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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19 급증 플로리다엔 '트럼프 따라쟁이' 주지사

딸기21 2020. 7. 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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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재개장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근교의 디즈니월드에서 마스크를 쓴 관람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올랜도 AP연합뉴스

 

총기규제 반대, 낙태 반대, 이란 핵합의 반대, 팔레스타인 원조 반대, 오바마케어 반대. 미국의 ‘떠오르는 극우 정치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1)의 행보다. 코로나19 봉쇄에도 반대하며 결정을 미루더니, 결과는 결국 ‘하루 최다 확진자’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주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이 지역 신규 확진자는 1만5300명으로, 4월 4일 뉴욕주의 1만2274명을 넘어 미국에서 ‘하루 최다 확진’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27만명, 사망자는 4200여명이다.

 

이런데도 올랜도 근교의 월트디즈니월드는 넉달 간의 영업중단을 끝내고 지난 11일 재개장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무더위 속에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테마파크에서 놀겠다며 몰려드는 관람객들을 스케치했다. 디즈니사는 캘리포니아에서 운영해온 디즈니랜드에서 2014년 홍역이 퍼졌을 때 쉬쉬하다가 비난을 받은 적 있다. 방역조치가 부족했던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 감염위험을 무시해 노동단체들 항의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플로리다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는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문을 열었다. 디즈니는 물론이고, 영업을 재개하게 해준 당국에도 눈총이 쏠린다.

 

공화당 소속 드산티스 주지사는 방역보다는 학교와 상점들 문을 다시 여는 것에 치중해, 감염증 확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에게 올 가을부터 학교 수업을 재개하라고 촉구하자 드산티스 주지사는 앞장서서 호응하고 나섰다. 다음달 ‘대면수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뒤 드산티스 주지사는 CNN 인터뷰에서 학교를 월마트에 비유했다. “생활에 필수적이라 해서 패스트푸드점도 열고 월마트도 열지 않았느냐.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야말로 필수적이다.” 월마트와 홈디포(대형 인테리어매장)가 방역조치를 취하면서 영업할 수 있다면 “학교라고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

 

론 드산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10일(현지시간) 올랜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랜도 AP연합뉴스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대형 매장에 손님이 잠시 들르는 월마트와, 작은 교실에서 장시간 아이들이 수업받는 학교가 어떻게 같냐”고 반발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학교들은 방역 예산조차 부족한 형편이다. 일부 지역에선 학부모·교사들이 교육당국에 수업 재개 방침을 재고해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현지방송 뉴스4는 전했다.

 

2018년 취임한 드산티스 주지사는 해군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악명 높은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테러용의자 수용소’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정치경력은 길지 않다. 2013년부터 주지사가 되기 전까지 5년간 플로리다주에서 연방하원의원을 지낸 게 전부다. 정치인이 된 이래 그가 내세운 주장과 정책은 공화당 내에서도 극우에 가깝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에 반대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은 열렬히 지지해왔다.

 

에어비앤비와 이스라엘 싸움에 플로리다 주지사가 나선 이유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비슷했다. 2월 마지막날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고, 플로리다주에서는 3월 1일 첫 감염자가 확인됐다. 3월 중순이 되자 미국에서는 확진자가 세자릿수로 늘었으며 곳곳에서 사망자가 줄을 이었다.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이 주민들에게 자택대피령을 내리면서 봉쇄에 들어갔다. 하지만 드산티스 주지사는 3월 말이 되도록 대피령을 미뤘다. 이미 감염자가 7000명에 육박하던 시점이었다. 플로리다는 4월이 돼서야 한달 간의 이동금지에 들어갔다. 비판이 일자 그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축소하며 “25세 이하 사망자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이 12일(현지시간) 수영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마이애미 EPA연합뉴스

 

드산티스 주지사는 6월부터 경제활동 재개에 앞장섰다. 감염자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증상이 없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늘렸기 때문”, “농촌과 교도소에서 감염자가 많이 나온 탓”이라며 도시의 경제활동과는 관련 없다고 했다. 6월 말에 이르자 플로리다는 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미국에서 6번째로 감염자가 많은 주가 됐다. 그런데도 주지사는 플로리다 상황이 “좋은 모양”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안정세라고 우겼다.

 

앞서 미 정부 방역책임자은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플로리다를 비롯한 남부 ‘선벨트’ 지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플로리다에서는 지난주부터 매일 1만명씩 감염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드산티스 주지사의 대변인 헬렌 아기레 페레는 12일 트위터에 “바이러스 검사를 늘리면서 양성 판정자도 늘다가 주초에 많이 줄었다”고 적었다. 마이애미헤럴드는 “검사에서 양성판정 비율이 10% 정도로 떨어져야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데 플로리다의 양성 비율은 14%가 넘는다”면서 방역에 집중해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들과 주민들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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