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뉴스 깊이보기]4%의 열쇠를 찾아라...코로나19 ‘매개동물’은?

딸기21 2020. 5. 19. 17:32
728x90

박쥐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떤 ‘다리’를 건넜을까.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18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도록 변이하게 만든 매개동물을 놓고 과학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컴퓨터 모델링, 세포연구, 동물실험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같은 코로나 계열인 2002~2003년의 사스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사스 바이러스와 신종 바이러스(코로나19)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비교해 보니 96%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스 바이러스는 야생 박쥐에게서 기원했으며, 코로나19도 박쥐가 기원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차이가 나는 4%다. 그 차이를 만들어낸 변이는 어떤 포유류에게서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곧바로 인체를 감염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중간에 또 다른 변이를 만든 매개동물이 있을 것이고, 그 매개동물을 찾아야 백신 연구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유전자가 거의 비슷하다고 하지만, 영국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의 루시 반도르프 박사에 따르면 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통 조상에게서 이미 50여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4%의 차이는 50년 세월에 걸쳐 누적돼온 것이고 바이러스에게 이는 지질학적 규모의 시간이다.

 

사스의 경우 감염증 발생 초반부터 박쥐가 진앙으로 지목됐지만 바이러스의 궤적을 완전히 그려내는 데에는 15년이 걸렸다. 2005년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팀이 야생박쥐의 한 종류인 중국 관박쥐가 사스 바이러스 변이의 매개였음을 밝혔다. 이후 이 연구소는 300여종의 박쥐 기원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들을 분석했고, 2017년 사스 바이러스가 윈난성의 야생 관박쥐에게서 진화했다는 최종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말라야 천산갑. 사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사스가 야생동물에게서 인간에게까지 오게 만든 매개동물은 사향고양이였고, 역시 박쥐에게서 시작된 메르스의 매개동물은 낙타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추측만 난무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조작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고 의심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과 아프리카연합, 남미국가들 등은 18일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보건총회 화상회의에서 코로나19 매개동물 연구 등 ‘과학적이고 협력적인 현장 조사’를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상태다.

 

앞서 중국 연구팀들이 말라야 천산갑의 조직에서 채취한 코로나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석해 유사성을 확인한 뒤 이 동물이 매개로 지목됐다. 중국에서 천산갑이 불법거래된다는 사실도 의심의 시선이 쏠리게 만든 요인이었다. 하지만 천산갑의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인간에게 전파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천산갑은 무죄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우한의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던 야생동물이 매개였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영국 BBC방송은 진화의 연결고리에 빗대 미지의 매개동물을 ‘코로나의 미싱링크(잃어버린 고리)’로 표현했다.

 

싱가포르의대의 아런 어빙 박사는 중국과학원(CAS) 산하 윈난성의 시샹바나 열대식물원과 함께 야생포유류 매개동물을 찾고 있다. 또 저장대와 에딘버러대 합동연구소와도 협력해 사향고양이, 나무두더쥐 등을 조사하며 후보군을 추리는 중이다.

 

 

바이러스 유전자는 숙주의 유전자에 적응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가 어떤 숙주에 적응해서 변이했을지를 유추해보는 연구도 있다.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 연구팀이 이런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학계에선 이 방식의 신뢰성에 회의적이라고 네이처는 지적했다.

 

동물의 세포에 바이러스를 집어넣고 병원균의 적응을 실험해보려는 학자들도 있다. 중국과학원 산하 베이징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이런 연구를 준비 중이다. 박쥐, 고양이, 원숭이, 돼지 등 다양한 동물의 세포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넣어 코로나19와 비슷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 동물을 감염시키는지 알아보는 것도 매개동물 후보군을 좁힐 수 있는 경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은 여러 연구팀들이 고양이, 과일박쥐, 흰족제비, 레수스원숭이, 개코원숭이, 햄스터 등등을 상대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 고양이 감염사례도 보고된 적 있다. 동물원 호랑이와 사자, 농장의 밍크도 감염됐다. 실험실 밖 동물들은 대개 사람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