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중에서

딸기21 2006. 2. 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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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펀잡 주에서는 전통적으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이 서로 협력하며 평화롭게 살아왔다. 그러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세계은행이 뒷받침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추진한 이른바 ‘녹색혁명’, 다시 말해 화학물질과 기계를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생산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압력이 한 원인이 되어 이 지역의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이 서로 폭력으로 충돌했다. 녹색혁명은 이미 희소한 자원인 민물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생산방식을 추진했고, 이 때문에 민물을 둘러싼 경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세계화 국제포럼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p.298


‘종족 갈등’으로 알려진 르완다 내전 뒤에는 세계 커피원두값 하락과 플랜테이션 단작농업의 폐해가 숨어 있었다. ‘종파 갈등’으로 불리는 이라크 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의 3각 갈등 뒤에는 키르쿠크와 모술의 막대한 석유 이권이 숨어 있다. ‘종교 분쟁’으로 알려졌던 수단 무슬림-기독교도 내전 뒤에도 석유가 있다. 나이지리아 반군도, 인도네시아 아체 반군도, 체첸 반군도, 석유 때문에 탄압을 받는다. 그런데 왜 이런걸 다 ‘종교 갈등’ ‘종족 분쟁’이라고 부르는 걸까. 경제적 요인 하나로 환원시키는 것도 '경제근본주의'의 오류가 될 수 있긴 합니다만.


쿠바의 유기농업

헬레나 노르베르크-호지, 토드 메리필드, 스티븐 고어릭 / 생태와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

지난 몇 년간에 걸쳐 쿠바의 농업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화학비료를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수출지향 단작농업체제에서 지역적인 소비를 위해 다양한 유기농 식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쿠바의 농경지 대부분은 세계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사탕수수의 대규모 단작재배에 바쳐졌다. 1959년의 쿠바혁명 이후에도 수출대상 지역이 소련과 그 동맹국들로 바뀌었을 뿐 사탕수수 단작농업체제는 계속 유지됐다. 쿠바는 사탕수수를 수출해 번 돈으로 이같은 농업을 유지하기 위한 화학비료와 석유, 그리고 쿠바 국민이 먹을 식량의 상당부분을 수입했다. 1990년 이전까지는 쿠바 국민의 칼로리 섭취량 중 57퍼센트가 수입된 식량으로 충당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련 시장이 무너지고 미국에서 금수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쿠바의 살충제와 비료 수입은 80퍼센트나 줄어들었고, 식량수입도 50퍼센트나 감소했다. 그러자 쿠바 정부는 일련의 혁신적인 전략을 채택하는 등 획기적인 대응에 나섰다. 쿠바 정부는 생산품목을 다양화하고, 화학비료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농업에 대한 대중적 참여를 장려하고, 국가적인 식량안보 강화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국가가 통제하던 거대 농장들을 쪼개어, 노동자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소규모 협동농장들로 만들었다. 기초 식량수요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농업의 방향도 바꾸었다. 쿠바 정부는 재배하는 곡물의 다양화, 순환재배, 작물이 자라는 밭의 이랑 사이에 다른 종류의 작물을 심어 재배하는 사이짓기, 유기질 비료의 사용, 토양의 보존 등을 권장했다. 농업에 관한 연구개발도 투입재를 적게 쓰는 생태적 농업방식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결과 생물학적인 토지비옥화 방법이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생물학적인 병충해 통제기술도 도입됐다. 연료 부족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트랙터의 역할은 황소가 대신했다. 농업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정부는 농촌의 생활여건과 농촌 거주자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강화해 농민들을 더 많이 농촌에 남도록 유도했다. 쿠바 정부는 또 농산물의 직접 판매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그 결과 전국에 걸쳐 농민시장이 많이 형성됐다.
도시정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쿠바 정부의 도시농업부가 도시정원과 관련된 정책과 행정을 관장했다. 1998년에는 아바나에만 8000개가 넘는 도시정원이 생겨났고, 여기서 3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경작활동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농업부는 아바나 본부의 앞마당 잔디를 정원으로 바꿔 상추, 바나나, 콩 등을 심었고 농업부 직원들이 거기서 일했다. 도시정원들은 농촌지역이 져야 할 부담을 덜어주고 식량의 수송과 저장에 드는 노력과 비용을 절감시켰다. 도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품질이 개선되고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물론 쿠바의 이런 정책은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만약 앞으로 쿠바가 고립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 자체는 고무적인 것이었다. 쿠바의 경험은 국가 차원에서 생태적, 사회적으로 보다 합리적인 농업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어느 나라든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글로벌 식량체제에서 국내 식량체제로 전환하고 사람들과 지역사회, 환경에 이로운 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제리 맨더, 세계화에 관한 국제포럼/ 사이면 레털랙, ‘에콜로지스트’

...세계의 무역이 증가하면 화석연료의 사용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지구온난화도 가속된다. 세계 재화무역의 거의 80%는 해양수송으로 이뤄진다. 선박에 통상 사용되는 연료는 벙커시유로 불리는 저질의 석유와 디젤유를 혼합한 것이다. 벙커시유는 탄소와 황 함유율이 높아 오염효과가 특히 크며, 선박에 사용될 수 없다면 그냥 폐기될 수도 있는 기름이다...또 해양수송은 냉동 수요를 늘리기 때문에 오존층을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항공수송은 선박수송보다도 더 환경에 해롭다. 항공기로 화물을 1km 수송하는데 드는 에너지의 양은 선박으로 수송할 경우의 49배나 된다. 보잉에서 일하는 한 물리학자는 747기가 한 번 이륙할 때 초래하는 오염의 정도에 대해 “주유소 하나에 불을 지른 뒤 불타는 주유소를 이웃집 위로 날리는 것과 같다”는 비유로 설명한 적이 있다. 747기가 2분간에 걸쳐 이륙하는 것은 잔디깎는 기계 240만개를 20분간 동시에 가동하는 것과 같다고도 한다.

-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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