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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의 선택]미국과 세계, '정상화’될까...'트럼피즘 심판'에 쏠린 눈

딸기21 2020. 11. 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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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커노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투표를 하고 민주주의를 새롭게 하자”는 사설을 싣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촉구했다. 신문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남긴 “어두울 때에만 별이 보인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현재를 미국 민주주의의 암흑기로 규정했다. 공화당의 방해 속에서도 여러 주가 우편투표 등으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늘린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폭력 선동 속에서도 1억명 가까운 이들이 이미 투표한 것 등을 들며 “이러한 행동들이 쌓여 우리의 대의민주주의는 새로워진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은 더 직설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거짓말을 일삼고 법치주의를 경멸했으며, 재선 운동도 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을 내놓는 대신 선거부정 음모론을 퍼뜨리고 유권자들의 표를 무효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썼다. 선거 자체에 대한 이런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4년 중임제인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때에는 대체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 대선은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에서도 알 수 있듯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늘 트집잡아온 ‘전통 언론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트럼피즘(트럼프주의) 심판’의 계기로 여긴다는 뜻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 선거를 “미국의 영혼을 놓고 벌이는 전투”에 비유했다.

 

미국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의 투표소 앞에 2일(현지시간) 사전투표를 하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시더래피즈 AFP연합뉴스

 

이번 미국 대선은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미국에서 대통령 스스로 선거의 공정성을 공격했다. 음모론과 불복 시나리오에 폭력사태 우려까지 나왔다. 트럼프 정부의 4년 행보와 대선 캠페인은 세계에 미국 정치의 적나라한 수준을 보여줬다. 난장판으로 끝난 대선후보 1차 토론 뒤 스페인 언론 엘파이소는 ‘혼란과 악의의 스펙터클’이라 평했고, 독일의 슈피겔은 미국의 ‘국가적 수치’라고 꼬집었다. 파이낸셜타임스에는 “미국을 보는 유럽의 시각이 부러움에서 동정으로 바뀌고 있다”는 글이 실렸다. 4년간 미국은 ‘다시 위대하게’ 되기는커녕 국제적 신뢰가 무너지고 웃음거리가 됐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올해 미 대선은 세계가 민주주의의 의미와 민주적 절차의 안정성을 되묻게 만들고 있다.

 

세계의 시선은 단순히 세계 최강국 지도자가 다시 정해지는 것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에만 머물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혐오와 선동, 편가르기가 일상화돼 미국 사회를 위협한 것 못잖게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힘겹게 쌓아올린 룰도 무너졌다. 전례 없는 팬데믹 속에서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를 박차고 나갔다. 기후변화 대응 등 모든 현안에서 다자간 협력은 뒷전으로 밀렸다. 국제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트럼프 정부의 인식은 무역전쟁을 비롯한 갈등과 충돌로 이어졌다. 욕설과 막말이 외교를 잠식했다. BBC방송은 미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나라에 대해선 뭐라고 말했는지’ 보여주는 검색툴까지 선보였다. 이 모든 것이 ‘정상화’될 것인지를 세계가 궁금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기사에서 올해 미국 대선을 ‘트럼프 대 세계’의 2라운드 대결장으로 표현했다. 폴리티코 웹사이트

 

하지만 트럼프 이후의 시대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많다. 트럼프 집권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경제적 상실감과 정체성 갈등, 혐오 감정과 불신 같은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컬럼비아대 하미드 다바시 교수는 2일 알자지라 기고에서 “트럼프 시대가 끝나도 트럼피즘은 남을 것”이라고 썼다.

 

하비에르 솔라나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올린 글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 대선이 가르쳐 주는 것은, 한 나라가 글로벌한 도전들을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이전 시기에 대한 향수를 버리고 내일의 세계를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호주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민주주의를 회복할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미국이 이끌어줄 것이라는 환상’이 깨져나간 것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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