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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산유량 줄여 기름값 올리자는데...이라크가 OPEC 말 안 듣는 이유는

딸기21 2020. 6. 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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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에 코로나19가 겹쳐 유가가 폭락하자 지난 4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 외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에서 6월 말까지 1일 산유량을 970만 배럴 줄이기로 했는데, 이 조치를 다음달 말까지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감산을 면제받거나 거부·회피하는 나라들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저유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23개 산유국은 5일 감산조치를 한 달 더 연장하는 결정에 합의했다. 그동안 감산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이라크와 나이지리아가 기한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난항을 겪다가 결국 합의를 함으로써 줄어든 생산쿼터를 다음달말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가 ‘감산에 반대하면 우리도 다시 증산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해 두 나라의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런다고 기름값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산유국들 간 감산의 ‘의지’와 ‘실행’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북아프리카의 산유국 리비아는 내전 뒤 국가 재건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OPEC 회원국임에도 쿼터 적용을 면제받고 있다. OPEC+가 감산에 합의한 그날, 리비아는 동부 지역 군벌과의 무력충돌 등으로 폐쇄됐던 사하라의 최대 유전을 5개월만에 재가동했다.

 

멕시코 역시 OPEC 회원국이지만 이미 4월부터 감산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 멕시코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MEX)는 올해 전국의 시추공 수를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저유가 속에서도 일단 자국의 시장점유율을 올리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올초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했던 일을 똑같이 하는 것이니, 멕시코를 막을 명분도 없다.

 

합의에 동참한 나라들 중에서도 나이리지아는 국가 재정 때문에, 이라크는 자국 내 정치상황 때문에 감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라크는 지난달 감산 목표의 42%를, 나이지리아는 겨우 32%를 달성했다. 그래서 4월 이후 OPEC+의 실제 하루 생산량은 860만 배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알제리 등이 쿼터보다 더 줄여가며 유가를 견인하려 애썼음에도 감산 목표 달성률은 89% 수준이었다. 약속을 어긴 이라크와 나이지리아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감산 ‘할당량’을 부과했으나 이들이 추가 감산 약속을 지킬 것 같지는 않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감산 약속을 자주 어기는 나라들을 ‘유주얼 서스펙트(상습 용의자)’라고 불렀다. 특히 이라크가 감산하지 않으면 산유국들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오랜 전쟁 후 아직 석유산업이 완전 가동되고 있지 않음에도, 자원량이 많은 이라크는 지난해 기준으로 이미 사우디와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석유수출국이다. 감산 합의 전인 지난 3월의 석유수출량은 1일 평균 340만배럴에 이르렀다.

 

이라크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아니라 ‘못 지킨 것’이라 주장한다. 이라크의 주요 유전은 남부와 북부에 몰려 있다. 특히 북부 키르쿠크의 유전과 제2도시 모술의 정유기지는 이라크에서 가장 중요한 산유시설이다. 키르쿠크는 2014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나선 쿠르드측에 장악됐다가 2017년 정부군이 들어가 교전 끝에 다시 돌려받았다. 그러나 북부 유전 상당수는 쿠르드자치지역에 속해 있다.

 

2017년 10월 이라크 정부군이 북부 키르쿠크 유전지대를 탈환한 뒤 순찰을 하고 있다.  키르쿠크 AFP연합뉴스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자치정부와의 내부 협상이 지연돼 정해진 감산을 못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바그다드 중앙정부 역시 감산에 적극적이지는 않다. 이라크 석유부는 OPEC에 “합의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외국 에너지회사와의 계약, 쿠르드자치정부와의 협상 등이 겹쳐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OPEC+의 감산 연장이 발표되고 미국의 일자리 회복이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5일 국제유가는 소폭 올랐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43달러대에 이르렀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도 40달러에 근접했다. 그러나 지난달의 ‘기록적 저유가’에서 다소 회복된 것일뿐 당분간 저유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 원인은 수요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봉쇄가 시작되기 전에도 이미 세계의 석유 소비는 크게 줄어든 상태였으며, 이미 값싼 원유를 쟁여둔 중국 등 주요 산업국들은 석유수입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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