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해외문화 산책

화장지 사러 가는 벨, 코로나 랩소디...봇물 터진 ‘코로나19 패러디’

딸기21 2020. 4. 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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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골마을. 바구니를 든 아가씨가 집을 나서며 노래를 부른다. “온 마을이 록다운(봉쇄)됐네.” 이웃들이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외친다. “집에 머물러!” 그리고 전염병에 감염된 마을 사람의 소식이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이다.
 

물론 ‘진짜’가 아닌 패러디다. 미국 디즈니가 1991년 만든 <미녀와 야수>는 세계적인 히트를 넘어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2017년에는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이 주연한 실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난달 유튜브에 원작 애니메이션의 ‘코로나19 버전’이 등장했다. 바구니를 들고 마을 거리를 걸으며 ‘록다운’을 노래하는 여성은 주인공 ‘벨’이다. 
 

왜 자가격리를 하지 않느냐며 ‘거리 두기’를 하라고 간청하는 이웃을 향해 “저는 아프지 않아요”라고 답하며 걸어가는 벨. 이어지는 대사에는 미국인들의 현재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코스트코에 화장지 사러 가려고 나왔어요.” 대사를 다시 입힌 사람은 샤론 룩센버그라는 유튜버이고, 벨의 노래는 미리 자비라는 가수가 맡았다. 

 


영국 켄트에 사는 마시 가족은 프랑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원 데이 모어’라는 곡을 함께 불러 유튜브에 올렸다. 부모와 네 아이가 6개의 파트를 나눠 부른다. “온라인 수업 하루 더/우리 오빠 머리 모양 봤니/시험이 연기됐대/(외출도 안 하는데) 속옷을 왜 갈아입어?” 영국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전국에 이동금지령이 내려졌다. 격리 생활의 고충을 담은 이들의 노래는 수준급이다. 2012년 원작 영화에 출연한 앤 해서웨이는 마시 가족의 영상에 감동받았다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에 “브라보!”라는 찬사와 함께 링크를 공유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런 패러디들은 봇물 터지듯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비지스의 ‘스테잉 얼라이브(Stayin’ Alive)’라는 노래는 ‘스테잉 인사이드’라는 가사로 바뀌어 돌고 있다. 브렌트 매컬로라는 유튜버가 친구들과 함께 부른 이 노래는 동영상 조회수가 200만회가 넘는다.
 

영국 록그룹 퀸의 전설적인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는 ‘코로나바이러스 랩소디’가 됐다. “이것은 열병인가요, 알러지인가요/봉쇄에 붙들렸어요/얼른 손을 씻어요.” 에이드리언 그라임스라는 유튜버가 올린 코로나 버전의 가사다. 사람을 죽였음을 암시하는 원곡의 어두운 가사는 전염병을 퍼뜨렸음을 시사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이것뿐 아니라 퀸의 똑같은 노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영상을 입힌 것 등등 여러 종류의 코로나 랩소디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비틀스도 패러디를 피해갈 수 없다. ‘록다운 아카펠라 버전’이라는 설명이 붙은 ‘예스터데이’,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진 상황을 풍자한 ‘상상하라(Imagine)’ 같은 것들이다. 스웨덴 그룹 아바의 ‘댄싱퀸’은 ‘검역퀸(Quaranqueen)’이 됐다.

 


미국 원로 가서 닐 다이아몬드는 직접 자신의 히트작 ‘스위트 캐롤라인’을 개사했다. 손을 씻으라는 것을 비롯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19 위생지침을 담아,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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