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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변호사 줄리아니 막으려 출동한 공화당…잇단 패소에 곳곳서 ‘반기’

딸기21 2020. 11. 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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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백악관 부근 프리덤플라자에서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도둑질을 멈추라’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14일 아침(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조경업체 주차장에 갑자기 공화당 대선 캠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뉴욕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하자, 혹여 선거 관련 재판에 차질을 빚는 말을 할까 싶어 회견을 막으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장소를 잘못 알고 회견장 옆 조경업체로 쳐들어가는 바람에 줄리아니는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했다. 공화당 측의 우려대로 근거 없는 음모론들을 늘어놨고, 오히려 공화당의 소송 계획에 방해만 됐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대선 결과를 뒤집는다는 목표는 같지만 트럼프식 음모론이 법정 싸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공화당과의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로 일해온 줄리아니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중심 인물이었으며 직책도 없이 백악관에서 여러 사안에 개입해 눈총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금도 트럼프 캠프의 법률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공화당 선거 전문가들은 표차가 작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애리조나 3개 주에서 주 선거법상 유·무효표 규정의 틈새를 공략하며 민주당 조 바이든 당선자의 표를 ‘갉아먹는’ 소송을 선호한다. 선거부정, 선거사기를 아무리 주장해도 먹힐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최대한 무효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줄리아니는 캠프 법률팀과 상의도 없이 “소송을 내라”고 명령하는 등 ‘어뢰식’ 전방위 공격을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뉴스에 출연해서 ‘광범위한 선거부정’을 주장했고, 지난 12일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을 향해 “적극적이지 못하다”며 맹비난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AP통신은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4개 주의 공화당 소속 주 하원의원들이 선거 관련 소송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의심스러운 계획’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둔 것이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으로부터 선거부정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검사 16명은 “증거가 없다”면서 항의 서한을 보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조차 성명을 내고 “정권 이양을 미루면 국가안보와 공중보건 위기가 커진다”며 비판했다.

 

선거부정을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법정 다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와 필라델피아 카운티의 사전투표 9000표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 6건에서 13일 패소했다. 트럼프 캠프의 소송을 맡아온 로펌조차 발을 빼기 시작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시간주에서도 공화당 측 선거감시단이 디트로이트 투표 검증을 중단해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선거부정’ 주장을 거부하며 기각했다.

 

위스콘신주에서도 소송을 걸었으나 재판 관계자들은 “선거부정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애리조나주에서는 비슷한 소송을 내려다가 승소해도 바이든 승리를 뒤집지 못할 것이 확실해지자 포기했다. 로욜라대 법학과 저스틴 레빗 교수는 마구잡이 소송을 비판하며 CNN에 “트럼프 측은 소송을 트위터 글 올리는 것 정도로 여기는 판사를 찾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은 14일 워싱턴 백악관 부근에 모여 ‘도둑질을 멈추라’며 행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 직전 승용차를 타고 집회장인 프리덤플라자 주변을 지나며 손을 흔들었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조지아주 등에서 선거 사기가 광범위하게 저질러졌다는 ‘수많은 증거들’이 있다는 주장을 재차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자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 내에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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