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바이러스가 있었습니다(Once upon a virus).”
동화처럼 시작되는 이야기의 소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주인공은 레고 장난감 인형들처럼 생긴 의료진과 자유의 여신상이다. 왼편의 의료진은 중국을, 오른쪽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을 가리킨다. 중국 신화통신이 최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다.
1분 30초 남짓한 짧은 동영상은 중국 측의 발표와 그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돼 있다. 1월, 중국이 “신종 폐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그냥 독감(flu)이야”라며 냉소한다. 중국에서 시민들을 통제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 “인권침해”라고 비난한다. 임시 진료소를 열흘만에 설치하겠다고 하자 “강제수용소”“한번 만들어 봐라”라고 비꼰다. 의료역량이 모자라니 국제사회가 지원해달라고 하자 “전형적인 제3세계”라며 무시한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어 미국으로 감염증이 번졌고, 이제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정보를 숨겼다” “경고를 하지 않았다”고 공격한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편을 드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며 WHO 지원금을 끊는다. 짤막한 애니메이션 형식이지만 그 안에 담긴 대사들은 그동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발언한 것들이다. 신화통신이 중국을 비웃다가 이제 와 비난하는 미국에 애니메이션으로 반격을 한 셈이다.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뉴차이나’ 채널에 업로드된 이 동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로 퍼졌다.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도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고, 2일까지 조회수가 200만회에 육박했다. 뉴스위크 등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조롱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폐렴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이래 4개월여가 흐르면서 감염증은 세계로 퍼졌고, 2일까지 전 세계 감염자 수는 350만명에 이른다. 사망자도 24만명이 넘었다. 감염자 중 3분의1이 미국인이고, 사망자도 미국이 6만7000여명으로 가장 많다.
부실한 대응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중국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증거를 “봤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증거이고 어떻게 봤는지 등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고 로이터 등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날 미국이 코로나19 책임을 물어 중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2 사이의 신경전이 트럼프 정부의 무리한 책임 떠넘기기 때문에 미·중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신문은 트럼프가 최근 참모들에게 연일 “중국이 바이러스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 백악관이 중국의 ‘주권면제’를 박탈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권면제는 ‘주권국가는 타국의 법정에서 소송대상이 될 수 없다’는 국제법상의 개념이다. 그런데 중국을 이런 원칙의 예외로 규정함으로써 미국인들이 미국 법정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책임’을 묻는 소송을 낼 수 있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던지며 무역전쟁을 치른 트럼프가, 코로나19 책임을 비껴가면서 올가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다시 중국과의 경제전쟁을 치르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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