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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프로듀스 101’ 출연한 중페이페이의 ‘외롭지 않은 싸움’

딸기21 2020. 4. 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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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흑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와 외신들을 통해 퍼지고 중국 안팎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거센 비판이 일자 15일 맥도날드 중국법인은 이 매장을 폐쇄하고 공식 사과 성명을 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해외 역유입’이 늘어나면서 애꿎게도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이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아프리카계를 상대로 혐오공격에 가까운 인종차별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저우는 아프리카계가 많이 사는 곳인데, 흑인이라는 이유로 빌려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임의로 격리당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중국 주재 아프리카 대사들이 중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낙인찍기와 차별에 항의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부른 인종차별 논란은 연예계로도 번졌다. 아프리카계 여성이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의 혐오공격을 받으면서다.
 

중페이페이 인스타그램 캡처

 

중페이페이(仲菲菲)는 1996년 랴오닝성에서 태어났다. 중국인 엄마와 콩고 출신 아버지를 둔 그는 ‘위니’라는 예명으로 ‘창조영(創造營) 2020’에 출연했다. 중국 거대 테크기업 텐센트가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프로듀스 101’과 비슷한 형식으로, 여성 지원자 101명이 나와 훈련을 받아가며 경연을 벌인다. 한국 아이돌그룹 ‘구구단’의 샐리와 디홀릭의 하미도 출연하고 있다.
 

이달 8일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몇몇 출연자들에게는 벌써 팬들이 생겼다. 하지만 유독 중페이페이에게는 소셜미디어에서 시청자들의 공격이 드셌다. 중페이페이는 미국 보스턴대학을 나왔고 존스홉킨스대학 대학원에서 정보학과 대테러정책을 공부하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의 인종차별성 악플은 지난해 11월 그가 짧은 셀피 영상을 웨이보에 올렸을 때부터 시작됐다. 중국 고대 전설을 인용해가며 “혼혈들이 황제(黃帝)의 자손이라니, (중국인들의) 조상이 저승에서 울지도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린 글도 있었다. 중페이페이는 “모르겠으면 당신이 (저승에) 가서 조상에게 물어보라”라고 맞받았다.
 

이런 비난은 약과였고, 곱슬머리를 한 그의 사진들에 누리꾼들은 속칭 ‘N-워드’로 불리는 흑인 비하 욕설이 섞인 코멘트들을 달았다. 그가 창조영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랴오닝이 고향인 그에게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붙었고 심지어 “아빠 얼굴은 본 적 있느냐”며 공격하는 글도 있었다.

 

중페이페이의 '창조영 2020' 공식 포스터


 

코로나19에 따른 아프리카인 차별과 겹쳐지면서, 중페이페이를 향한 공격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그러자 이번엔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이 나섰다. 중페이페이를 지지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한 댓글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중페이페이의 웨이보에는 “걱정 말아요” “인종차별 코멘트들 혐오스러워요” “언니를 지지해요” 같은 글들이 줄을 이어 올라왔다. ‘중페이페이 지키기’는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해외로도 이어졌다. 베트남에서 브라질까지, 그를 좋아한다는 팬들이 늘었으며 중페이페이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3만명을 넘어섰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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