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이어 프랑스도 전 국민에게 한시적인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하루 새 1200여명이 신규 확진을 받는 등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저녁(현지시간) 코로나19에 관해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모든 국민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면 이동을 금하고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제한 조치는 17일 정오부터 보름동안 이어진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이들의 출퇴근이나 생필품·의약품 구매 같은 필수적인 용무가 아니면 6700만 프랑스 국민들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지난달 ‘5000명 이상 모이는 실내행사’를 금지시킨 뒤 집회와 행사 제한을 계속 강화해온 프랑스 정부는 이제 실내외 모임도 모두 불허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이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들은 자유롭게 역내를 드나들 수 있게 한 솅겐조약도 일시적으로 효력을 중단시켜, EU 회원국 시민들의 입국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감염증 사태 속에서도 15일 지방선거를 강행한 것에 비판이 잇따르자 22일의 지방선거 결선투표는 미루기로 했다.
전국민의 이동이 제한·금지되면 경제활동은 엄청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들에게 최대 3000억유로(약 411조원) 규모의 은행 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 납부를 미룰 수 있게 해주고, 대출금 상환도 연기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개혁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정부는 기업들이 노동자를 해고하기 쉽게 하고 연금을 받는 시기도 늦추는 노동시장·연금제도 개혁을 강행해 노조들과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왔다. 이 ‘개혁’들도 코로나19 때문에 일단 미루겠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 중인만큼, 정부와 의회는 전염병과 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곳곳에서는 지난 주말 코로나19가 더 퍼질까 걱정해 사재기를 해두려는 주민들이 몰리면서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의 식료품·생필품 코너가 동이 났다.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도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유럽 경제는 파장을 예측할 수 없는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6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확진자는 3만명을 향해가고 있고, 사망자가 2100명이 넘는다. 스페인은 누적확진자가 근 1만명에 사망자가 340여명이다. 독일은 누적확진자가 7300명에 육박하고 프랑스는 6600여명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앞서 15일 마트와 약국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영업을 중단시켰고, 독일과 스위스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독일은 공공시설도 대부분 문을 닫았고 종교시설 모임도 금지했다. 음식점들은 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열 수 있게 했다. 이탈리아가 취했던 조치들을 그대로 되밟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는 모든 행사를 금하고 음식점 영업도 중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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