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에게 몇 조 달러를 빚졌다. 우리를 벗겨먹는 나라들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을 빼낼 것임을 다시 강조했다. 독일이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면서, 미국에 몇 조 달러를 ‘빚졌다’고 했다. 방위비를 독촉하기 위해 미군 감축 카드를 내세운 것임을 스스로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선거 유세를 하면서 “나는 여러 나라에서 병력을 빼고 있다. 그들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아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그런 사례”라고 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가 독일에 있는 3만4500명의 미군 중 9500명을 빼내 2만5000명 선으로 줄이려 한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방침을 공식 확인했다.
하지만 털사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주둔 미군을 “5만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오래도록 돈을 갚지 않아서”라고 재차 말했다. 하지만 현지 미군 숫자조차 틀리게 말했다. 다른 국가나 사람을 비난하기 위해 팩트를 무시하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공격법’이다.
‘독일의 빚’이라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많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맞추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GDP의 1.36%를 썼다. 이 때문에 미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독일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표현한 것처럼 ‘독일이 미국에 빚을 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아주 훌륭한 여성이고 협상가”라 비꼬면서,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독일을 지켜주는데 독일은 러시아 에너지를 사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들여오기 위해 발트해에 가스관을 만들고 있는데, 미국은 줄곧 이에 반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많은 나라가 우리를 벗겨먹는다, 계속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석달 동안 대규모 유세를 중단했다가 이날 털사 집회를 시작으로 유세를 재개했다. 하지만 털사 지역이 약 100년 전 백인들의 흑인학살이 자행됐던 곳이라는 점에서, 인종주의를 부추겨온 트럼프의 유세 장소로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형 집회 때문에 코로나19가 더 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털사 유세를 준비하던 트럼프 캠프 관계자 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정부의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이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장에서 코로나19를 “쿵 플루(Kung flu)”라고 부르며 반중국 감정을 부추겼다. 중국의 쿵푸에 빗댄 표현이라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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