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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쿠오모 형제' 어머니 마틸다는 미국 아동·여성보호 선구자

딸기21 2020. 5. 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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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왼쪽)가 코로나19 브리핑을 하면서 ‘어머니의 날’을 기념해 모친 마틸다(오른쪽)를 화상으로 연결했다.   CBSN뉴욕 화면 캡처

 

지난 3월 미국 뉴욕주에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되기 시작하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우왕좌왕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비판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 ‘코로나 시대의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CNN방송 앵커인 동생 크리스가 진행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누가 더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아들인지 장난 섞인 설전을 주고받아 화제가 됐다.

 

10일(현지시간) 쿠오모 형제의 어머니 마틸다 쿠오모(88)가 주지사 아들의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에 등장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어머니의 날’인 이날 “오늘은 감사와 사랑의 날”이라며 브리핑 도중 화상으로 모친 마틸다를 연결했다. 많은 사람과 접촉해야 하는 주지사로서 감염 위협 때문에 어머니와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보고 싶고 사랑한다”며 어머니의 날을 축하했다. “어머니는 나보다 현명하고 강하다”고 했다. 마틸다는 “나도 보고 싶다,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2015년 사망한 마틸다의 남편 마리오 쿠오모는 뉴욕 주지사를 3번 지냈고, 장남 앤드루도 3연임을 하고 있다. 둘째 아들 크리스는 CNN 앵커이고 큰딸 마거릿 쿠오모는 유명한 방사선과 의사다. 유명한 남편과 아들을 거론하며 마틸다를 정치명문가인 쿠오모 가문의 안주인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아들이 전국구 정치인으로 뜨면서 쿠오모 가문과 케네디 가문의 인연, 마틸다와 남편 마리오의 ‘러브스토리’ 등 뒷이야기들이 새삼 미국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틸다는 남편과 아들의 후광에 가려질 수 없는 인물이었고, 미국의 여성·아동 권익옹호에 앞장섰던 선구자였다.

 

마틸다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마틸다는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시칠리아에서 이민온 부모는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어릴 적 딸의 교육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틸다는 뒤에 “학교에 입학하려고 갔는데 어머니가 영어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교장이 소리를 질렀던 일”을 회고한 바 있다. 당시 뉴욕 사회에 많이 남아 있던 이탈리아인에 대한 차별과 반감 때문에 이탈리아식 ‘마티아’라는 이름도 영어식인 마틸다로 바꿨다고 했다.

 

대학에서 남편 마리오를 만나 결혼한 뒤 교사로 일하면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79년 남편이 주지사가 된 뒤로는 여성·아동·가족보호 운동에 뛰어들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급식·예방접종 프로그램을 만들고 폭력과 범죄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보호할 시설들을 설립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1984년 ‘아동·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만들어 11년간 이끌었으며 뒤에 ‘멘토링 USA’라는 전국적인 프로그램으로 확대했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뉴욕 ‘시민태스크포스’도 주도했다. 1990년 뉴욕에서 열린 유엔 ‘어린이들을 위한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 정부의 유엔 아동권리협약 비준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마틸다가 1999년 펴낸 청소년 보호에 관한 책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이 헌사를 썼다. 2017년 마틸다는 ‘미국 여성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코로나19 위험에서 70세 이상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면서, 어머니의 활동을 기념해 ‘마틸다 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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