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한 코로나19 대응 뒤에는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과 결탁된 제약회사들의 이해관계와 정부 인사들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의 ‘정실주의(cronysm)’에 반대하다가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전직 복지부 간부의 내부고발에서 나온 얘기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개발 책임을 맡고 있던 릭 브라이트 전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이 연방 특별조사국(OSC)에 공식 내부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특별조사국은 연방 공무원의 권한남용을 조사하고 기소하는 독립 기관이다.
지난달 국장에서 물러난 브라이트는 1월 말에 코로나19가 확산될 우려를 제기했지만 알렉스 에이자 장관을 비롯한 간부들의 반대에 부딪쳤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리들이 코로나19 경고를 무시했다는 주장은 여러번 나왔다. 브라이트는 그뿐 아니라 자신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내내 고위층과 연결돼 있는 제약회사들과의 거래를 비롯한 미심쩍은 일들을 목격했으며, 그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가 핍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내부고발장에서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의 친구가 운영하는 제약회사를 비롯해 “정부와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들”이 정부 계약을 따내곤 했다면서 2017년부터 여러 계약이 이런 “정실주의”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정치적 편의보다는 과학과 안전을 우선시하려는 노력”은 상급자에 의해 좌절됐다고 적었다.
BARDA는 2006년 출범한 ‘신생’ 기구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생물학·화학무기 공격이나 대규모 감염증 위험에 ‘의학적인 대응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기구를 출범시켰다. 이 기구는 제약회사나 생명공학기업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한다. 면역학 박사인 브라이트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인플루엔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인플루엔자·백신 전문가다. 2010년 BARDA에 합류했고 2016년 11월부터 국장을 맡아왔으나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인 지난달 갑자기 국립보건원(NIH)으로 전출됐다.
89쪽짜리 내부고발장에서 그는 지난 3년여 동안 국장으로 일하면서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 질병예방대응본부(ASPR)의 로버트 캐들럭 본부장 등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으며 제약업계 경영진과도 긴장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거기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문제도 관련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해 물의를 빚었다. 보건부 고위관리들도 두 약품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적극 사용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브라이트는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이 문제를 털어놨고, 그로 인해서 간부들과 충돌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검사를 맡기기 위해 국립보건원으로 브라이트 박사를 보낸 것인데, 10억달러 규모의 예산 사업을 책임진 그가 미국인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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