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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들이 경찰에 목 졸려 숨질까 걱정하지 않는다. 흑인 부모들도 그럴까.”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미국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구매자에게 한 말이다. 베이조스는 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고객으로부터 이런 이메일을 받았다”며, 보낸 이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이메일 내용과 자신의 답변을 공유했다.
아마존 구매자라는 이 발신인은 메일에 “수백만 명에게 서비스를 공급하는 당신의 회사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구호를 내건 것은 내게는 매우 공격적인 일”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문구를 대문자로 강조해 적었다.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눌려 질식사한 뒤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때마다 등장해온 구호다. 아마존은 플로이드 사건 뒤 웹사이트에 이 문구를 올리고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항의에 동참했다. 이 문구가 쓰인 배너를 클릭하면 “정의와 평등을 위해 아마존은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미국도시연맹(NUL) 등에 1000만달러를 기부한다”는 내용이 담긴 페이지로 이동한다.
베이조스에게 메일을 보낸 사람이 아마존의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며 내세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문구는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슬로건을 희석시키기 위한 대항 메시지다. 평등을 지향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극우파들이 차별당하고 경찰에 살해되는 흑인들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기 위해 외치는 구호다.
앞서 넷플릭스도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슬로건을 게시했으나, 유독 한국에선 넷플릭스 코리아가 정반대 메시지인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문구로 바꿔 웹사이트에 올렸다가 삭제한 일이 있었다.
베이조스는 메일에 대한 답신에서 “나는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는 문구는 흑인들이 법 집행과 사법시스템 속에서 맞닥뜨리는 불균등한 위험과 인종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며 “다른 이들의 생명이 소중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내겐 스무 살 아들이 있지만, 나는 그 아이가 언젠가 경찰에 목이 졸려 숨지면 어쩌나 걱정하며 살지는 않는다”면서 “흑인 부모들은 나처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베이조스는 “우리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에 이 운동을 지지한다는 점을, 그리고 나의 생각은 바뀌지 않으리라는 점을 당신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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