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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제2의 맬컴엑스'? 트럼프가 '반역자'라 부른 흑인운동가 호크 뉴섬

딸기21 2020. 7.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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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6.26

 

미국 뉴욕의 흑인운동가 호크 뉴섬(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앵커 마사 매컬럼과 대담하고 있다. 폭스뉴스 화면캡처

 

제2의 맬컴엑스인가, BLM을 과격하게 몰고가는 선동가인가.

 

인종차별 반대운동가 호크 뉴섬의 발언들로 미국이 시끄럽다. 뉴욕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을 이끌고 있는 뉴섬이 방송에 나와 “현 체제를 불태우겠다”는 강경한 발언을 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기를 잡은 듯 ‘반역’이라 비난하며 흑인 운동을 맹공격하고 있다.

 

발단은 24일(현지시간) 뉴섬의 폭스뉴스 인터뷰였다. 뉴섬은 폭스뉴스 앵커 마사 매컬럼과 대담을 하면서 “이 나라가 우리가 바라는 것을 주지 않는다면 체제를 불태워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어떤 수단이든 동원해서 흑인들의 주권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매컬럼이 “폭력으로 뭘 얻겠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뉴섬은 “미국은 폭력 위에 세워진 나라”라고 맞받았다.

 

뉴섬은 “흑인들이 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폭력이라 하고, 백인들이 공격용 라이플을 잡는 것은 괜찮다고 하는 것은 미국의 위선”이라며 “우리는 자기방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예수를 “가장 유명한 흑인 급진 혁명가”라는 말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뉴섬의 발언이 “반역이고, 내란선동”이라고 주장했다. BLM 구호를 트럼프타워 앞길에 적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던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향해서도 “뉴욕경찰이 분노한다”며 맹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들이 최근 몇년 새 미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항의 운동에 대한 가장 맹렬한 공격이었다고 썼다.

 

25일 뉴욕에서 열린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에서 한 남성이 ‘트럼프는 파시스트’라 쓰인 손팻말을 들고 서있다.  뉴욕 AFP연합뉴스

 

뉴섬은 뉴욕에서 ‘BLM 그레이터 NY’이라는 단체를 이끄는 활동가다. 8년 전 흑인 소년을 사살한 백인 자경단원이 백인 위주 배심원단에게서 무죄 평결을 받은 ‘짐머만 사건’을 계기로 이 단체를 만들었다. 흑인들에 대한 경찰 폭력을 감시하고 항의하는 동시에, 그레이터뉴욕이라 불리는 뉴욕 광역권에서 흑인 공동체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온라인으로 경찰 폭력을 감시·고발하는 캅워치아메리카(Cop Watch America)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활동과 테드(TED) 강연 등을 통해 흑인운동의 필요성을 알려왔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만5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개인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뉴섬의 발언들은 미국인들에게 맬컴엑스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맬컴엑스는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이 한창일 때 비폭력 평화운동을 주창한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달리 백인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한다고 선언한 흑인운동가다. 본명은 맬컴 리틀이지만 뿌리 뽑힌 흑인 정체성을 드러내고 백인들이 지어준 이름을 거부하기 위해 엑스(X)라는 성으로 바꿨다. 백인들만의 민주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며 “선거로 평등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흑인들은 총으로라도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섬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스스로 맬컴엑스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섬을 반란 선동꾼으로 몰아갔지만, 뉴섬의 시각은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협소한 선동에 그치지 않는다. 2018년 8월 뉴섬의 테드(Ted) 강연은 시민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 식품 따위에 둘러싸인 현실을 지적하며 ‘식품사막’이 된 대도시 문제를 지적했고, 흑인들의 교육·복지 문제를 폭넓게 거론했다. 지난 7일 그가 주축이 된 ‘BLM 그레이터 NY’은 인터넷을 통해 흑인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개혁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파인아일랜드에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벽화와 꽃다발 앞으로 한 아이가 뛰어가고 있다. 파인아일랜드 AP연합뉴스

 

청사진에서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경찰 폭력 등 법 집행 과정을 개혁하는 내용이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에서 따와 ‘숨을 쉴 수 없다 법’으로 이름붙인 개혁안은 경찰이 시민들을 검문할 때 목조르기를 할 수 없게 하고, 경찰의 무장을 줄이고 예산을 줄이는 내용 등을 담았다. 경찰이 시민 진압과정을 보고하게 하고, 거짓 보고를 할 경우 처벌하게 하는 ‘블루월법’이라는 것도 제안했다. 경찰의 과잉진압 등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검사가 조사하게 하고 면책권을 박탈하는 것도 요구했다.

 

교도소의 독방 벌칙을 제한하고 노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주디스 클라크법’도 거론했다. 주디스 클라크는 1981년 은행강도 사건에 가담했다가 7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흑인 여성이다. 당시 총기를 소지하지 않았는데도 공범들이 탄 차를 운전했다는 것만으로 ‘법률로 가능한 최고형’을 받았으며 37년간 복역하다가 지난해 10월 가석방됐다.

 

청사진은 또 헌법에 보장된 주거 복지권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주택’에 살 수 있도록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세입자 권리를 늘리는 것 등 주거개혁 정책도 제시했다. 집주인들이 마음대로 세입자를 내쫓지 못하도록 하는 ‘선한 의도 퇴거법’을 만들고, ‘공공주택 그린뉴딜’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코로나19의 피해를 더 많이 입고 있는 흑인들이 임대주택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전염병 확산 기간 동안 퇴거조치를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아동·가족들의 권리를 키우고 학교에서 미국 흑인들의 역사를 공정하게 가르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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