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당선이 사실상 정해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데, 개표 상황을 정리해보면.
현재대로라면 바이든이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주에서 모두 이겼고 노스캐롤라이나는 트럼프가 우위다. 이렇게 되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바이든 측이 확보한 사람은 306명이다. 조지아는 1만4000여표 차이고 펜실베이니아는 5만여표 차다. 조지아에서 트럼프가 이긴다 해도 바이든 선거인단은 290명으로 ‘매직넘버’인 선거인단 과반수 270명을 훌쩍 넘긴다.
사실 이번 선거는 박빙은 아니었다. 양측 선거인단 수가 꽤 차이가 난다. 우편투표, 사전투표가 늘어난 만큼 집계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뿐이니까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다. 절차대로 치러졌고, 개표를 했다. 그런데 트럼프 측이 문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소송을 내고 정권 인수를 방해한다던데.
재검표를 하라, 우편투표로 11월 3일 대선 이후에 들어온 표를 제외하라며 여러 주에서 소송을 걸었다. 조지아나 위스콘신은 표차가 적어서 재검표를 하겠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휴가를 낸 것도 아니면서, 트럼프는 계속 공식 일정 없이 지내고 있다. 바이든이 7일 승리 선언을 할 때에 트럼프는 자기 소유 골프장에 있었다. CNN 분석으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은 10월 초부터 대선일까지 유세만 했고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업무 일정은 아예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트럼프는 11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부인 멜라니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과 함께 참석했으며 연설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위터에선 계속 “선거부정”을 주장하고 있다. 집무는 하지 않으면서, 10일에도 소송 전문가들과 캠프 스태프를 모아 회의를 했다.
백악관은 내년 예산을 트럼프 정부가 짜놓은대로 올리고, 바이든 측의 인수작업에 협조하지 않도록 정부 기관들에 지침을 내려보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정부 2기로 순조롭게 이행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공화당 입장은 뭔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은 진작에 트럼프 편에 서서 선거부정 주장에 동조했다. 하지만 친트럼프 진영으로 분류됐던 사람들 가운데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선거사기라고 주장하려면 증거를 대라”며 반기를 들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여론을 호도하는 대통령의 주장에 반대하면서 “개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역시 합법적인 투표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기가 아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와 함께 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미치 매커널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편에 섰다. "재검표를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리"라고 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왜 그런 무리수를 두는 것인가.
이번에 상하원 일부 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상원의원은 주별로 2명씩 총 100명이다. 하원 총수는 435명으로 훨씬 많다. 하원은 2년제이고 상원은 임기 6년에, 3분의1씩 2년마다 선거를 한다. 이번에 34명을 뽑았다. 개표는 다 끝나지 않았지만 하원은 민주당 우세이고 상원은 박빙이다. 11일 현재 확정된 것이 공화 49석, 민주 48석이다.
대통령선거에서도 그랬듯 상원 선거에서도 조지아주가 박빙이다. 조지아주는 과반 득표자가 없어서 결선투표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다 이기면 51석으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 그러지 못하면 민주당과 50대 50 동수가 되거나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 백악관에다가 상하원까지 다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일단 발목을 잡고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쪽의 움직임은.
바이든은 7일 승리선언을 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행태는 당혹스럽지만, 정부 출범를 준비 차질없이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닥친 일이 코로나19 대응이다. 바이든은 9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를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 공공의료 총괄하는 보건총감을 맡았던 43세 인도계 의사 비벡 머시를 TF 팀장으로 발탁했다. 의료 캠페인과 조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민주당에서 잔뼈가 굵었고 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30년지기 측근 론 클레인을 내정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바이든은 10일 연설에서 “추수감사절(26일)에는 일부 각료 후보를 발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움직임은 일종의 '소음'이며, 법적 대응보다는 정권 인수에 힘 쏟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버니 샌더스가 각료를 맡는다는 얘기도 있다.
각료직에 버니 샌더스가 들어갈지가 관심이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피즘이 심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성 정치권이 개혁이라는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여론은 다시 이반될 것이다. 2년 전 중간선거 때 민주당에 샌더스 키즈라 불리는 젊은 의원들이 대거 하원에 입성한 것도 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바이든 정부의 숙제가 될 것이다. 당장 각료 인선에서부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샌더스는 11일 CNN 인터뷰에서 “현재 지독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노동장관 직을 맡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각이 될 수도 있고 상원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으나 바이든 정부에서 확실하게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바이든은 외국 정상들과도 통화를 했다고.
맨 먼저 관례대로 9일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통화했다. 10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은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동맹국 정상들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들에게 ‘미국이 돌아왔다’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부터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서 활동해온 바이든은 외교 문제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캠페는 ‘미국이 다시 이끌어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기후변화, 코로나 등에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대응을 주도하는 위치로 복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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