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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본부장, WTO 사무총장 결선 진출...문제는 '일본의 반대'

딸기21 2020. 10. 8. 14:31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6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WTO 사무총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53)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 로이터통신 등은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TO 소식통을 인용, 유 본부장이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지낸 응고지-오콘조-이웰라 후보(66)와 함께 2라운드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두 여성 후보가 나란히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면서, WTO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됐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된 새 사무총장 선출에는 유 본부장을 비롯해 8명이 후보로 나섰다. 최종 1명만 남을 때까지 회원국 투표에서 적게 득표한 후보들부터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선출된다. 유 본부장은 지난달 1라운드를 통과한 5명 중에 들어갔고, 2라운드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각국이 5명의 후보 중 1~2명의 후보에 지지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된 2라운드 투표에서 유럽국들이 대거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유 본부장의 경쟁자가 된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은 나이지리아에서 부패와 빈곤을 줄이고 재정 투명성을 높여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아온 인물이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고, 지금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유 본부장의 강점이 통상이라면,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은 국제무대 경험이 많고 WTO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재무관료 출신이고 개발경제 전문가여서 통상분야는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최종 후보 2명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마지막 3라운드는 투표 대신 컨센서스(합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나라가 없는 경우 합의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표를 실시한다. 최종 결정 시한은 다음달 6일이다.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 AFP

 

3라운드가 컨센서스 방식이라는 점에서, 유 본부장의 최대 걸림돌은 일본의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WTO의 새 수장으로 나이지리아나 케냐 후보를 밀기로 했다고 앞서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케냐 후보는 컷오프됐고, 3라운드에 진출한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을 일본이 적극 지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기구 실무 경험과 각료 경험 등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의 강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은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일본도 선출 프로세스에 확실히 관여하고 싶다”고 말했고, 언론들은 “한국인 사무총장이 나오면 일본의 통상정책에 불안요소가 될 것”이라며 경계하는 보도들을 내놨었다.

 

유 본부장은 지난 6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를 가지고 WTO 사무총장 선출 문제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본의 반대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최근 보도에서 WTO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면서, 유일한 아시아 후보인 유 본부장이 두 강대국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고속성장으로 빈곤을 극복한 한국의 경험이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저항이 장애물이 될 것”이라면서 WTO에 제소돼 있는 한·일 간 무역분쟁에 대한 기구 내에서의 논의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