내세운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지만 2018년부터 해오던 것이고, 두 나라 모두 아프간 상황과 이 훈련을 연관짓지는 않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션 로버츠 교수는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과의 대담에서 중국이 직접적으로 위기 상황에 개입하려고 나서기보다는 파키스탄이 움직이게 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으로 봤다. 파키스탄은 아프간에 영향력이 크며 중국의 강력한 동맹이다. 다만 파키스탄이 아프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파키스탄 군 정보국(ISI) 등 군부는 아프간 탈레반이나 무장조직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정작 파키스탄 민간 정부의 통제조차 잘 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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