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기준을 강화했다. 11월 3일 대선 전에 ‘백신 개발’을 발표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FDA는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위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3상 임상시험 뒤 제약사들이 최소 2달의 안전성 정보(Safety Data) 확보기간을 두고 시험대상자들을 추적하도록 한 긴급사용 승인기준을 발표했다. 백신을 접종받은 집단의 코로나19 감염률이 플라시보(가짜 약)를 투약한 위약 대조군의 50% 아래로 낮아야 승인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FDA는 지난달 백악관에 이런 내용의 새 승인기준안을 제출했으나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2달’이라는 검증기간이 너무 길다고 반대했다. 백악관이 FDA의 새 기준을 승인하지 않은 채 미루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치료까지 받은 상황에서, 결국 새 기준은 발표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아무리 빨라도 다음달 말에야 백신 사용승인이 나올 수 있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진행 속도가 빠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3상 시험 참가자 4만4000여명 중 절반 가량이 지난달 말에야 2차 백신을 접종받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옥토버 서프라이즈(대선 전 10월의 깜짝뉴스)’로 삼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이 FDA 지침을 무시하고 백신 허가를 강요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FDA와의 이견이 부각되고 비판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일 전에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발 시한을 줄이라며 속도전을 부추겨왔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악관의 채찍질에 맞춰 ‘대선 전 고위험군 백신 접종’ 준비에 들어갔고, 스티븐 한 FDA 국장은 “3상이 끝나기 전에라도 긴급승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 일정에 짜맞춘 무리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백악관 코로나19 백신개발 태스크포스인 ‘워프 스피드 작전’ 책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8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노바백스, 화이자 등 9개 제약사들이 “3상에서 유효한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는 백신을 승인받지 않겠다”면서 ‘안전서약’을 했다. 백악관의 밀어붙이기와 같은 정치적 압력 때문에 과학적 절차가 왜곡되고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딸기가 보는 세상 > 아메리카vs아메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신기루'에 트럼프 개표 초반 '승리선언'? (0) | 2020.10.25 |
---|---|
"아들 배런도 코로나19 양성판정" 멜라니아가 폭로 (0) | 2020.10.18 |
페이스북 "음모론 집단 '큐어넌' 계정 모두 없앤다" (0) | 2020.10.07 |
베이조스 집 앞서 잇단 시위…‘코로나 시대의 승자’ 아마존의 명암 (0) | 2020.10.07 |
<약속받은 땅>…대선 직후 나올 오바마 새 책, 미국판만 300만부 찍는다 (0) | 2020.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