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의 피닉스. 마리코파 카운티의 상급법원에 6일 오전(현지시간) 민주·공화 양당 관계자들이 모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낸 ‘마커 펜 소송’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애리조나주 공화당은 이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인 에이드리언 폰테스 지역 선거담당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문구제조회사 샤피에서 제조한 ‘퍼머넌트 마커’ 펜으로 표기된 투표용지는 ‘손상’이 심하므로 무효표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샤피를 비롯한 몇몇 필기구로 투표했을 경우 무효표라는 소문이 미시간, 매서추세츠, 코네티컷 등 여러 주에서 돌았다. 개표가 진행 중인 마리코파 카운티 당국은 트위터에 “마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으며 이 문제를 설명하는 동영상까지 만들었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소송을 냈다. 4년 전 공화당이 이겼던 애리조나 표심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울자 개표를 지연시키려는 것이었다. 마리코파 카운티는 애리조나 유권자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곳이다.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홉스 주 국무장관은 현장투표에서 유권자가 어떤 펜으로 기표했든 모든 표를 집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원인 마크 브르노비치 주 법무장관도 무효표로 만들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공화당은 이 문제를 해결할 회의를 2주 이상 뒤로 미루자고 우겼다. 민주당은 항의했다. 주 법원도 거부하고 양당 관계자들을 이날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곳곳에서 비슷한 소송과 지연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공화당은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주에서 재검표와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역전할 전망이 줄어들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바이든 후보가 이긴 모든 주’에서 법정 싸움을 하겠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도 가장 ‘개표 전쟁’이 치열한 필라델피아 카운티에서는 공화당이 선거관리 담당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연방법원은 5일 선거 참관인단이 참관을 방해받았다는 공화당 주장을 기각했다. 펜실베이니아 동부법원은 담당자들이 양당 참관인들을 똑같이 공정하게 대했으며 일정 거리를 두고 개표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보장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 캠프 변호인도 판사의 추궁에 “현장에 참관인이 들어가기는 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측은 또 이 지역에서 생애 첫 투표자들이 우편투표 때 신분증명을 하지 않은 경우 규정 위반이라는 소송도 냈다. 이에 대해서는 법원이 지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무효 처리가 아니라 9일 이후 선거당국이 신분증명을 확보하라고 명령한 것이라, 트럼프 캠프의 ‘승리’라 보기는 힘들다.
미시간주 법원은 사전투표 개표를 멈춰 달라는 트럼프 캠프 요청에 “너무 늦은 요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표 전에 이의를 제기했으면 모를까, 시한을 정해 이미 우편투표를 받기로 한 만큼 모든 투표를 개표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조지아 법원은 채텀 카운티에서 제기된 공화당의 똑같은 소송을 기각했다. “선거관리 당국이 법을 어겼거나 무효표를 집계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네바다주 클라크 카운티에서 트럼프 측은 “사망자들이나 거주 증명이 없는 사람 3000명의 투표가 포함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길 가능성도,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주 법원이나 지역 연방법원을 넘어 연방대법원까지 간 소송도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이 주 대법원에 낸 우편투표 개표 관련 소송에 공화당 본부도 원고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며 낸 것이다. 앞서 주 대법원은 “주 내에서의 일”이라며 전국 단위의 개입을 막았다. 그러자 공화당은 연방대법원에 항소했다. 막바지 개표를 법률 논쟁으로 뒤덮고 시간을 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개표가 이미 진행중이라 사안의 실질적인 의미는 적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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