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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집 앞서 잇단 시위…‘코로나 시대의 승자’ 아마존의 명암

딸기21 2020. 10. 7. 09:25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일 직원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2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공원 앞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했다. 목적지는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의 집이었다. 베벌리힐즈에 있는 베이조스의 저택 앞으로 간 시위대는 “이윤 위에 사람이 있다”고 외치며 항의했다고 LA타임스 등이 5일 보도했다.

 

아마존의 전현직 직원들로 이뤄진 ‘필수노동자회의’가 주도한 이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베이조스의 탐욕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시간당 임금을 30달러로 올리고 코로나19 위험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가 퍼진 뒤 해고됐거나 회사 측에 항의하다 쫓겨난 이들의 복직도 요구했다. 베이조스에게 세금을 더 많이 물려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지난 2일 아마존은 미국 내에서 일하는 직원들 가운데 약 2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측은 성명에서 “직원의 건강과 웰빙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도 미국 전체의 감염률보다는 낮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은 3월부터 코로나19에 따라 직원들에게 시간당 2달러 위험수당을 줬으나 6월초에 없앴다. 감염을 막기 위한 무급휴가도 3월에 도입했다가 한달만에 폐지했다.

 

올들어 팬데믹으로 온라인 상거래가 폭증하면서 아마존은 최대 수혜자가 됐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아마존 물류창고 수는 2배로 늘어나고, 고용인원은 30만명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마존의 감염증 대응은 계속 논란이 돼왔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진 3월, 감염 중심지였던 밀라노 근교의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출근 거부와 작업 거부에 들어갔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것이 뻔한데도 배송을 지시하자 거부한 것이었다. 아마존은 창고를 소독하기 위해 잠시 닫아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탈리아 전역 아마존 직원들의 파업으로 번졌다.

 

그후 아마존 직원들의 시위는 미국으로 옮겨갔다. 3월 이후 미국 여러 곳에 있는 베이조스의 호화 저택들은 아마존 전현직 노동자들의 시위장이 됐다. 8월에는 베이조스의 뉴욕 맨해튼 맨션 앞에서, 9월에는 워싱턴의 저택 앞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Getty Images

 

코로나19 영향에 아마존의 주가는 1년 새 64%가 올랐다. 경제잡지 포브스가 지난달 공개한 ‘포브스400’ 갑부 리스트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인 베이조스의 재산은 1790억달러(약 207조7200억원)에 이른다. 포브스 기준으로 보면 1년 새 57%인 650억달러가 늘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서는 베이조스의 재산이 올들어서만 700억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LA 시위를 주도한 필수노동자회의의 크리스 스몰스는 CBS 인터뷰에서 “팬데믹 덕에 베이조스는 880억달러나 재산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스몰스는 뉴욕의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다가 항의시위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3월에 해고된 사람이다. 미국의 몇몇 언론은 베이조스의 총 자산이 이미 2000억달러를 넘어서서 세계 최초의 ‘2000억달러대 갑부’가 됐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또 소비자들에게 “아마존의 프라임데이를 보이콧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마존은 13~14일 대규모 할인행사 ‘프라임데이’를 진행한다. 해마다 9월에 하던 연례 할인행사인데 올해는 한 달 늦춰졌다. 아마존 ‘프라임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 행사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앞서 진행되는 초대형 쇼핑 이벤트다.

 

지난달 베이조스는 자신이 출연한 ‘데이원기금’을 통해 워싱턴에 비영리 학교를 연다고 발표했다. 오는 19일 문을 여는 이 학교는 3~5세의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프리스쿨이다. 베이조스는 이탈리아의 교육철학자 마리아 몬테소리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학교가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마켓워치 등은 이 발표가 나오자마자 “그들을 저소득층 자녀로 만든 것은 바로 베이조스 같은 기업가”라는 비판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승자독식’이라는 책을 통해 억만장자들의 자선사업 이면을 비판해온 아난드 기리다라다스는 트위터에 “베이조스는 아마존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방해하고 저소득 가정을 양산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