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화성 위크’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미국, 중국 세 나라가 줄이어 화성으로 탐사선을 발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지구를 강타한 올 여름, 맨 먼저 화성으로 탐사선을 쏘아보낸 것은 UAE다. 2015년 발표한 계획대로 20일 오전 아랍권 최초의 화성탐사선 ‘아말’을 발사했다. 아랍어로 ‘희망’을 뜻하는 아말은 이날 오전 7시 조금 못 미쳐 일본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 탐사선은 5억km 이상을 날아가 UAE 건국 50년이 되는 내년 2월 쯤 화성 궤도에 들어간다.
석유 부국 UAE는 ‘화석에너지 이후’를 준비하며 과학기술에 대대적으로 투자해왔다. 특히 위성발사 등 우주기술에 오래 전부터 공을 들였다. 에미리츠응용과학기술연구소(EIAST)와 두바이에 있는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가 그 핵심에 있다. 두바이 에미르(수장)의 이름을 딴 MBRSC는 2006년 만들어져 그동안 위성기술을 착착 쌓아왔다.
UAE의 첫 인공위성 ‘두바이샛(DubaiSat)-1’은 2009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한국 기업과 협력해 만든 저궤도위성인 두바이샛-1은 2011년 동일본 지진과 쓰나미를 생생하게 포착, 재난에 긴급대응하기 위한 유엔의 정보기술 프로그램인 ‘유엔 스파이더(UN-SPIDER)’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제공했다. 위성은 수명을 다 하고 2015년 8월 ‘퇴역’했다.
화질과 기능을 향상시킨 두바이샛-2는 한국·러시아 연구진과 협력해 만들었고 2013년 11월 러시아 야스니 기지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두바이샛은 1과 2 모두 러시아 드네프르 로켓으로 발사됐다. 2016년의 나이프-1, 2018년의 칼리파샛 발사 등으로 이어지면서 위성 기술에서는 UAE 기술진이 본격 주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해가고 있다. UAE 이와 함께 아말을 쏘아보내는 ‘에미리츠 마스 미션’과 자국민 우주인 육성을 추진해왔다. 2017년에는 100년 후 화성 인류 거주를 목표로 ‘화성 2117’ 프로젝트를 선언했고 지난해에는 아랍권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 3명을 보냈다.
미국 콜로라도대, UC버틀리 등과 협력해 개발한 아말은 화성 궤도를 돌며 관측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오는 오비터(궤도탐사선)다. 무게 1500kg에 너비 2.4m에 길이 2.9m로 작은 승용차 크기다. 발사체는 미쓰비시중공업의 H2A다. 600와트짜리 태양광패널을 장착해 에너지를 공급받고 델타-V 추진기로 속도를 조절한다. 아말은 2년 간 화성대기 등을 관측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책임자 옴란 샤라프는 기자회견에서 “UAE는 (건국) 50년도 안 돼 화성탐사선을 쏘아보낼 정도로 발전했다”며 “젊은이들에게 ‘여러분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랍권 첫 탐사선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문제는 궤도 진입이다. 세계에서 지금까지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이 화성탐사선을 쏘아올렸다. UAE는 7번째로 ‘화성 클럽’에 도전한다. 하지만 탐사활동은 물론이고 궤도에 제대로 진입시키는 것 자체가 극도로 어려운 과제다. 현재 화성 주변을 돌고 있는 오비터는 6대인데 3대는 미국 것이고 2대는 EU 것, 1대는 인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실패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재정이 거덜나고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금은 우주왕복선 한 대도 없는 신세가 됐다. ISS에 보내는 우주인도 러시아 셔틀에 의존하는 처지다. 하지만 화성탐사에선 독보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오비터뿐 아니라 랜더(착륙선)와 로버(이동식 탐사로봇)를 화성에 보내는 데에 모두 성공했다. 1976년 쌍둥이 탐사선 바이킹을 시작으로 모두 9번 착륙을 시도해 8번 성공했고, 현재 화성 땅 위에서 큐리오시티 로버와 인사이트 탐사선이 활동 중이다.
NASA의 18일 발표에 따르면 미국 시간 20일 오후 1시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바퀴가 6개 달린 자동차 크기의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으로 출발한다. 화성에 원시적인 형태의 생명체가 있다면 존재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측되는 제제로(Jezero) 분화구 부근에 내년 2월 착륙시키는 것이 목표다. 또 이번에 NASA는 로버와 함께 1.8kg 무게의 로터크래프트(미니 헬기)도 보낸다. 일종의 탐사용 드론이다. 성공하면 인류가 만든 것 중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날아다니는 최초의 기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23일에는 중국이 로버를 실은 탐사선과 오비터를 쏘아올린다. ‘하늘의 물음’이라는 뜻을 담은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톈원(天問)’이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과 국영 우주개발기업인 항천과기집단(CASC)이 제작을 주도했으며 중국 최대의 운반 로켓인 ‘창정’에 실어 쏘아보낼 예정이다. 로버를 이용한 샘플 채취와 지표면 아래 물 탐사까지 계획에 넣고 있으나 성공할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은 2011년 러시아와 함께 소형 오비터 ‘잉훠(螢火) 1호’를 화성으로 발사했으나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추락했다.
러시아는 화성에 참사선을 착륙시키는 데에만 성공했다. 1971년 소련의 마스 3호가 화성에 닿기는 했지만 착륙 직후 통신이 끊겼다. 유럽우주국(ESA)은 여러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2003년 비글 2호가 착륙 중 고장났고, 2016년에는 러시아 로스코스모스와 함께 추진한 ‘엑소마스’의 일환인 스키아파렐리 착륙선이 역시 화성에 내려앉으려다가 표면에 추락했다.
며칠 사이에 세 나라의 발사가 집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연료공급을 감안할 때, 화성과 지구와 태양의 위치가 탐사에 최적인 시기는 26개월만에 한번씩 돌아오며 한 달 정도만 지속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은 보도했다. 유럽과 러시아도 올여름 화성에 로버를 보내려 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계획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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