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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외딴 섬의 ‘역발상’...“코로나19 회복된 사람만 오라”

딸기21 2020. 8. 3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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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두 지 노로냐 섬의 해안. 위키피디아

 

브라질 북동부 해안에서 350km 떨어진 ‘페르난두 지 노로냐’ 군도.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이다. 다 합쳐도 면적 26㎢에 불과한 섬들이지만 해양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데다 천혜의 해변과 절경을 갖추고 있어 생태관광지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지구의 낙원’이라고도 불린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 걱정이 많던 이 섬이 새로운 대응법으로 다시 손님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즉 면역이 생긴 사람들만 받기로 한 것이다. 섬 관리당국은 9월 1일부터 이런 내용의 관광객 방문지침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바이러스 감염자의 면역력을 이용해 섬을 코로나19로부터 지키기 위한 역발상이다. 섬 행정관 기예르메 로차는 “앞으로는 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PCR)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지 20일 이상 지났다는 증명이나 항체가 형성됐다는 진단서를 갖고와야만 섬에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16세기 포르투갈 상인의 이름을 딴 이 군도는 21개의 섬들로 이뤄져 있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곳은 가장 큰 섬 하나뿐이다. 그래봐야 넓이가 17㎢ 정도이고 거기에 3100여명이 모여 산다. 브라질의 코로나19 감염자가 400만명을 향해 가고 있고 사망자도 12만명이 넘는다. 이 작은 섬에서도 93명이 확진을 받았으나 사망자는 없었고 모두 완치됐다. 섬 당국은 3월부터 관광객들에게 문을 닫았고, 4~6월 석달 동안은 본토를 방문한 주민의 귀환도 불허했다.

 

하지만 섬의 경제를 위해 더이상 버티기 힘들게 됐고, 그렇다고 섣불리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처지다. 그래서 내놓은 방침이 ‘면역된 사람만 오라’는 것이다. 이 섬을 관할하는 페르남부쿠 주 보건책임자는 “군도의 경제를 다시 활동화시키면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도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나은 사람에게서 얼마나 오래 면역이 유지되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탈리아, 인도 등에서 바이러스에 한 차례 감염됐다가 나은 뒤 다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들이 보고됐다. 지난 25일에는 홍콩에서 완치됐다가 넉달만에 재감염된 남성의 사례가 공식 확인됐다. 이 남성을 관찰한 홍콩대 연구진은 백신을 접종한다 해도 코로나19에 평생 면역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며, 지역사회 내 상당수가 감염되고 항체가 생겨 전염병이 힘을 잃는 ‘집단면역’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 남성의 경우 두 번째로 감염됐을 때에는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첫 감염 때보다 바이러스의 위력이 약해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코로나19는 감염자가 증상이 없을 때에도 다른 이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무증상 감염’을 일으킨다. 또 이탈리아 연구진들은 코로나19에 재감염된 사람들이 첫 감염 때보다 훨씬 심한 증세를 겪는 경우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의학저널에 싣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 재감염 사실이 확인된 20대 남성도 이전 감염 때보다 증세가 훨씬 심했다.

 

재감염되는 사람이 전체 감염자 수에 비해 극히 적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로 퍼진지 반년 만에 여러 곳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도 재감염 환자가 나왔으며 브라질에서는 며칠 새 재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7명이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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